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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1. 지옥 같은 접객 · 중편 1/4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6. 10. 18:11

     가게 안에 들어온 시스터에게 놀라서 아무런 말도 나오질 않는 니나. 시스터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바라볼 뿐이었지만, 니나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기분이었다.

     “어라, 니나. 이 시스터 씨와는 아는 사이야?”

     무스가 서로를 바라본 채로 굳어버린 두 사람의 사이에 들어가 질문한다. 질문을 받고 정신을 차린 건지 리네아가 대답했다.

     “예, 이 마을에 왔을 때부터 친하게 지내 줬어요…… 그런데 무스 씨도 니나 양과 아는 사이 셨나요?”
     “아하하, 뭐 그렇지. 시스터 씨처럼 옛날부터 아는 사이인 건 아니지만”
     “최근에 알게 되었다는 건가요?”
     “응. 사실은 그래. 인력 부족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얘길 했더니 흔쾌하게 도와준다고 하더라”

     완전히 거짓말이었지만, 반론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할 수 없었다. 사전에 지금 자신의 상황을 누군가에게 전하면 안 된다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어머, 그랬군요! 곤란해하는 사람에게 솔선해서 손을 뻗다니, 역시 니나 양이에요. ……게다가 그 유니폼도 아주 잘 어울리고요”
     “가, 감사합니다”

     온화하게 대화를 이어가는 두 사람. 하지만 니나는 그것을 보며 딱딱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이곳에 있는 두 사람은 개 목걸이의 영향을 받은, 니나의 적이나 마찬가지. 언제 결탁해서 니나를 괴롭힐지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은 뭘 사러 와준 거야?”
     “네. 불침번을 서는 동료에게 주려고요. 교회 사람들도 여기 케이크를 좋아하더라고요…… 사가면 엄청 좋아해요”
     “아하하,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네”

     두 사람의 대화를 적당히 흘려들으며 니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린다. 어떻게 해야 이 상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지.

     ‘……어라?’

     ——그러다 니나는 위화감에 눈치챈다.

     ‘매직 아이템의 진동이…… 멈췄네?’

     그렇다. 알바를 강요당한 이후 계속해서 진동하던 구체가 진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구나. 두 사람은 이상해진 상태지만, 서로가 이상해진 상태라는 걸 모르는 거야!’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니나의 반응으로 리네아와 아는 사이라는 것을 알아내더라도 리네아가 ‘이상해진’ 상태라는 것을 알아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런 상대에게 니나가 이상한 상태라는 걸 들키면 최악의 경우 가게 문을 닫아야 할 수도 있다.
     무스도 그런 리스크를 안고서 까지 니나를 괴롭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 거겠지. 지금의 리네아라면 그거 좋다면서 함께 리나를 괴롭히겠지만, 무스는 지금의 리네아의 상태를 모르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자 약간이지만 마음이 편해진 기분이 들어서 흘려듣던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오늘은 추천할만한 게 있나요? 전에 추천해 주셨던 체리 무스케이크가 엄청 맛있었으니까 다른 것도 먹어보려고요”
     “전부 추천! ……이라고 하는 게 가게로서는 정답이만, 그렇네, 솔직하게 대답하자면……”

     무스는 케이크가 진열되어 있는 케이스에 다가가 웅크려 앉는다.

     “오늘은 딸기가 품질이 좋았으니까 쇼트케이크가 추천이야. 그리고 타르트도. 달면서도 뒷맛도 깔끔하니까 불침번을 서면서 먹기도 괜찮을 테고”
     “와아, 딸기라…… 좋네요! 그럼, 쇼트케이크랑 타르트를 3개씩 주세요!”
     “고마워. ……니나, 부탁해”
     “아, 알겠습니다. 금방 포장해————”

     갑자기 말을 걸어와서 당황하면서도 케이스를 열어 케이크를 꺼내기 위해 웅크려 앉는다. 그 순간 방금까지 자신의 인식이 얼마나 물렀는지를 알게 되었다.

     “——흐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응!?”

     진동이 멈춰있었던 구체가 갑자기 진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지금까지보다도 훨씬 강한 위력으로.

     “안 돼……! 읏, 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참는다는 선택지조차 주지 않고 니나를 순식간에 절정시킨다.

     “……아하하”

     가버리는 도중에 무스가 작게 웃는 소리가 귀에 들어왔다.
     그래서 알게 되었다. 무스가 ‘노리고 있었다’는 것을. 리네아가 있으니까 아무 일도 하지 않을 거라고 착각시켜서 희망을 가지게 하고선, 강렬한 일격으로 니나에게 보다 큰 치욕을 준 것이다.

     ‘너무해…… 너무해……! 게, 게다가……!’

     갑자기 눈앞에서 교성을 내며 주저앉아버린 니나를 보고 리네아는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는 놀란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그것도 아주 잠깐이었다.

     ‘아, 아…… 이젠 틀렸어’

     상황을 이해한 리네아의 표정이 ‘평소’의 리네아의 표정으로 바뀐다. 눈치채버리고 만 것이다. 지금 니나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그리고 생각하고 있는 거겠지 어떻게 즐길지를.

     “——죄송해요. 오늘은 평소와 다른 케이크도 먹어보고 싶은 기분이 되었어요. 니나 양, 이곳에는 어떤 케이크가 있는지 설명 좀 해 주실 수 있으시겠죠?”
     “……아, 우”

     리네아의 말에 니나는 공허한 눈동자로 신음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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