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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5 백의의 여성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8. 2. 18:27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한숨을 내쉰다. “이번에는 별 발견이 없었네.” 키가 크고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지적인 풍모에 백의를 걸친 모습은 ‘연구자’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여성은 연구소처럼 보이는 곳에 있었는데, 주위에서 붕 떠 보이는 근미래적인 도구들이 대량으로 설치되어 있었다. “해명은 했지만…… 뭐, 보고할 필요는 없겠지.” 혼잣말을 하며 끝부분이 파랗게 빛나는 성냥을 책상 위에 흩뿌린다. 성냥의 정체는 ‘행복의 화염’이라 불리는 매직 아이템이다. 성냥을 켜서 양초나 나무에 불을 붙이면, 그것이 자신이 가장 원하는 물건이 된다는 말도 안 되는 효과를 가진 물건이다. 가격을 매긴다면 집 한 체 정도는 가볍게 세울 수 있는 비싼 매직 아이템이다. 모험가라면 군침을 흘릴 정도의 아이템이다. 하지만 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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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7. 보여지는 쾌감 2/2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7. 30. 14:57
“후우…… 읏, 후읏, 후, 아……” 매직 아이템에 의한 진동은 엄청나서 니나의 걸음 속도는 엄청나게 떨어져 있었다. 조금이라도 속도를 올리려고 하면 이번에는 목소리를 참을 수 없게 되어 길 한복판에서 교성을 내게 될 것이다. “읏?!” 천천히 걷던 니나의 어깨가 움찔했다. ‘이거…… 물……?’ 무언가가 허벅지를 흘러내리는 감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오줌을 지린 건가 해서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가는 기분이었지만, 아무리 오줌을 지리는 버릇이 들었다고 해서, 이런 긴박한 상황에서 그럴 리는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게다가—— ‘오, 오줌을 지려버리면 바로 가버리게 되니까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어……’ 그렇다. 그 최저의 부탁이 해제되지 않은 이상 니나가 오줌을 쌌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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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보여지는 쾌감 1/2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7. 23. 22:50
“니나 양, 걸음이 느리시네요. 모처럼 날씨도 좋은데 기운 내세요.” 마을 중앙. 꽤나 붐비는 상점가에 도착한 두 사람. 즐겁다는 듯이 부드러운 미소를 띠며 가벼운 발걸음으로 걷는 리네아와 대조적으로 니나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이고, 겁먹은 듯한 느낌으로 신중하게 리네아의 뒤를 쫓고 있었다. “그, 그치만 이런 옷을 입고 있는 걸 들키기라도 한다면……” 새삼스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며 니나는 또다시 얼굴을 붉힌다. 브라도 하지 않고 티셔츠를 입은 탓에 유두의 형태가 살짝 보이고 있다. 혹시 흥분이라도 한다면 순식간에 노브라라는 것을 주위에 들켜버릴 것이다. 스커트는 사이즈가 딱 맞아서 흘러내릴 걱정은 없지만, 길이가 짧아서 다리를 살짝만 들어도 속옷이 보이게 된다. ‘다, 다른 것보다 이런 옷을 입고 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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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몸에 새겨진 쾌감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7. 21. 15:14
리네아의 ‘부탁’으로 불려가는 날. 니나는 부탁받은 대로 아침 일찍 리네아네 집 현관에 도착해서 똑똑, 하고 살짝 노크한다. 혹시 자고 있다면 이대로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지만, 그런 니나의 바람도 무색하게 문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세요. 니나 양. 기다리고 있었어요. 자, 빨리 들어오세요.” “……네.” 니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끄덕인 후, 리네아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등 너머로 리네아를 바라보자 어쩐지 평소보다 어른스러운 분위기였다. 아마도 오늘 입고 있는 옷이 어른스러운 디자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입어도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키나 외모는 자신과 비슷하게 어려 보이는 편인데 어째서 저렇게 잘 소화해내는 것일까. 니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자, 리네아가 즐겁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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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무너지는 일상 2/2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7. 12. 08:39
니나는 자신이 뭘 하고 있는 건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입을 벌리고 고개를 갸우뚱거릴 뿐이었다. 아무런 명령도 받지 않았는데 왜 자신의 오른손이 음부를 쓰다듬고 있는 건지, 왜 그 행위를 ‘기분 좋다’고 느끼고 있는지를 생각했다. “뭐야?!?!” 이제야 상황을 이해한 니나는 한심하게도 비명을 지르며 서둘러서 오른손을 음부에서 떼어내고, 입을 뻐끔거렸다. ‘왜…… 내가 왜 자위를……!’ 완전히 무의식적으로였다. 그랬기 때문에 니나는 전율했다. ‘이, 이래선 마치, 내가, 야한 일을 당하고 싶은——’ “아냐!!” 생각을 떨쳐내기 위해 고개를 흔든다. 그것만은, 그것만은 인정하면 안 된다. 일시적인 쾌락에 꺾이는 건 100보 양보해서 어쩔 수 없다고 해도, 빈 시간에 혼자서 쾌락을 탐해버리면 니나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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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무너지는 일상 1/2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7. 6. 22:11
“……응.” 주름진 시트 위의 가냘픈 몸이 흔들린다. “후아……” 그리고 커다란 하품. 졸린 눈을 비비며 소녀—— 니나는 기지개를 켰다. ‘지금 몇 시지…… 엄청나게 잔 것 같은데.’ 그 후에 언제 잠들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꿈을 본 기억도 없으니 아마도 상당히 깊은 잠에 빠져있었나 보다. 평소에는 아침에 약하지 않은 니나가 너무 잘 자서 오늘은 몸이 뻐근할 정도다. ‘……샤워도 안 하고 잤던가.’ 하반신에 느껴지는 불쾌한 감각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이 찌푸려진다. 덮고 있던 이불을 젖히자, 안에서 야한 냄새가 진하게 풍겨와서, 니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시트를 바꾼 의미가 없네.” 푸념을 늘어놓으며 냄새나는 이불을 발로 차서 바닥에 떨어뜨린다. 일하는 분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것도 내놔야 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