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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4. 벌 · 상편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6. 1. 17:39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언성을 높이고 화를 표출한다.

     “뭐가요?”
     “뭐, 뭐냐뇨……!! 저, 저한테 미라 씨를 가게 하라는 부탁 말이에요!”
     “그러니까 그게 왜요?”

     안제는 정말로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주인님은 저희에게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 니나 양은 도와준 은인에게 은혜를 원수로 갚는다…… 봐요, 정말 합리적인 벌 아닌가요♡?”
     “——”

     최악의 대답에 니나는 말문이 막혔다.
     피해를 받는 것이 자신뿐이라면 그래도 괜찮았다.
     하지만 미라르마를 끌어들이고, 자신의 손으로 미라르마를 욕보이게 하라고 할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아, 안 돼……!!! 제발 멈춰 줘……!!”

     뇌가 아무리 저항해도 부탁을 받은 몸은 니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미라르마에게 다가가, 니나는 소리를 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미라 씨 도망쳐 주세요!! 이대로라면 저——!”

     니나의 말에 끼어들듯이 안제가 입을 열었다.

     “후후,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주인님께서는 도망치셔도 괜찮답니다. 뭐, 그때는 지금부터 니나 양이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모르지만요♡”

     그렇게 말하고는 사악한 미소를 짓는다.
     최악이었다.
     애초에 니나를 지키겠다는 강한 의지로 이곳에 남아있는 미라르마다. 그런 말을 눈앞에서 들어버리면 미라르마는 절대로 도망치지 않을 것이다.

     “……미안해요 니나 양. 하지만 저는…… 당신을 두고 도망치는 일은 절대로 못해”
     “미라 씨, 속으면…… 앗!”

     도망치지 않으려는 미라르마를 설득하기 위해 재차 입을 열지만, 늦고 말았다.
     어느샌가 미라르마에게 다가간 니나의 양손이 작은 언덕에 닿은 것이다.

     “응……”

     그 순간 미라르마는 몸을 살짝 떨고는 짧게 소리를 낸다.
     겉으로는 볼을 빨갛게 물들인 정도였지만, 손가락에는 커다란 고동이 전해져서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미라 씨, 도망쳐 주세요…… 아직 늦지 않았으니까! 부탁드려요……!”

     니나는 그 말 외에는 할 수 없었다. 자신의 손이 은인을 모욕해 가는 것을 보고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응…… 후, 우으으……”

     누구도 만진 적 없는 언덕을 니나의 작은 손이 어루만진다. 그 움직임은 아직 음란하지 않은 가벼운 스킨십 정도였지만, 그럼에도 ‘처음’인 미라르마에게는 참기 힘든 치욕이었을 것이다.
     미라르마는 수치심에 고개를 숙이고 그 치욕을 견디기 위해 주먹을 꽉 쥐고 있다.

     ‘미라 씨…… 나 같은 건 그냥 내버려둬도 되는데……!’

     그런데도 불구하고, 조금도 도망칠 기색을 보이지 않는 미라르마에게, 니나는 괴롭다면, 힘들다면 그냥 도망쳐 줬으면 좋겠다는 감정으로 가득 찬다.
     ——하지만 미라르마가 니나에게 이 이상 지독한 일을 당하게 할 수는 없다며 필사적으로 치욕을 견디고 있다는 것도, 니나는 이해하고 있었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점점 악화되어 가는 상황. 이것이 메이드들이 상정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너무나도 악랄하고 교활한 상황이다.

     “아, 안 돼…… 그곳은…… 앗”

     그리고 또다시 자신도 모르는 새에 몸이 움직인 니나의 오른손이 미라르마의 스커트 속으로 들어간다.
     허벅지를 쓰다듬으며 점점 위로 기어 올라가——

     “응……!”

     약간 습기가 느껴지는 그곳에 닿아, 미라르마가 눈을 질끈 감는다.

     “죄, 죄송해요! 죄송해요…… 미라 씨……!”

     손가락 끝에서 느껴지는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감촉에 가능한 한 의식하지 않으려고 하며 계속해서 사과한다.

     “응…… 후아앙, 괘, 괜찮아, 으읏, 괜찮, 으니까……!”

     그렇게 말하는 미라르마의 눈동자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고, 뺨은 방금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새빨갛게 물들어 있었으며, 말에는 신음이 섞여 있어서 “괜찮다”라는 말의 설득력은 없는 거나 다름없었다.

     “아앙, 하아, 하아…… 응, 크읏”

     점점 ‘어루만지는’ 움직임에서 ‘기분 좋게 만드는’ 움직임으로 변해가는 니나의 손에 참지 못하고 미라르마는 커다란 신음을 내고 만다.

     “후후, 기분 좋으신가요 주인님? 지키려고 했던 아이가 소중한 곳을 만져주는 게♡”

     미라르마를 도발하며 즐겁게 웃는 안제.

     “이, 이런 거, 히앗…… 아무렇지도 않아. 다, 당신들도, 쓸데없는 일은 관두고…… 큿, 빨리 나를 풀어 줘……!”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그 허세가 지금의 미라르마의 마음을 지탱해주고 있는 마지막 요새이며 그 ‘요새’가 돌파당한 순간이 미라르마가 패배하는 순간이었다.

     “쿡쿡, 과연 주인님이세요.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으신 거군요. ……그럼, 그런 주인님께 선물을 드릴게요♡”
     “후아…… 응, 하앗…… 이 이상, 무슨 짓을 할 생각, 이야…… 읏”

     숨을 쉬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 미라르마의 말에, 안제는 손뼉을 치며 입을 열었다.

     “‘주인님을 기분 좋게 해 주면. 니나 양도 기분 좋아져요♡’”
     “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커다란 비명이 방 안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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