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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1. 갑작스러운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5. 28. 18:50

     ‘멍하니 있을 때가 아니지…… 이건 기회야’

     옷을 빼앗겨서 멍해져버린 니나였지만, 어젯밤에 정리했던 일을 떠올리고 정신을 차렸다.
     안제의 감시가 사라지고 부탁의 효과도 없는 지금이 천재일우의 기회일지도 모른다.
     아니, 영향을 받은 사람이 3명인 것을 생각하면 기회는 지금밖에 없다는 생각조차 든다.
     조금 전의 일로 옷을 빼앗긴 것은 뼈아프지만 이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먼저 해야 할 건…… 생각할 것도 없이, 옷을 찾는 일이지’

     일단은 받은 에이프런을 허리에 두르고 최저한의 방어를 해 둔다.
     방어라고 해도 길이는 허벅지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다 뒤에서 보면 엉덩이가 다 보이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알몸으로 밖에 나가는 것보다는 낫다.

     “이 방에 뭐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몸에 두를만한 것만이라도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공교롭게도 빈방인데다 침대에는 이불도 깔려있지 않았으며 있는 것은 창문 양 옆에 정리된 커튼뿐이었다.
     커튼을 찢어버리면 쓸 수도 있겠지만, 다른 사람의 물건을 망가뜨리는 것은 꺼려진다. 역시 어딘가에서 옷을 조달할 수밖에 없겠지.

     ‘미라 씨와 만날 수만 있다면 옷을 빌리는 것도 가능할 텐데……’

     그러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니나.

     ‘그보다 애초에 이 저택에는 메이드가 몇 명이나 있지?’

     지금 니나가 저택에서 만난 메이드는 4명이다. 안제와 욕실에 따라왔던 2명, 손님이 왔다는 것을 알려준 1명.
     저택의 크기를 생각하면 4명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조금 더 있어도 이상할 것은 없다. 10명 정도 있다고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이 무난하겠지.
     게다가 아직 만나지 못한 메이드들과 만나면 그녀들도 개 목걸이의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즉 니나가 취해야 할 행동은, 저택의 모든 메이드들과 만나지 않도록 은밀하게 저택을 탐색하고 미라르마와 만나 함께 저택에서 탈출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로 하자 그것이 얼마나 힘든 길인지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지만, 그래도 할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다잡으려던 순간.
     그 일이 일어났다.

     “윽!?”

     갑작스럽게 니나에게 강렬한 자극이 찾아왔다.

     ‘뭐야!? 어째서 갑자기!!’

     다리가 부들부들 떨리고 일어나 있는 것조차 힘들 정도의 자극. 바로 무릎을 모아서 버티려고 해 보지만, 그 정도로 버틸 수 있는 자극이 아니었다.
     니나에게 찾아온 자극의 정체는—— 말도 안 될 정도의 요의였다.

     “하아…… 하아…… 하아……!”

     너무나도 갑작스러운 사태에 머리가 따라가지 못해, 파열할 것 같은 방광을 양손으로 필사적으로 막으며 숨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갑자기라니, 절대로 이상해……’

     그렇게 수분을 섭취한 기억도 없고 조금 전까지 그럴 기색조차 없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강렬한 요의에 시달리는 것은 명백하게 부자연스럽다.

     “……설마——!!”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라 니나의 얼굴이 새파래진다.

     ‘오늘 아침 식사에 무언가 탄 건가……!’

     만약 그렇다면 그건 아주 간단했을 것이다.
     어쨌든 이곳의 식사는 이것도 저것도 니나가 처음 보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설령 요리의 맛이 조금 달라졌다 한들 눈치채지 못했을 것이다.

     “히…… 후읏!? 아, 아아아…… 읏, 제발……!”

     단속적으로 찾아오는 요의의 파도에 니나는 구부정한 자세로 이를 악문다. 자신의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는 것으로 어떻게든 평정을 가장하고 있지만, 한계는 이미 근처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렇게 된 이유 따위를 생각하고 있을 때가 아니야!!’

     이대로라면 슬라임 때처럼 그대로 오줌을 싸고 말 것이다. 지금까지 부끄러운 꼴을 잔뜩 당했지만, 오줌을 싸는 것은 ‘부끄러움’의 방향성이 다르다. 수치스러운 게 아니라 비참한 것이다.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빨리 화장실에 가야 해……!”

     이미 다른 사람의 눈을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리스크 따위는 생각하지 않고 방에서 튀어나와 화장실을 찾아 전력으로 달렸다.

     “하아…… 하아, 화장실은 어디에 있지……!”

     어제는 방에서 나올 기회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어디에 어느 시설이 있는지 몰라 복도를 마구 달려 나갔다.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다 드러난 가슴이나 엉덩이가 흔들리지만, 니나에게는 이미 그런 걸 신경 쓸 여유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대로 1분정도 달렸지만, 운 좋게 누구와도 만나지 않았다. 메이드들이 저택을 청소하고 있을 터라서 오히려 부자연스러울 정도였다.

     “읏, 후…… 아아, 아앗”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요의가 가까워져 니나는 버티기 위해 안짱다리를 한 채로 부들부들 떤다.
     어떻게든 아슬아슬하게 참았지만, 이미 참는 것은 한계에 가깝다. 속옷을 입지 않아서 뇌가 멋대로 싸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건지 평소보다도 참기가 힘들었다.
     니나는 그저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가능한 한 몸에 진동이 전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서 복도를 달린다.

     ‘이제 무리…… 정말로 무리……! 화장실은 도대체 어디야!?’

     사람이 없는 복도를 하복부를 억누른 채로 전력 질주하는 니나. 앞쪽의 문 건너편이 소란스러웠지만, 니나에게 그른 걸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그것이 비극을 낳을 줄도 모르고.

     “이제 됐어! 내가 직접 찾아올게!!”
     “어”

     니나가 문 앞을 지나가던 순간, 쾅! 하고 기세 좋게 열리는 문.
     갑작스럽게 찾아온 충격에 니나의 자세가 흐트러져 그대로 엉덩방아를 찧는다.

     쪼르르르르르르르르르르.

     “……어?”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몰라서 니나는 멍한 얼굴로 문이 열린 방에 눈길을 준다.
     그곳에 있던 것은 미라르마였다.
     미라르마도 니나처럼 멍한 얼굴을 하고 니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후후…… 설마 눈치채지 못하셨나요?”
     “……뭐, 뭘?”

     어느샌가 옆에 다가온 안제가 속삭인다.
     반사적으로 안제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니나의 얼굴이 아니라 하반신을 보고 웃고 있었다.
     당연히 부끄럽기는 했지만, 이제 와서 알몸을 본 정도로 이런 얼굴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 어?”

     하지만—— 눈치채고 말았다. 엉덩이에 느껴지는 묘하게 뜨뜻한 액체에.
     절망적인 현실을 보고 싶지 않은 마음에 천천히, 천천히, 마치 녹아버린 인형 같은 동작으로 바닥에 시선을 준다.

     “아…… 아…… 아아……”

     니나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힌다.
     에이프런 아래에서 끊임없이 황금색 액체가 흘러나와 깔려있는 고급스러운 카펫에 커다란 얼룩을 만들고 있었다.

     ‘또…… 오줌 싸는 걸 보여졌어. 나, 이미 어른인데……’

     부들부들 떨며 정신을 잃을 것 같은 니나에게 안제가 웃으면서 말을 건다.

     “주인님 앞에서 오줌을 싸버리고 만 벌을…… 받으셔야 겠죠♡?”
     “아, 아아, 아……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니나의 비통한 절규가 저택 안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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