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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10. 8. 19:00

     “그렇게 정하기는 했지만…… 뭐부터 가르쳐야 할까요.”

     베리는 턱을 괴며 고민했다.

     “뭐, 청소에도 여러 가지 있으니까. 아세로라, 안제 씨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어?”
     “예. 아무 말씀도 없으셨어요. 그런 곳까지 합쳐서 저희의 기량을 보고 싶으신 거겠죠…… 후후, 마음껏 솜씨를 부려볼까요?”

     아세로라는 미소를 지은 채로 근처에 있던 침대에 앉고서는 천천히 니나의 눈을 바라보았다.

     “니나 양에게는 청소의 기본 중의 기본, 걸레질을 해줬으면 좋겠어.”
     “모처럼 ‘그것’을 회수해왔으니까.”
     “……아아, 그러고 보니 그랬죠.”
     “후후, 그런 걸 생각해내는 데에는 천재라니까.”

     마치 휴식시간에 수다를 떠는 학생 같은 대화였다. 대화 내용이 자신의 이후를 정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흐뭇한 광경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니나는 저 대화에서 풍겨오는 음란함을 눈치채고 있었다.

     ‘어차피 또 부끄러운 꼴을 하게 될 거야…… 그러니까 적어도, 제발……! 지금까지 보다는 덜 부끄럽게 해주세요……!’

     그런 덧없는 부탁을 하는 동안에 메이드들의 얘기가 끝나, 전원이 니나를 쳐다보았다.

     “그럼 니나 양 전용 ‘걸레’를 줄 테니까 일단은 이걸 물로 적셔줄래?”
     “아, 네…….”

     대답과 동시에 둥글게 말린 하얀 천을 건네받았다. 잠깐 본 느낌으로는 걸레라기보다는 고급스러운 천을 사용한 무언가처럼 보여, 천을 펼쳐보았다.

     “이, 이건……!!!?”
     “어머, 왜 그러세요?”
     “왜, 왜 그러냐니…… 이, 이건, 제 팬티잖아요……!”
     “어머, 그랬나요?”

     그렇다. 건네받은 건 아까 대기실에서 벗은 니나의 하얀 속옷이었다. 혼란해하는 니나에게 아세로라는 손으로 입을 가리며 놀라는 척을 했다.

     “죄송해요. 대기실에 떨어져 있길래 누가 버리고 간 건 줄 알았네요. 설마 니나 양의 물건일 줄이야♡”
     “버, 버리고 갔다니…… 저는 제대로…….”
     “뭐어, 세세한 건 넘어가자. 그래도 곤란한걸, 걸레라고 생각했던 게 팬티였다니. 이러면 청소는 힘들겠네.”

     언성을 높이려는 니나를 가로막듯이 알로에가 실실 웃으며 말했다. 그러자 베리가 “어머, 왜요?”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대로 쓰면 되잖아요. 니나 양의 속옷을 걸레로♡”
     “네……?”

     너무나도 당연하다는 듯이 말하는 바람에 니나도 바로 반응하지 못하고 되묻고 말았다. 하지만 알로에는 아주 명안이라는 듯이 손뼉을 치며 반응했다.
     지금까지의 흐름이 마치 대본 같은 걸로 컨트롤당하고 있는 듯한 감각이 들어, 몸이 떨렸다.

     “아아, 그것도 그렇네. 이 애는 이제 손님이 아니라 우리의 후배니까.”
     “예. 맞아요. 그러니까 조금 정도는 참는 법도 배워야겠죠♡”
     “자, 잠깐…….”
     “후후, 그럼 시작할까요? 양동이에 물은 떠 놓았으니까, ‘그 걸레로 바닥 청소를 시작해주세요.’”
     “우앗…….”

     니나의 말은 당연한 것처럼 무시당하고, 무자비하게 ‘부탁’을 듣게 되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몸이 움직이는 감각.
     아아, 또 시작됐구나, 라고 이해한 순간 고개를 들던 반항심이 고개를 숙였다.
     요 며칠간의 조교는 확실하게 니나의 몸과 마음을 좀먹어가고 있었다.

     “우우…… 훌쩍…….”

     물이 담긴 양동이 속으로 속옷을 집어넣는다. 젖은 속옷을 걸레처럼 쥐어짜고 펼치자, 진짜 걸레처럼 잔뜩 주름 잡힌 속옷이 완성되었다.

     메이드들이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온다. 몸을 보이는 것과는 또 다른 수치심에 니나는 고개를 숙였다. 사람으로서의 존엄을 스스로 짓밟는 듯한—— 그런 감각.

     ‘나…… 얼마나 더 이상해져 버리는 걸까…….’

     몸이 멋대로 엎드리며 오른손이 바닥을 속옷으로 닦기 시작한다.
     바닥의 더러움을 닦으며 점점 더러워지는 자신의 속옷을 보며, 마치 지금의 자신 같다며 자조적인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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