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KB부 - 09「다른 거 쓸게요」
    소설(백합 아님)/KB부 2019. 3. 26. 15:34

     평소의 방과 후. 평소의 부실.

     평소처럼, 내가 공책을 향해, 사각사각 샤프를 움직이며, '경문부의 부활동'을 하고 있자──.
    "너. 쓰고 있는 거냐?"
    "에에. 네. 보시는 대로. 쓰고 있어요-. 이제 조금 남았어요-. 기다려 주세요-"
    "지금 쓰고 있는거. 무슨 이야기야?"
    "이번 건, 부장님이 무는 화에요"
    "물어!? 나!? 무는 캐릭터가 돼버리는 거야!?"
    "문다고 해도 살살 무는 거에요. 커뮤니케이션이에요"
    "뭐냐고 그 커뮤니케이션. 어쩐지......, 야하지......않냐?"
    "이런게 에로스라고 한다면, 시온 선배가 쓰고 있는건, 대체 어떤 취급이 되는 건가요?"
    "금서야"
     컴퓨터 석의 시온 선배가, 끼익, 의자에서 소리를 내며 반응했다.
    "제대로 구분해뒀잖아. 봐. R18이라고 써 있어. 일본은 헌법에 의해 지켜지고 있는 법치국가니까. 제대로 '표현의 자유'를 존중해 줬으면 해. 자신이 서투르거나 싫어한다고 하는 이유만으로 부당한 취급을 하는 것, 그건, 차별이라고 하는 거야"
     지적인 안경을 손가락 끝으로 올리며, 시온 선배는 그렇게 주장했다.
     덧붙여서 저건 블루라이트를 차단하는 컴퓨터 안경. 평소에는 안경을 쓰지 않는다.
     아-. 나의 소설 속의 시온 선배. 가끔 안경을 쓰고 있다는 설정. 재밌을지도-? 이유는...... 원시라던가? 눈이 너무 좋다던가? 그런 느낌으로.
    "시온 선배, 안경을 쓴 아이로 만들어도, 되나요-"
    "응. 전혀 상관 없어. 픽션이 실제의 인물과 관계가 없다는 것은, 다시 말할 필요도 없이 확실하니까"
    "그러니까――너. 우리를 무단으로 등장시키는거, 그만두라고 하잖아"
    "부장님. 부장님. 여자아이가 '나'라고 하는 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해요"
    "흥! 내 맘이잖아! 맘이잖아! 그만두라니, 뭐야, 너는 내 파파인가 뭔가냐?"
    "아뇨...... 귀여워서 모에해버리니까, 어떨까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로 말한건데요"
    "......!? ......우, 우리들을 멋대로 등장시키는거...... 안돼......, 어쨌든, 안돼!"
    "에-. 이거라면 저, 편하고 좋은데요. 모두를 내면, 이야기의 기승전결을 생각하지 않고, 느긋하게 일어난 일을 쓰면 돼서...... 부실도, 봐요, 여기의 부실이랑 똑같아요-"
     나는 공책에 쓰여 있던 '부실의 스케치'를, 부장님에게 보여주었다.
    "너는 너무 편해! 그러니까 현실을 베끼는거, 안돼!"
    "에-...... 편하다는 말은, 봐요 '이롭다'라는 뜻도 있잖아요. 편하고, 이롭다는, 그걸로 됐잖아요-"
    "판타지물이라도 써! 최근, 유행하는 녀석!"
    "에-...... 판타지인가요? 힘들것 같아요-"
    "용사라던가 마왕이라던가! 치트같은 걸로 무쌍찍는 녀석! 뜨겁고 강하고 상쾌한 녀석!"
    "부장님은, 배틀물, 진짜로, 좋아하시네요"
    "시끄러. 나......내 취미같은거, 아무래도 상관 없잖아"
    "이건 그냥 확인인데요. 판타지의 그 이야기라는건, 즉 부장님이 읽고 싶다고 하는 걸로, 괜찮은가요?"
    "에......? 나? 아니 별로 나는......"
     부장님은, 어물어물거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부장님이 가장 열심히 읽어 준다. 내 소설의 독자는, 부장님, 시온 선배, 메구미 쨩, 키라라 선배, 로, 대체로 다니까. 부장님이 읽고 싶다고 해준다면, 나는 그걸 쓸 생각이었지만.
     부장님. 솔직하지 못하단 말야.
    "그럼. 어쩔까요. 혹시 솔직하게 말해주신다면, 쓰지 못할것도 없는데요"
    "시이! 어쩌지! 이녀석이 나한테 배드 야쿠자처럼 해오는데!?"
    "후후후. 그의 재능에는 전부터 주목하고 있어서 말야. 언제 개화하는가 기대하고 있"
    "그래서, 저는 어쩌면 되나요? 이대로 GJ부를 쓰고 있으면 될까요? 아니면 부장님이 말하는, 용사와 마왕으로 판타지라고 하는 걸 쓸까요?"
    "으...... 용사와 마왕쪽......"
     부장님은, 마지못해, 그렇게 인정했다.
     어째선지 작아져서, 안그래도 작은 부장님이, 좀 더 귀여워졌다.
    "네. 알겠습니다"
     부장님의 리퀘스트를 받아, 나는 이세계 판타지를 쓰기로 했다.
     어쩐지 영감이 번뜩였다.
     술술 쓰였다.
     어느새 책상 위에 홍차가 출현해 있어서, 그걸 마시고, 잔뜩 써버렸다.
     빨리 부장님이 읽어줬으면 좋겠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