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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0년 9월 13일의 GJ부
    소설(백합 아님)/○○○○년 ○월 ○일의 GJ부 2020. 9. 15. 02:06

     평소의 패밀리 레스토랑. 평소의 일요일.

     맞은편에 앉아있는 마오는 약간 기분이 나빠 보인다. 기분이 나빠 보인다고 할까…… 기운이 없나?

     테이블에 볼을 붙인 채로 일어날 생각이 없어보인다.

     "부장님. 기운 좀 내세요~. 부장님이 기운 없으면, 저까지 기운 빠져버려요~."

     "으…… 너는 왜 갑자기 사람을 꼬시는 거야."

     마오는 볼을 테이블에서 때며 말했다.

     "네? 제가 꼬셨다고요? 언제요? 어디가 그랬죠?"

     "자각 없냐."

     잘은 모르겠지만 다행이다. 약간 기운이 난 것 같아. 하지만 되찾은 기운은 바로 다 써버렸는지, 마오는 테이블에 누웠다.

     "괜찮아~. 기운이 없는 게 아니라…… 침울해진 것뿐이야~."

     "부장님은 왜 침울해지신 거예요?"

     "6월이었잖아? 그게 코로나인지 뭔지로 흘러가서 벌써 9월이라구? 도대체 언제가 되려나~라고 생각했더니 왠지 우울해져서 말야~."

     "아아……"

     이제야 부장님의 말을 이해했다.

     "역시 그거려나~. 올림픽처럼 연기라는 건 어른들의 사정일 뿐이고 사실은 100% 중지 확정이라는 그거~. 그렇구나~. 그런 거구나~."

     "저는 전혀 신경 쓰이지 않지만요. 오히려 안심했어요."

     "너. 그런 점은 달라지지 않네. 지독한 녀석이라는 거지. 중지돼서 침울해하는 녀석을 앞에 두고 "저는 중지돼서 기쁜데요." 같은 말을 보통 하냐?"

     "아아, 죄송해요. 배려가 부족했네요."

     "그리고 그 경어는 언제가 돼야 그만둘 건데?"

     "하하하."

     나는 힘없이 웃었다. 경어를 그만두고 '저'에서 '나'가 되어 오레맨이 되면 마오는 "근질근질거리니까 안 돼~!"라고 말하는 것이다. 도대체 어쩌라는 거지?

     "부장님은 소녀니까요~."

     "뭐냐 그 말투는."

     "저희 카스미는 식 같은 건 됐으니까 그 돈 전부 저금해. 라던데요. 참 견실하죠?"

     "우와. 남자답네."

     "오히려 켄켄이 더 아쉬워했어요. 식에."

     "그 둘도 참 신기하다니까. 그거지? 붙었다가 떨어졌다가를 반복하고 있지? 고등학생 때부터. 한 번 정도라면 이해할 수 있지만, 몇 번이고 그러는 건 이해가 안 돼."

     "그렇네요. 처음은 중학생 때였죠."

     "그건 괜찮은 거냐? 여동생을 좋아하는 오빠로서"

     "처음 한, 두 번은 사투를 벌였지만 몇 번이나 하면 질리더라고요."

     "질리는 거구나~."

     "뭐, 오빠로서는 안심이에요. 몇 번이나 반복한다는 건, 한때의 정열이나 관심 같은 게 아니라 인생을 함께할 파트너로서 골랐달까, 타협했다는 실리적인 판단이니까요."

     그런 얘기를 하며 부장님의 상태를 살핀다.

     마오는 아직 테이블에 쓰러진 채다. 소녀병의 증상은 심각하다.

     "아직 기운이 안 나나요?"

     "그렇네~. 소녀로서는~. 역시~. ……하아."

     동정해주고 싶지만, 이것만은 역시 모르겠다.

     이럴 때는 무리해서 맞추지 않는다. 무리해서 이해했다는 표정을 짓지 않는다. 자신의 감성을 굽히지 않는다. 는 게 두 사람이 정한 약속이다. 긴 시간 사귀며 얻은 지식이다.

     "켄켄한테도 있는 소녀심이 너한테는 조금도 없냐? 식에 동경해 본 적 없어?"

     "명예보다 실리를 택한다. 라고 말해 두죠."

     "실리?"

     "그야 저희 두 사람은 동거하고 있잖아요. 형태만 갖추는 식보다 그런 게 더 중요해요."

     "도, 동거라니——! 그건! 안 돼! 그 단어는! 안 돼!"

     "어? 안 돼요? 왜요?"

     "새, 생생하니까…… 금지야! '룸 셰어'라든가, 그런 말로 해!"

     "룸 셰어는 그냥 친구끼리 하는 거예요. 저희는 그냥 친구였나요?"

     "으…… 그, 그건……"

     마오의 얼굴이 새빨갛게 되었다.

     귀여워. 조금만 더 괴롭히고 싶다. 하지만 신사로서 꾹 참는다.

     "어린이 정식과 햄버그 나왔습니다~♡"

     평소의 웨이트리스 누나가 평소의 강철 미소와 함께 요리를 가지고 왔다.

     "와아♡ 마오 어린이 정식 엄청 좋아~♡"

     그녀는 갑자기 밝아졌다. 기운 넘치는 초등학생이었다.

     덧붙여서 오늘은 데이트 중이다. 즉 멋을 부리고 있다. 마오의 복장은 JS룩이다. 아직도 어울리는 게 무섭다. 전혀 위화감이 없다.

     기운찬 그녀를 바라보며 밥을 먹었다.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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