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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최고의 선물 · 중편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6. 28. 21:14
‘아, 이 반응은 위험한데……’
그녀가 하는 ‘당연한 반응’에 플랑 안의 흥분이라는 감정이 푸쉬익 이라는 소리를 내며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는 건, 실수했다는 후회였다.
‘뭐, 뭐하는 거야 나는!! 추, 충동적으로 말을 걸다니……!’
완전히 날아올랐었다. 방금까지 소녀의 알몸을 떠올리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욕망을 제어할 수가 없었다.
‘——빨리 도망가야 해!’
자신이 했으면서도 최악의 발상이었지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멈춰버린 소녀에게서 등을 돌리고 큰길로 달려 나가려고 한 순간——.
“기, 기다려요!”
“읏…….”
떨어지려고 한 플랑의 손이 강한 힘으로 붙잡혔다. 아아, 끝났다—— 플랑의 머릿속에 포기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사진을 돌려주는 걸로 봐주지 않으려나……’
그런 현실도피 같은 생각이 떠오른다. 아아, 이게 벌인가. 라며 플랑의 어깨가 축 처진다. 명백하게 싫어하는 소녀의 알몸을 떠올리며 몇 번이고 자위를 한 자신에게 내린 벌. 사과하는 정도로 끝날 리가 없다. 벌금, 감옥, 아아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되지, 라며 여러 생각이 떠올랐다. 그런데.
“……”
“저, 저기……”
소녀는 손을 잡은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상황에서 가해자로 돌아선 플랑에게 화를 내지도, 왜 그런 짓을 했냐는 비난도 없었다. 그저 손을 잡고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저, 기……”
플랑은 입을 씰룩거리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머리를 긁적였다. 혼나는 것도 붙잡히는 것도 물론 싫었지만, 이 긴장감 속에서 계속 기다리는 건 힘들다.
“어, 어라……?”
그러고 있자, 소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당신, 요전의 술집에서 만난 점원이죠?”
“네? 아, 네. 그, 그런데요.”
반사적으로 끄덕였다. 하지만 끄덕인 후에 플랑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떠올랐다.
‘혹시 지금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건가……? 그러면 왜 그렇게 무서워한 거지……’
눈앞의 소녀의 행동이 이해가 가질 않아서 머릿속의 혼란이 점점 커다랗게 되어 갔다. 그렇다면 소녀는 도대체 왜 자신을 붙잡은 걸까.
생각에 빠진 플랑을 옆에 두고 소녀는 중얼중얼 혼잣말을 한다.
“왜, 왜…… 하필이면 오늘 사람이랑 만나버리는 거야…… 이런 곳, 평소에는 사람 없는데…… 그래도 이 사람이라면 신고 같은 건 하지 않겠지……”
좋아, 라며 소녀는 결심한 것처럼 주먹을 쥐었다.
“저, 저기……”
“넷.”
소녀의 긴장이 플랑에게 까지 전염된 듯, 꿀꺽하고 침을 삼킨다.
“……저와 야한 일을 하지 않으실래요?”
“…………네?”
소녀가 발한 예상 밖의 말에 플랑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작은 소녀에게 손을 붙잡힌 채로 뒷골목을 지나며 플랑은 생에 최대의 혼란 속에 빠져 있었다.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그저 멍하니 소녀의 등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건 꿈인가……? ……그렇겠지? 이렇게 좋은 얘기가 꿈이 아니라면 뭐겠어.’
끝에는 상황을 현실로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왜 그래요?”
“아, 죄, 죄송해요. 일을 끝낸 직후라서 조금 지치는 바람에.”
“그런가요…… 금방 도착하니까 힘내 주세요.”
소녀는 적당히 말을 건네고는 다시 걸어갔다.
‘정말로, 정말로 할 수 있는 거야……? 이 애랑 야, 야한 일을.’
복수를 위해 속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가능성이 머릿속을 스친다. 아니, 그게 더 자연스럽다. 그야 소녀가 자신을 유혹할 메리트가 없는 것이다. 그런 행위를 즐기기 위해 유혹한다고 하더라도 이전에 자신을 협박하는 데 쓰인 상대를 유혹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도착했어요.”
또다시 생각에 잠겨있던 플랑의 의식이 현실에 끌려 나왔다.
눈앞에는 본 적 없는 숙소가 있었다. 소녀가 “이쪽이에요.” 라며 손짓으로 부른다. 아무래도 이곳이 목적지였던 것 같다. 경계를 하기는 했지만, 여기까지 와서 도망쳐봤자 붙잡혔을 때의 죄가 무거워질 뿐이다. 포기하고 숙소에 들어가서 안을 걷다가 5번째 방 앞에서 소녀의 발이 멈췄다.
“여기에요. ……들어와 주세요.”
약간 고개를 숙이고 작은 목소리로 말하며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엄청나게 긴장하며 로봇 같은 움직임으로 플랑도 따라 들어갔다.
‘우, 와……’
달콤한 향기가 났다.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다른 사람의 향기. 그것만으로도 뇌가 녹을 것 같았다. 자연스럽게 심호흡을 하게 될 뻔해서, 서둘러 자신을 제어한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건 너무 기분 나쁜 사람이다.
‘둘이서 사는 건가……’
사악한 망상을 떨쳐내기 위해 주위를 둘러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놓인 물건이나 두 개의 침대, 그리고 방을 반으로 나눈듯한, 방향성이 다른 취미를 보면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혹시나 하면 요전에 같이 있던 소녀와 살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부끄러우니까 너무 보지 말아 주세요.”
플랑의 시선에 눈치챈 것인지, 그런 말을 하며 침대에 허리를 내리는 소녀의 얼굴은 마치 장미처럼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여기에 앉아 주세요.”
“아, 네.”
자신의 옆에 앉으라는 소녀의 말에 따라 딱딱한 움직임으로 침대에 허리를 내린다.
“그럼…… 시작해, 주세요……”
“저기, 저, 정말로, 만져도 돼요……? 싫지…… 않아요?”
“……그런 거, 싫은 게 당연하잖아요.”
“네? 죄송해요. 지금, 뭐라고……”
“……아뇨, 훌쩍……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 제가 기분 좋아지고 싶을, 뿐이니까요……”
말과는 다르게 그 음색은 명백하게 무서워하고 있었다. 아니, 완전히 울고 있는 것처럼 들린다. 그 말이 본심이 아니라는 것은 바보라도 알 수 있었다.
‘그러면 도대체 왜 이런 일을……’
그것만은 정말로 모르겠다. 혹시 이 순간조차 그 소녀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걸까? 대충 보기는 했지만, 숨어 있을 만한 곳은 없었고, 그런 마법의 기색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 계통의 마법은 상당히 고위의 것이 아닌 한은 플랑이 봐도 알 수 있을 터였다.
망상에 가까운 추리가 머릿속에 떠올랐다가 사라져 갔다. 예상이라면 마음대로 되지만, 그것이 진실이라는 확증이 없는 한은 해결까지 가지 않는다.
‘안 돼……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모르겠어…… 그치만.’
꿀꺽, 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 소리를 냈다는 쪽이 더 정확할 것이다. 플랑이 의식할 필요도 없이, 몸은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눈앞의 소녀에게 욕정하고 있던 것이다.
——뭐, 됐나.
어려운 건 나중에 생각하면 된다. 지금은 자신이 처한 상황이 얼마나 행운인지를 이해하고, 음미하고—— 마음껏 만끽해야 한다.
“——마, 만질게요.”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마찬가지로 떨리는 손을 뻗는다. 손가락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소설 > 예속의 개 목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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