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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8. 귀여운 악마 · 상편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6. 7. 21:16

     “오늘은 수고하셨어요♡ 자, 이건 오늘 급여예요”
     “……네”

     그렇게 말하며 건네어진 봉투를 죽은 눈으로 받아든다. 협박당해서 억지로 하게 된 메이드지만, 아무래도 이런 건 제대로 처리하는 듯하다.
     최근에는 저주 때문에 돈을 벌지 못해서, 여관비를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에 고맙기는 했지만, 그 대신 잃어버린 것을 생각하면,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럼, 다음 주에는 아침부터 와 주셔야 해요♡”

     저택 앞에서 손을 흔드는 안제의 배웅을 받으며, 니나는 1번 거리를 뒤로 했다.
     그렇다. 의외로 니나는 자신의 숙소로 돌아가는 것을 허가받은 것이다. 솔직히 저택에서 매일같이 치욕을 받게 될 거라고 절망하고 있었던 니나는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안제가 말하길 “다른 분들도 그렇게 하고 계신 듯하니까” 라고. 매주 1번…… 즉, 매주 같은 요일에 저택에 오면 된다는 말이었다. 배려 같지 않은 배려라고 생각하면서도, 1주일을 전부 메이드로서 지내지 않게 된 것은 솔직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마을을 흐느적거리는 발걸음으로 걸으며 귀로에 오른다.
     다른 사람과 만나게 되기 전에 바로 전이 마법을 사용해야 했지만, 정신적인 피로가 독이된 건지 마력이 얼마 회복되지 않아서 전이 마법을 사용할 마력이 부족했다.
     그 정도로 어제와 오늘 니나가 받은 정신적인 대미지는 컸다.
     메이드들에 의한 집단 레이프에 이뇨제의 영향으로 복도에서 오줌을 지리게 되질 않나, 그 벌로서 말도 안 되는 부탁을 받고, 게다가 대량의 메이드들 앞에서 치태를 보이고는 비웃음을 사기까지.
     그 하나하나가 니나의 마음을 후벼 파는 일인데다, 처음에 받은 상냥함과의 격차도 있어서, 지금까지 중에 가장 니나의 기력을 빼앗아갔다.
     다음 주에도 이런 지옥을 맛보야만 한다고 생각하면 절망으로 눈앞이 새까맣게 될 정도였다. 부탁만 없었으면 이제 일생동안 근처에도 가고 싶지 않다고 생각들 정도였다.

     ‘미라 씨는 괜찮을까……’

     단지, 그녀만은 걱정이었다.
     그 저택에 두고 올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지금도 미라르마의 몸이 치욕을 받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자 엄청난 죄악감이 덮쳐왔다. 일단은 손을 대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아내기는 했지만, 그것을 얼마나 지켜줄지……

     ‘역시 지금이라도 구해주러 가야……’

     아냐, 라며 니나는 바로 고개를 흔든다.
     자신이 가봤자, 틀림없이 능욕을 당하고 끝날 뿐일 것이다. 이 개 목걸이가 목을 감싸고 있는 시점에서 니나는 어린애가 상대라도 이길 가능성이 0%에 가깝다.
     오히려 자신이 간 걸로 상황이 악화되어 미라르마가 더 힘들어질 가능성 쪽이 크다.

     ‘이 개 목걸이의 힘은 어디까지나 나를 욕보일 기회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미라 씨는 괜찮을 거야……’

     근거 없는 이론이었지만, 지금은 그 생각을 믿을 수밖에 없다.

     “아차”
     “아, 죄, 죄송합니다”
     “으응. 나도 한눈을 팔고 있었……으니까……”

     멍한 머리로 생각을 하느라 앞에서 오는 사람을 보지 못하고, 가볍게 어깨가 부딪히고 말았다. 바로 사과하고 지나가려고 했지만, 상대의 상태가 이상하다.
     어째선지 이쪽을 빤히 바라보며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저기, 왜 그러세요?”

     누군가에게 말을 건다는 행위에 대한 위험성은 이해하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신경 쓰이고 말아서, 발을 멈추고 말을 건다.

     “……응~? 왜 이럴까? 머릿속이 이상한 느낌이야……”

     하지만 상대는 니나의 말이 들리지 않는 듯이 중얼중얼 혼잣말을 할 뿐이었다.

     “저기……”

     이쪽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으면서 눈만은 니나를 바라보고 있어서, 약간 섬뜩했다.

     “……으~응 뭐, 상관없나. 시험해 보면 알겠지”
     “왜, 왜 그러——”
     “‘그 자리에서 점프해 줘’”
     “어, 네!?”

     니나의 몸이 반사적으로 움직여, 그 자리에서 한 번 점프한다. ——조건반사적으로 움직인 것이 아니다. ‘부탁’을 받은 것이다.

     “아~ ……아하하, 그렇구나. 역시 그런 거였구나”
     “윽…… 어째서, 당신……!”

     납득했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이는 소녀가 무엇은 한 건지 관찰하기 위해 바라본다.
     일단은 외모. 봄에 피는 꽃 같은 아름다운 복숭아색의 마리카락을 보브컷으로 잘랐고, 키는 니나와 비슷한 정도였다. 가슴은 리아스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커다랬다. 용모는 니나와는 다른 방향으로 굉장히 귀여운 발랄한 소녀였다.
     틀림없는 미소녀다. 하지만 그것을 빼면 딱히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방금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부탁’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설마, 그 한순간에 개 목걸이의 힘이 발동했다는 거야!?’

     최악의 생각이 떠올라, 니나는 몸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에 휩싸였다.

     ‘너무 빨라……! 잠깐 어깨가 부딪힌 것뿐인데……!’

     정말로 이 단시간에 개 목걸이의 힘이 발동한 것이라면, 이제 정말로 밖을 걷지 못하게 된다. 미라르마의 저택에서 일어난 일을 생각해 보면, 개 목걸이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아, 갑자기 미안해. 자기소개도 하지 않고. ……나는 무스라고 해. 잘 부탁해”
     “무, 무스……?”

     그 이름은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니나는 머릿속의 기억을 뒤져서 어떻게든 기억해 낸다.

     ‘“실례합니다 주인님. 무스님께서 전날 주문하셨던 다과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그래, 맞아. 무스는…… 분명 그때 손님의 이름이었어…… 설마’

     모든 것을 이해하고 니나는 입술을 깨문다.
     무스는 그때 저택에 있었다. 그리고 저택에 있던 사람들은 미라르마를 제외하고 모두 개 목걸이의 영향을 받고 말았다.
     즉 그녀는 만난 적조차 없는데, 이 개 목걸이의 힘을 받은 것이다.

     ‘……최악이야’

     휘말린 것은 메이드들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매직 아이템을 지니고 있는 메이드들조차 저주를 받고 말았으니까, 우연히 찾아온 손님이 안전할 리가 없었는데.
     하지만 돌아가는 길에 우연히 마주치다니, 너무 운이 없다. 내가 도대체 신님에게 무슨 짓을 했다는 걸까.

     ‘하지만……’

     무스에게 다시 시선을 준다.
     눈앞의 소녀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다른 개 목걸이의 피해자들과는 다르게 느껴졌다. 특유의 정욕에 가득 찬 시선은 느껴지지만, 조금 전의 메이드나 리네아 등의 시선과 비교하면 약하고 아직 다소의 이성이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 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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