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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78. 신참 메이드 니나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8. 30. 13:26

     다음 날 아침. 아주 맑은 하늘과는 대조적으로 니나의 표정은 어두웠다.
     그 이유는 두 개.
     한 가지는 수영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치욕을 받아왔지만, 개 목걸이의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에게 그렇게까지 알몸을 보인 적은 처음이었다. 특히 로커 룸에서 강제로 하게 된 최악의 자위를 들킨 것이 니나의 마음을 어둡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들킨 것은 뒷모습뿐이기 때문에 얼굴은 들키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절대로 들키지 않았다는 보장은 없어…… 우우…… 혹시 들켰다면…… 나, 이제 밖에 나갈 수 없어…….’

     몇 번째인지 모를 무거운 한숨을 내뱉고 천천히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시선 끝에는 호화로운 집들이 늘어선 구역이 보였는데 그곳에 니나의 표정을 어둡게 만드는 또 한 가지의 이유가 있었다.

     “오늘은…… 안제 씨가 있는 곳에…….”

     뇌리를 스치는 부끄러운 기억들 때문에 자연스럽게 얼굴이 뜨거워졌다. 수많은 메이드들 앞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였을 때의 기억은 아직도 니나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겨져 있는 것이다.
     ——하지만 오늘만은 설령 ‘부탁’을 받지 않았더라도 니나는 저곳에 있는 저택에 가야만 했다.

     ‘미라 씨…… 괜찮겠지…….’

     그렇다. 인질로 잡힌 미라르마가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리스크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도와준 은인이 자신 때문에 심한 일을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자 마음이 짓눌릴 것 같았다.

     ‘무섭지만…… 가야만 해…….’

     그리고 어떻게 해서든 미라르마만이라도 구한다. 그렇게 마음먹고 니나는 방을 나섰다.



     미라르마네 저택에 도착하자 니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인지, 문 앞에는 안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니나 양. 오늘은 꽤 빨리 와주셨네요. 기뻐요♡”
     “안녕하세요……. 약속했으니까요…… 오늘부터 메이드로서 일한다고.”
     “예. 그랬죠. 저번 주는 다른 메이드들에게 인사하느라 바빴으니까, 오늘이 니나 양의 첫 출근이 되겠네요.”
     “그, 그렇게 되네요…….”

     다른 메이드들에게 인사라는 말에 저번 주의 악몽 같았던 시간이 떠올라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모처럼 빨리 와주셨으니까 빠르게 일을 시작하죠. 자, 들어오세요♡”

     안제가 손에 든 무언가를 조작하자, 끼익하고 문이 열렸다. 저 호화로운 문이 마치 커다란 감옥의 문처럼 보여서 니나의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말았다.



     저택 안을 안내받으며 도착한 곳은 경대와 의자, 그리고 탈의실이 잔뜩 늘어선, 아마도 메이드들의 대기실처럼 보이는 곳이었다. 그 방 가운데에 있는 커다란 테이블에 마주 보고 앉은 후, 안제가 말했다.

     “자, 그럼 일을 시작하기 전에 일단은 니나 양이 메이드복으로 갈아입어 주셨으면…… 했었는데요.”

     라고 말하며 처음으로 안제의 표정이 유감이라는 듯이 어두워졌다.

     “미안해요. 니나 양의 사이즈에 맞는 메이드복을 찾을 수가 없어서…… 지금 오더 메이드로 만드는 도중인데요. 아직 완성되질 않아서요.”
     “오, 오더 메이드……?!”

     안제에 입에서 나온 불온한 단어에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가 뒤집히고 말았다.

     “다음 주에는 완성될 거라고 생각하니까 오늘은 저번 주와 같은 모습으로 부탁드려요.”
     “아,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 저기, 저번 주랑 같은 모습이라는 건 혹시……”
     “어머, 잊어버리신 건가요? 카추샤와 에이프런이랍니다♡ 물론 옷을 더럽히면 안 되니까 알몸으로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찝찝한 표정을 지으며 끄덕이는 니나. 사실은 정말 싫었지만, 지금 반항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좋지 않다.
     안제의 기분을 언짢게 만들면 그녀의 창끝이 미라르마를 향하게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우후후…….”

     안제도 그걸 알고 있는 건지,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기쁘다는 듯이 웃었다.

     “그렇게 걱정되나요? 주인님이♡”
     “읏.”
     “괜찮아요. 저희들은 주인님의 메이드인걸요? 심한 일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이라며 안제가 검지를 들어 올린다.

     “니나 양이 주인님과 만나고 싶다면…… 알고 계시죠?”

     안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니나. 알고 있었다. 처음부터 거부권 따위는 없다는 것을.

     “다행이네요♡ 그런 똑똑한 니나 양에게는 좋은 걸 드려야겠네요♡”
     “조, 좋은 거……?”

     활짝 미소 짓는 안제에게서 안 좋은 느낌이 든다. 그리고 그 감각은 유감스럽게도 적중하고 말았다.

     “짠! 이거예요!”
     “저…… 그, 그건…….”
     “네. 기저귀예요♡ 니나 양에게는 오줌을 싸는 버릇이 나을 때까지 기저귀를 차고 일을 해주셔야겠어요♡”

     안제가 손에 든 것은 새하얗고 뻣뻣한 기저귀였다. 아기들이 차는 것과 똑같은 디자인이다.

     “이걸…… 차라고요……? 이런 부끄러운 걸…….”
     “맞아요. 그 나이가 돼서 기저귀를 차는 건 분명 니나 양뿐일 거예요. 아주 부끄러운 일이죠? 하지만 부끄럽기 때문에 기저귀를 때기 위해 오줌을 참을 수 있을 테니까요. 기저귀를 때기 위해 열심히 참아봐요♡”
     “…………네. 알겠습니다…….”

     나에게 거부권은 없다.
     지금부터 시작될 지옥의 시간을 상상하고 니나는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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