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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9. 귀여운 악마 · 하편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6. 8. 21:53

     ‘지금까지 이런 생각은 틀렸었고,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무런 저항 없이 치욕을 받을 수는 없다. 그런 짓을 해버리면 니나는 완전히 ‘꺾이고’말았다는 뜻이 되니까. ……솔직히 더 이상 대화로 어떻게 해볼 수 있다고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조금이라도 저항을 하는 것이, 니나가 자신의 마음을 지키기 위한 최대한의 방어였다.
     이번에야말로 라며 결의를 다지며 주먹을 꽉 쥔다.

     “저기, 죄송한데 한 가지만 여쭤봐도 될까요?”
     “응. 괜찮아. 뭔데?”

     아직 약간 멍해 보이는 무스는 방금과는 다르게 이쪽의 말에 반응해 주며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개 목걸이에 대한 거 ‘어디까지’ 알고 계신 건가요?”
     “으~응, 말로 하는 건 어렵네. 이상한 느낌이라서……”

     무스는 자신의 머리를 긁적였다.

     “나는 개 목걸이가 어떤 물건인가 눈꼽만큼도 몰라.”

     “그래도”라며 무스는 말을 잇는다.

     “그걸 어떻게 써야 하는지는 알아. 너를 본 순간 어째선지 머릿속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흘러들어 왔으니까”

     거기까지 말하고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자신도 왜 그런 걸 알고 있는 건지 이해하지 못하는 거겠지. 지금까지 피해를 받아온 그녀들과는 다르게 니나를 처음 보는데다 개 목걸이에 대한 설명도 들은 적이 없는 것이다. 어깨가 부딪혔을 뿐인 모르는 소녀에게 ‘그런 기분’이 든다면 그럴 만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야말로 이 사람이라면……!’

     그 때문에 그녀에게는 아직 이성이 남아있다. 그 점에 걸어보면 어떻게든 이 상황을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니나는 침을 삼키고는 핵심적인 질문을 한다.

     “……지금 무스 씨가 저에게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 솔직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으~응, 개인적으로는 말하고 싶지 않은데”
     “부탁드려요. 알려주세요. ……혹시 평소 자신이라면 절대로 하지 않을만한 생각을 하고 계신 것 아닌가요?”

     니나의 질문에 무스는 말문이 막히고 만다. 짐작이 가는 바가 있는지, 말하고 싶지 않은 듯이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단념하고 입을 열었다.

     “처음 만난 사람을 상대로 무슨 생각을 하는 거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응. 생각해버리고 마네. 이상한 일을. ……아까부터 계속, 너와 만났을 때부터, 엄청나게 괴롭혀서 비참하게 절정시키고 싶다고”
     “……읏”
     “아하하, 왜 물어봐 놓고는 그렇게 무서워하는 거야”

     한바탕 웃은 후에 “그래서 왜 그런 걸 물어보는 거야?”라며 무스는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부탁드려요. 제발 지금은 그 마음을 억누르고 저를 못 본 척 해주시면 안 될까요……?”
     “싫어”

     아무 주저 없이 똑 부러지게 말하는 무스에게 놀라고 만다.

     “어, 어째서……”
     “자신이 이상하다는 자각은 있어. 이런 거 평소의 내가 아니라는 감각도”

     그렇게 말하면서도 무스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검지를 빙글빙글 돌린다.

     “그래도 미안. 알고 있다고 해서 참을 수 있는 건 아니거든”
     “그럴 수가……! 죄악감이라든가 들지 않나요……! 이상하다는 걸 알고 있고, 그게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어째서……!”
     “이야~, 으~응. 아하하, 곤란한걸”

     무스는 눈썹을 八자로 만들면서 어깨를 으쓱인다.
     오싹, 하고 니나의 등이 얼어붙었다. 어느샌가 무스의 눈동자에는 지금까지의 피해자들과 같은—— 아니, 그녀들에게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보이는 것이다. 자신만 좋으면 다른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 자신이 즐겁기만 하면 된다는 그런 자기중심적인 광기가.

     “그야 무슨 짓을 하든 나한테 피해는 없는 거잖아? 그렇다면 뭐, 괜찮으려나”
     “괘, 괜찮으려나라니……!”
     “지금의 나에게는 즐거울 뿐이잖아. 그렇다면 멈출 이유는 없지 않겠어♡?”

     너무나도 무책임한 말이었다. 설득에 실패했다는 슬픔보다도 분노가 앞섰다. 니나는 그 분노를 말로 표현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지만,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거리를 좁혀오는 무스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멈칫하고 만다.

     “게. 다. 가. 네 외모가 내 취향이라는 건 아마 개 목걸이랑은 관계없을 테고♡”
     “읏……”

     말하면서 손가락으로 배를 쓰다듬어졌다. 부탁으로 움직임을 봉해진 것도 아닌데 그것만으로도 니나의 몸은 공포로 굳어버린다.
     개 목걸이의 힘을 이해하고 있는 이상 니나는 절대로 도망칠 수 없다.
     그것을 이해하고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경험이 니나에게 이 상황에 대한 공포심을 부채질하며 도망치라고 아우성친다. 게다가 이 사람은 지금까지 조종당했던 사람들과는 다른 것이다. 적어도 조금은 자신의 의지가 남아있는 상황. 개 목걸이만이 아닌, 저 사람의 의지가 남아있는 이 상황이 니나의 마음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었다.

     “아하하, 그러니까 그렇게 무서워하지 말라니까. 괜찮아. 여기서 무슨 짓을 하려는 건 아니니까. 그냥 살짝…… 가게 일을 도와달라고 하려는 것뿐이야♡”

     ‘가게’, ‘도와주다’. 이 두 개의 단어가 불온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일목요연했다. 또 어딘가로 끌려가서 그녀들이 한 것과 같거나 더 심한 일을 당할 게 뻔하다.
     니나는 울고 싶은 마음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그 자리에 꼼짝 않고 서 있는다. 당연히 무섭고, 이 이상 치욕을 받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차피 도망칠 수 없는 것이다.
     조금 전에 했던 결의는 순식간에 사라지고 니나의 마음에는 ‘포기’만이 남았다.
     무스는 그런 니나의 목에 손을 뻗어 개 목걸이의 표면을 쓰다듬고는 쿡쿡 웃었다.

     “자, 같이 즐기자. 아냐, 그게 아니네. 네 몸으로 나를 즐겁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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