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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B부 - 20「시작의 날③」
    소설(백합 아님)/KB부 2019. 3. 28. 15:24

    "그래서. 경문부는, 대체 뭘 하는 부인가요?"
    "일단 먼저 말해두지 않으면 안 되는 게 있다. 우리는 '읽는 부'가 아니야. 혹시 그런 착각을 하고 왔다면, 돌아서 우향우해, 돌아가는 길은 저쪽이다"

    "아, 네"

     내가 코타츠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기다려 기다려 기다려! 뭐야 뭐냐고!? 벌써 돌아가버리는 거야!? 차정도는 마시고 가도 되잖아! 자 메구! 빨리 해! 빨리 홍차와 와플로 이 녀석을 잡아라!"

    "네-에. 지금 홍차 나가요-. 3분짜리 모래시계의 모래가 떨어질 때 까지, 뜸 들일 시간이, 필요해요-. 와플도, 지금 다 구워져 가요-"

     부실의 구석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아마츠카 양의 목소리가 들린다. '天使'라고 쓰고, '천사'가 아니라 '아마츠카'라고 읽는다는 것 같다.

     헤-. 차가 나오는 구나. 학교에서 마셔도 되는구나. 과자도 만들어도 되는구나. 와플이 뭐였지? 핫케이크 같은 거였나?

     아-, 응. 부활동, 어쩐지 재미있어 보여. 이 부실. 부원들의 거처가 되어 있는 건지. 은신처나 비밀기지같아서, 즐거워 보여.

    "이 부는, 차와 과자를 먹는 부인가요?"
    "어이 이 녀석의 소질, 어쩔래? 우리 부의 활동의 60%를, 한 마디로 맞춰버렸는데"

    "영재구나"

    "루루."

    "홍차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어요"

     어째선지 인정받고 있다. 긍정해주고 있다. 하지만, 한 사람, 크고 조용한 누나가, 소파 쪽에서 책상다리를 하고 있는데. '루루.'라니 그게 어디 말이지? 긍정의 의미라고 하는 건, 어쩐지 알 것 같지만.

    "활동의 남은 40%는, 뭔가요?"

    "그러니까 '쓰는'거야. 아까 말했지?"
    "뭘 쓰는 건가요?"
    "부실의 이름! 보라고! 알잖아! 경문부잖아! 중문학에 대조되는 경문학이잖아! 즉 라노베잖아!"

    "라노베......, 는, 뭔가요?"
    "거기부터냐!"
     왠지 이 애와 얘기하고 있으면 즐겁다. 감정표현이 풍부해서 재미있다. 리액션 엷어! 라고, 자주 말해지는 나로서는, 으스대거나, 허둥대거나, 기막혀하거나, 화내거나, 빙글빙글 바뀌는 아이...... 아니. 선배니까, 이 사람인가. 조금 배우고 싶을 정도.

    "라노베라고 하는 건, 그거다. 가벼운 소설을 말하는 거야. 즉 경문학이다"

    "아까 전으로 돌아가버렸는데요"

     나는 부실 안을 돌아보았다. 아무래도 '소설'이라던가 비슷한 걸 말하는 것 같다. 문학이 어쩌고 말했으니까. 그래도 부실 안을 돌아보아도, 딱히 책은 놓여있지 않은 것 같다. '라노베'라고 하는 걸 읽는 부라고 한다면, 책장의 한 권정도는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마오. 말보다 증거라고들 하지. 설명하는 것보다, 읽게 해주는 쪽이 빠르지 않을까"

    "그것도 그렇군"

    "하지만, 책, 한 권도 없는 것 같은데요"

    "그러니까 우리는 읽는 부가 아니라고 하잖아"

    "그럼 어떻게 읽으라는 건가요-"

    "지금. 쓴다"

    "에?"
     선배는, 가까이에 있던 원고용지를 끌고 와, 잉크가 나오는 본 적도 없는 펜으로, 샤샤샥하고, 잔뜩 문자를 쓰기 시작했다.

    "저기-? 뭘 하고 있는 건가요?"
     대답이 없다.

    "마오의 집필 중의 집중력은, 나도 주목하고 있어. 분명 들리지 않는 거라고 생각해"

     검은 생머리의 예쁜 누나가, 그렇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자기소개가 아직이었구나. 나는 스메라기 시온. 이쪽은 키라라. 그리고 메구미 군과는 이미 아는 사이였던 것 같네"

    "아는 사이라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요. 옆 반이라서...... 네에, 뭐 일단은"

    "이제부터 잘 부탁드려요-. 시노미야 군"

    "에에......, 그게. ......네"

     아마츠카 양에게 말해졌다.

     ......그게? 어라어라? '잘 부탁드려요'라고 하는 건...... 즉?

     나, 이미 부활동에 들어가 버린 게 됐나-......?

     초등학생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선배는, 열심히 '소설'을 쓰고 있다. 나는 코타츠에 앉아, 멍하니 기다렸다. 컵의 홍차가 없어지자, 3초 만에 잔이 가득 찼다. 어째선지 내가 다 마신 타이밍에 딱 맞춰 3분짜리 모래시계가 다 돌아가, 홍차가 완성되었다.

     선배는 굉장한 집중력으로 '소설'이라고 하는 걸 쓰고 있다. 나는 읽게 해 주겠다는 약속이 되어 있다. 그걸 기다리는 나는, 이런 부활동도 괜찮네에. ......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건 어떤 비 오던 날의 일. 내가 'KB부'에 입부한 날의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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