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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2. 알몸으로 수영 1/2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8. 6. 22:05

     다음날. 니나와 필름은 둘이서 마을 변두리에 있는 작은 수영장에 와 있었다.

     ‘최악이야…… 최악최악최악!!!’

     그리고 그 수영장 속에는 고개만을 내놓은 상태의 니나가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로 원망의 말을 되풀이하고 있었다. 한계까지 몸을 가라앉히고 있기 때문에 입속에 몇 번이고 물이 들어와서 숨쉬기가 힘들었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다.
     그 ‘이유’를 떠올리고 니나는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 수영장을 한 바퀴 돌고 오면 수영복을 돌려 드릴게요♡”
     “자, 장난치지 마!! 아, 잠깐, 가, 가지 마!”

     몇 분 전, 수영장에 들어오자마자 부탁을 발동시킨 필름에 의해 니나는 수영복을 빼앗긴 채로 수영장 안에 방치당한 것이다. 혼자서, 알몸으로 수영장을 한 바퀴 돌지 않으면 수영복을 주지 않겠다는 선언만을 남기고.

     ‘이상하다고는 생각했어…… 수영장에 왔는데 “수영복은 뭘 골라도 상관없다.”니 개 목걸이의 영향을 받은 사람이 할 말이 아니니까!!’

     수영장에 왔는데 수영복을 지정하지 않은 시점에서 눈치챘어야 했다. 수영장에서 욕보이는 데에는 이상한 수영복을 입힐 거라는 선입견이, 알몸으로 방치된다는 최악의 가능성을 떠올리지 못하게 한 것이다.

     “앗…… 푸우.”

     또 입속에 물이 들어올 뻔해서 니나는 힘들게 숨을 내뱉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들어도 이 이상 몸을 꺼낼 수는 없다. 어깨가 보이는 것만으로도 원래 있어야 할 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들키기 때문이다.

     “하아…… 하아……”

     그래서 니나는 한계까지 몸을 가라앉히고 다른 사람들이 즐겁게 헤엄치고 있는 가운데를 피해 바깥쪽을 천천히 걸어서 한 바퀴를 돌려고 하고 있었다.

     ‘이걸로 반쯤 왔나……’

     다행히도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누군가가 이쪽에 온다는 것을 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사람과의 접촉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읏?!”

     갑자기 다리가 가라앉는 바람에 얼굴까지 물에 빠지고 말았다. 니나는 서둘러서 몸을 띄었지만, 그와 동시에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

     ‘여기, 다른 곳보다 깊어…… 다리가 안 닿는데.’

     니나는 바로 아슬아슬하게 다리가 닿았던 뒤쪽으로 이동하고는 당장에라도 울 것 같은 표정을 지었다.
     다리가 닿지 않는 곳을 걷는 것은 불가능한 데다 그렇다고 해서 몸을 숨긴 채로 뿅뿅 뛰며 나아가는 것은 너무나도 눈에 띈다. 몸을 숨기기 위해 눈에 띄는 짓을 하는 것은 너무 바보 같은 데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뛰는 것은 체력적으로도 힘들다.

     ‘……역시 헤엄쳐서 갈 수밖에 없나?’

     가장 확실한 방법은 ‘다리가 닿지 않는 곳’을 빠르게 헤엄쳐서 빠져나가는 것이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으로 빠르게 다리가 닿는 곳까지 헤엄쳐버리는 것이다.
     하지만 이 작전에도 결함은 있다.
     주위를 경계하는 것이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다른 좋은 방법이 떠오르는 것도 아니다. 니나는 어쩔 수 없다고 자신을 타이르며 각오를 다졌다.
     머리만을 물속에서 꺼낸 채로, 엉덩이가 뜨지 않도록 주의하며 평영으로 나아간다.
     속도만을 생각한다면 크롤이 낫지만, 크롤은 평영에 비해 소리가 큰 데다, 팔을 물 밖으로 꺼내야 할 필요가 있는데 최악의 경우에는 가슴이 보이게 될 가능성도 있다. 니나에게는 그런 커다란 리스크를 지면서까지 속도를 우선할 용기가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하아!!!”

     ‘다들 수영복을 입고 수영을 즐기고 있는데 나만 알몸이야. 알몸으로 수영을 강요당하고 있어……’

     “응.”

     아무도 만지지 않았을 터인 하복부에서 오싹한 감각이 느껴진다.


     ‘안 돼, 안 돼. 의식하면 안 돼……!’

     그 감각에 몸을 맡기면 어떻게 되는지 알고 있는 니나는 필사적으로 그 자극에서 의식을 돌렸다. 전날 리네아의 부탁을 받은 후로 노출행위 그 자체에 강한 쾌감을 느끼게 된 니나에게 있어서 지금의 행위는 그야말로 자위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렇기 때문에야 말로 이 쾌감에 몸을 맡기면 이런 공공장소에서, 게다가 혼자서 절정하게 될 것이다.

     “그런 거, 싫어…… 그런 변태가 되고 싶지는 않아……”

     주절주절 혼잣말을 내뱉으며 어떻게든 바닥이 깊은 곳을 돌파했다.
     무리한 자세로 수영한 탓에 체력을 상당히 소모했지만, 그 덕에 앞으로 1/4 정도가 남았을 뿐이다.
     앞으로 조금, 앞으로 조금 힘내면 이 수영장에서 빠져나갈 수 있다.

     “잠깐, 거기 너 괜찮니?”

     니나가 아주 잠깐 방심한 순간. 시설 전체에 울려 퍼지는 듯한 호루라기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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