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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52. 길었던 하루의 끝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7. 4. 20:41

     “운 진짜 좋다.”

     혼자가 되어 약간 냉정해진 플랑은 다시 한 번 조금 전의 일이 엄청난 행운이었다는 것을 되새겼다. 자고 일어나서 오늘 있었던 일이 전부 꿈이었다고 해도 “아아, 역시 그랬구나.” 라고 납득할 수 있을 정도로는.

     ‘그래도 꿈이 아니었어! 아직도 손에 그 감촉이 남아있어!’

     허공에 대고 손을 쥐었다 펴며 그 부드러움을 떠올린다. 옆에서 보면 수상한 인물이겠지만, 주위에 인기척도 없고, 애초에 지금 플랑에게 주위의 반응 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다음 주…… 다음 주가 기대된다. 우헤헤.”

     아무도 없는 길 가운데에 플랑의 칠칠치 못한 웃음소리가 울렸다.
     그녀가 알리도 없었다. 그 행운이 소녀의 개 목걸이가 주었다는 것을. 그저 흘러내리는 달콤한 꿀을, 유일하게 그녀만이 아무런 피해 없이 받아먹고 있었다.



     “드디어 끝났어……”

     플랑이 가고 조용해진 방에서, 중얼거리며 침대에 쓰러지듯이 누웠다.
     간 것은 한 번 뿐——오줌을 지려버린 탓에 쓸데없이 한 번 더 절정하게 됐지만——이었지만, 정신적인 피로라는 의미로는 지금까지 중에 가장 지쳤다고 해도 될 정도로 니나는 지쳐있었다. 이것도 저것도 전부 무스가 한 ‘부탁’ 때문이다.
     니나는 헤어질 때에 그녀가 한 부탁을 떠올렸다.

     “‘돌아가는 길에 가장 처음 만난 사람을 꼬셔서 야한 일을 해 줘♡’”
     “어…… 네? 뭐라고요?!”
     “그렇지, 그것만으로는 재미없으니까 ‘행위가 끝나고 나면 다음 주에 또 만나자는 약속도 하는 거야.’”
     “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집에 도착할 때까지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면 되는 거니까 간단하지?”

     뇌리에 무스의 사악한 웃음이 떠올라서, 머리를 흔들며 쫒아낸다. 그녀가 생각한 대로 지독한 일을 당하기는 했지만, 일단은 그 지옥이 끝났으니까, 이 이상 그 일을 떠올리며 낙담할 필요는 없다.
     지금은 어떻게든 오늘 하루를 넘겼다는 일을 기뻐하기만 하면 된다. 최악의 경우에는 신고당해서 감옥에 갇힐 가능성도 있었던 것이다. 그에 비하면 그래도 괜찮다……고 할 수도 있다며 니나는 억지로 자신을 납득시켰다.

     “그래도…… 어째서 그 사람은 개 목걸이의 영향을 받지 않았던 걸까……?”

     적게 잡아도 1시간은 같이 있었는데 플랑이 이상해졌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녀의 행동은 어디까지나 그녀 자신의 의지였다. 누군가에게 조종당하는 듯한, 개 목걸이의 영향을 받은 사람 특유의 욕망 섞인 흐릿한 눈동자가 아니었던 것이다.

     “후우……”

     아마 지금은 생각해봤자 모를 거라고 생각해 사고를 끊는다.

     “……후아암.”

     커다란 하품이 나왔다. 필름에게 던전으로 끌려간 날로부터 아직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자신의 방이 그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정도로 진한 이틀이었다.

     ‘오늘은 그만 자자……’

     애액으로 질척해진 이불을 숙소에서 회수해 주는 세탁 바구니에 넣고, 새로운 이불을 적당히 깐 뒤 다시 침대에 누웠다.
     니나에게는 이미 샤워를 할 기력조차 남아있지 않았다.

     ‘청소라든가 그런 건 전부 내일 하자……’

     모든 것을 내일의 자신에게 떠넘기고, 자고 싶다는 욕구에 몸을 맡긴다.
     미라르마 씨네 집에 있는 침대와는 비교할 수 없지만, 지금 니나에게는 몸을 뉘일 수 있는 장소만으로도 충분했다. 힘을 빼고 눈을 감자, 몇십 초도 지나지 않아 니나는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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