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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5. 몸에 새겨진 쾌감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7. 21. 15:14

    리네아의 ‘부탁’으로 불려가는 날. 니나는 부탁받은 대로 아침 일찍 리네아네 집 현관에 도착해서 똑똑, 하고 살짝 노크한다.
     혹시 자고 있다면 이대로 눈치채지 못하길 바랐지만, 그런 니나의 바람도 무색하게 문 너머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어서 오세요. 니나 양. 기다리고 있었어요. 자, 빨리 들어오세요.”
     “……네.”

     니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끄덕인 후, 리네아를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등 너머로 리네아를 바라보자 어쩐지 평소보다 어른스러운 분위기였다. 아마도 오늘 입고 있는 옷이 어른스러운 디자인이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입어도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키나 외모는 자신과 비슷하게 어려 보이는 편인데 어째서 저렇게 잘 소화해내는 것일까. 니나가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자, 리네아가 즐겁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오늘을 계속 기다려왔어요! 니나 양과 놀고 싶어서요!”
     “아, 네…… 그런가요.”

     목소리가 커다래지는 리네아. 그와는 정반대로 니나의 기분은 떨어져 갔다. 리네아에게 있어서 ‘즐거운 일’이 자신에게는 좋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 들어가 주세요!”

     계단을 오르자 문이 열렸다. 그곳은 저번 주에 니나가 눈을 떴던 방이었다. 안 좋은 기억이 머리를 스쳐서 니나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리네아는 그런 니나를 신경도 쓰지 않고, 신나서 서랍을 열어젖히며 미소지었다.

     “우후후, 사실은 말이죠…… 짠! 오늘은 니나 양을 위해 옷을 만들어 봤어요!”

     너무나도 순수하게 기뻐하는 그녀의 모습에, 니나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열었다.

     “마, 만들었다니…… 오늘을 위해서요?”
     “맞아요, 야심작이에요!”

     그렇게 말하고는 옷을 들이미는 리네아.
     옷의 디자인을 본 니나는 마음속으로 으엑, 하고 비명을 질렀다.

     “그, 그런가요…… 아하하, 기뻐요. 굉장히, 저기, 귀여운 디자인……이네요.”
     “그렇죠!”

     니나는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억지로 미소지었다.

     ‘이건 거의 유아복이잖아……’

     방금은 귀엽다고 표현했지만, 정확하게 말하자면 어린애 같다. 틀림없이 니나의 나이와는 맞지 않는 옷이다.
     팬시한 캐릭터가 그려진 티셔츠, 니나에게는 너무 짧은 연두색 스커트, 끝으로 딸기가 그려진 속옷. 어느 것도 어른인 니나에게는 너무나도 어려 보이는 옷들이었다.

     “오늘은 이걸 입고 쇼핑하러 가고 싶어요. 멋지겠죠?”
     “아, 하하…… 그렇, 겠죠.”

     이런 옷은 싫어! 라고 말하고 싶은 기분을 억누르고, 어떻게든 미소짓는다.
     왜냐면 거절해봤자 어차피 최종적으로는 거부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떼를 써서 리네아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바람에 더 심한 꼴을 당하게 되는 것보다 솔직하게 따르는 쪽이 좋다.

     ‘전부 가려지니까 무스 씨 때보다 100배는 낫다고 생각하자……’

     “그, 그럼 옷을 갈아입고 올게요……”
     “어디에 가시나요?”

     리네아가 옷을 들고 복도로 나가려는 니나의 손을 잡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 저기, 그러니까 옷을 갈아입으러……”
     “옷은 여기서 갈아입으면 되잖아요. 후후, 괜찮아요. 저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

     ‘내가 신경 쓰여서 나가려는 거지……!’

     그 말도 어떻게든 삼키고, 살짝 끄덕이며 “알겠어요.” 라는 말을 꺼낸다. 거스르자는 의지, 반항하자는 의지를 극한까지 억누른다. 이것이 이 1주일간 배운 개 목걸이의 대처법이었다.

     “아, 알겠어요.”

     대답을 하고, 바로 단추에 손을 뻗는다. 부끄러워하면 안 된다. 가능한 한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도록 하며 옷을 벗었다.
     아마 또 1주일 동안 몇 번이고 피부를 보이게 될 것이다. 하지만 개 목걸이를 벗을 힌트를 찾기 위해서는 이 정도로 동요해선 안 된다.

