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63. 알몸으로 수영 2/2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8. 6. 22:41

     처음에는 그것이 자신에게 하는 말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한 번 더 호루라기를 불며 “들리니? 괜찮아?”라며 이번에는 명백하게 자신을 보며 말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기 때문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 저, 저요……?”

     혼란에 빠져 멈춰 서있자 호루라기를 불었던 여성——아마도 수영장의 감시요원——이 종종걸음으로 니나에게 다가왔다.

     “다행이야. 의식은 있구나. 자, 빨리 올라오렴.”
     “……네?!”

     그렇게 말하며 손을 뻗는 여성에게 니나는 멍청하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왜, 왜 저를……”
     “멀리서 너를 봤을 때에도 움직임이 이상했고, 근처에 와서 보니까 얼굴도 엄청 빨갰으니까…… 몸이 안 좋은 거지? 무리하지 말고 빨리 올라오렴.”
     “그, 그게……”

     물속에 있는 데도 불구하고 땀이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위험하다. 엄청나게 위험하다. 이대로라면 이 여성의 ‘선의’에 의해 니나는 수영장 밖으로 나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끝이다. 지금까지 들키지 않고 여기까지 온 노력, 그리고 니나의 이후 인생이 전부 끝나버린다.
     무조건, 어떻게든 이 여성을 설득해야 한다.

     “모, 몸은 괜찮아요. 걱정하지 마세요……! 으음, 저기…… 수, 숨을 얼마나 참을 수 있을지 시험해 본 것뿐이에요. 어, 얼굴색은 금방 원래대로 돌아갈 거예요……”
     “아니, 그렇게는 보이지…… 어라?”

     감시요원은 니나의 얼굴을 보고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방금까지는 새빨갛게 물들어있던 니나의 얼굴이 오히려 새하얗다고 표현해야 할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 갑작스러운 변화는 옆에서 보면 이상해 보일지도 모르지만, 니나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것이었다. 보여지고 있는 곳이 얼굴뿐이라서 그 부탁의 효과가 발동되지 않는 것도 있지만, 이대로 수영장 밖으로 나가게 됐을 때 어떻게 될지, 라는 공포가 흥분을 억눌렀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틀림없이 ‘느끼고’만다. 수영장의 손님이나 걱정해 주고 있는 감시요원에게 알몸을 드러내는 걸로 쾌감을 느끼고, 절정해버리는 것이다.
     그것이 너무나도 무섭다. 꼴사나운 치태를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무서운 것이다.

     ‘제발 그냥 돌아가 줘……!’

     심장의 고동이 더욱 빨라진다. 물에 젖어 있어서 알기 힘들지만, 니나는 울먹이는 눈동자로 여성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부탁이 통한 것인지 여성은 미소를 지으며 뻗었던 손을 거두었다.

     “……그랬구나. 멈춰 세워서 미안해. 재밌게 놀렴…… 무리는 하지 말고.”
     “아,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는 감시요원을 배웅하며 니나는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다, 다행이야. 들키지 않아서……’

     약간만 틀어졌어도 수영장에서 알몸을 공개하게 됐을 것이다. 심장이 귀를 대지 않아도 알 수 있을 정도로 두근거리고 있었다.

     ‘이런 일이 몇 번이고 일어나면 심장이 버티질 못할 거야……’

     니나는 빨리 필름과 합류해야 한다는 결의를 새롭게 다지고 쭈뼛쭈뼛 걷기 시작했다.



     “수고하셨어요~♡ 어땠어요 선배. 즐거웠어요?”
     “……뭐하고 있는 거야.”

     수영장을 한 바퀴 돌고 원래 있던 장소에 돌아온 니나를 적당히 마중하는 필름에게 한 소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곳에는 침대처럼 몸을 기댈 수 있는 의자에 반쯤 누워서 우아하게 주스를 마시는 필름의 모습이 있었기 때문이다.

     “뭐하고 있냐니…… 왜 그래요? 그렇게 무서운 목소리로. 혹시 화났어요?”
     “다, 당연히 화내고 있지! 아, 알몸으로 수영장을 돌게 하다니…… 게다가.”

     째릿. 하고 필름을 노려본다.

     “뭘 그렇게 느긋이 있는 거야?! 나는 들킬뻔했는데……!”
     “아하하. 감시요원한테 붙들린 거 말이죠? 그때는 저도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냥 가주다니 운이 좋았네요♡ ……아, 애초에 붙들린 시점에서 운이 좋다고 하긴 그런가요?”

     다른 사람의 일이라는 듯이 실실 웃는 필름. 니나는 그 반응에도 분노했지만, 심호흡을 해서 어떻게든 진정시킨다. 그렇다. 지금은 화를 내는 것보다도 중요한 일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것보다 수영복, 빨리 돌려 줘……!”
     “수영복…… 아아, 잊고 있었어요.”

     그렇게 말하고 필름은 의자 아래에 손을 뻗어 수영복을 집고 흔들흔들 들어 올리더니——

     “에잇.”
     “……뭐?”

     그것을 동글게 말아서 많은 사람들이 헤엄을 치고 있는 수영장 한가운데로 던져버렸다.

     “자, 2라운드 시작이에요♡”

     풍덩. 자기 자신도 수영장에 뛰어들고는 필름은 마음속으로부터 즐겁다는 미소를 지었다.

    '소설 > 예속의 개 목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65. 부끄러운 보물찾기 게임 2/2  (1) 2020.08.07
    64. 부끄러운 보물찾기 게임 1/2  (0) 2020.08.07
    62. 알몸으로 수영 1/2  (1) 2020.08.06
    61. 보이지 않는 옷 2/2  (0) 2020.08.05
    60. 보이지 않는 옷 1/2  (0) 2020.08.05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