     “……”

     그렇게 바로 속옷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니나는 속옷을 벗는 것도 주저하지 않았다. 일단은 위쪽 속옷을 빠르게 벗는다. 작지만 틀림없이 존재하는 가슴이 살짝 흔들렸다.

     “읏.”

     사양 없는 시선이 피부에 꽂히는 바람에 손이 멈추고 만다. 하지만 여기서 천천히 벗어봤자 상대를 기쁘게 할 뿐이라고 생각해, 눈을 감고 팬티에 손을 뻗고, 이쪽도 한 번에 내린다.

     “읏~~~~”

     니나의 뺨이 마그마처럼 빨갛게 되었다. 기세에 몸을 맡겨도 부끄러운 것은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니나가 ‘보여진다’는 행위에 흥분하기 시작했다는 것도 있다.
     본인은 눈치채지 못했다. ——아니, 눈치채지 못하도록 필사적으로 눈을 돌리고 있을 뿐이다. 니나는 이 1주일 동안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을까라는 공포에 강한 쾌감을 느끼고 말았다. 말하자면 니나에게는 노출을 기분 좋다고 느끼는 성질이 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니나는 피부를 노출시키는 것에 과민 반응을 하고 만다. 냉정하게, 냉정하게라며 자신을 너무 타이르는 바람에 자신이 냉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자요, 이게 속옷이에요.”

     리네아가 딸기가 그려진 속옷을 건네준다. 그것을 받은 니나는 “어라.” 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 저기…… 위쪽은……?”
     “어머, 죄송해요. 저도 참, 깜빡하고 말았네요.”

     리네아에게서 흘러나오는 불온한 기색에 니나는 “네?” 라며 표정이 딱딱해지는 것을 느꼈다.

     “만드는 걸 까먹었네요♡ 죄송한데 오늘은 안 입는 걸로 하죠?”
     “그, 그럴 수가……! 그, 그럼 그냥 제 속옷을……!”
     “그건 안 돼요. 더러워질 수도 있잖아요. 니나 양의 물건을 더럽히다니, 절대로 안 되죠♡”

     ‘속옷이 더러워질 수도 있다니, 도대체 뭘…… 아냐, 생각할 필요도 없지.’

     반론은 빠르게 접고, 어깨를 떨구며 “알겠어요.” 라는 말을 입에 담는다. ‘무슨 일’을 당할지는 생각하지 않아도 안다.

     “아아, 그리고…… 자요. 이것도 속옷 안에 넣어 주세요♡”
     “네……? 읏?!! 이건!”

     니나는 놀라고 만다. 이거, 라며 건네받은 것은 어제 무스네 가게에서 니나를 잔뜩 괴롭힌 동그란 매직 아이템이었기 때문이다.

     “어제 만났을 때도 이걸 아주 마음에 들어하시길래 무스 씨에게 부탁해 봤더니 흔쾌히 빌려주셨어요♡”
     “우…… 아……”

     아직 진동은커녕 속옷에 넣지도 않았는데 심장이 두근두근 고동치기 시작했다. 그 강렬한 자극과 쾌감은 니나의 마음속에 트라우마처럼 들러붙은 모양이다.
     그런 니나의 모습에 무언가를 느낀 건지, 리네아는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어머, 니나 양——”

     리네아가 니나에게 몸을 들이밀었다.

     “혹시 참지 못할 것 같으신가요? 응…… 쪽.”
     “응, 우아, 아.”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입술을 빼앗기고 혀가 침입했다. 달콤한 타액에 뇌가 흔들려서 무방비해진 입속을 마음껏 유린당했다.

     “……푸하. 후후, 지금은 이걸로 참아 주세요. 이 다음은 밖에서 하죠♡”
     “하아…… 하아……”

     몸이 떨어지면서 키스에서도 해방됐지만, 니나는 아직 몽롱한 상태였다.
     왜냐하면 니나는 아직 리네아의 몸에 흥분한다는 개 목걸이의 저주가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금 키스는 니나에게 있어서 초 강력한 미약이나 마찬가지다.
     니나는 지금 필사적으로 흥분을 억누르고 있었다.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을 노린 리네아는 얼굴에 홍조를 띄우는 니나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었다.

     “계속 알몸으로 있으면 감기에 걸려요. 자, 빨리 옷 입고 데이트에 가요.”

     말을 거는 리네아의 표정에는 니나에게 향하는 가학심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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