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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 청소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5. 27. 17:25

     “자, 청소도구는 준비해 뒀어요. 저는 방을 청소할 테니까 니나 양은 제대로 구석구석 창문을 닦아 주세요♡”

     그렇게 말하고는 니나 앞에 물이 든 양동이와 하얀 걸레를 둔다.

     “지, 진심으로 이런 일을 시키려는 거예요……!?”

     노출된 가슴을 양손으로 감추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소리 지르는 니나에게 안제는 놀라는 척을 한다.

     “어머, 하고 싶지 않으신가요? ……그렇다면 안 하셔도 되지만요 ‘제대로 일을 끝내기 전에는 옷을 입으면 안 되’니까요♡ 그래도 상관없다면 부디 마음대로♡”
     “뭐라고요!? 비, 비겁해요……”
     “좋은 제안을 해 줬는데 비겁하다뇨…… 너무한걸요”

     슬프다며 입을 손으로 감싸는 안제지만, 그 대사는 명백하게 국어책 읽기였으며 눈동자에 깃들어 있는 것은 약자를 괴롭히는 유열이었다.
     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부탁마저 당한 이상 니나에게 이 부탁을 거절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 후의 계획을 생각하면 너무 시간을 쓸 수는 없기 때문에 빨리 부탁받은 일을 끝내야만 한다. 알고는 있지만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였다.

     ‘안 돼, 안 돼…… 고민할 시간은 없어. 어차피 해야만 하는 일이라면 빨리 끝내야해……!’

     필사적으로 자신을 타이르며 천천히, 하지만 자신의 의지로 걸음을 옮겨 창문 앞으로 이동한다.

     ‘우우…… 보일 거야…… 절대로 보일 거야……’

     창문에 반사되어 보이는 자신의 알몸에 얼굴만이 아니라 온몸이 뜨거워지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하아……, 하아……”

     긴장으로 거칠어지는 호흡을 정돈하며 밖의 상태를 살핀다.
     어제는 시간을 확인했을 뿐이라 제대로 밖의 광경을 보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이 저택은 1번 거리—— 통칭 귀족 거리라고 불리는, 이른바 부유층을 위한 거리에 세워져 있는 듯 했다.
     니나와는 약간의 인연도 없는 장소였지만, 미라르마가 살기에는 걸맞은 장소라는 생각이 드는 거리였다.

     ‘사, 사람은…… 다행이야 많지는 않네……’

     보이는 범위에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확인한다.
     이른 아침이라는 것, 그리고 다른 구역과 비교해 인구밀도가 낮다는 것이 합쳐져서 밖을 걷는 사람이 적다는 것은 니나에게 있어서 행운이었지만, 그럼에도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이나 집 앞을 청소하고 있는 메이드 등,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어서 절대로 방심할 수는 없었다.
     혹시 그녀들이 고개를 들었는데 그 방향이 저택이었을 경우——
     그런 생각을 하자 실내인데도 불구하고 니나는 마치 밖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왜 그래요? 멈춰서는. 빨리 끝내지 않으면 누군가가 볼 가능성도 높아질 텐데요♡”
     “아, 알고…… 있어요”

     대답을 하고는 젖은 걸레를 손에 들고 일어난다.
     다행히도 창문은 그렇게 높지 않아서 니나가 발돋움을 하면 아슬아슬하게 위까지 닿는 범위였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위를 닦기 위해서는 만세를 하고 알몸을 그대로 창문에 가져다 대야 해서 꽤나 거부감이 들었다.

     “우. 우으으……”

     싫어도 해야만 한다. 방금처럼 자신을 타이르며 필사적으로 팔을 움직여 창문을 닦는다.
     양손을 쓰는 작업이었기 때문에 소중한 부분을 감추는 것도 불가능해, 알몸을 그대로 노출시킨다는 엄청난 수치심에 머릿속이 뒤죽박죽이 되는 것 같았다.

     “아……”

     그러다 살짝 밖을 본 순간 니나는 소리를 내고 만다.

     ‘저 개…… 나를 보고 있어’

     휴식 중인 건지 주인과 함께 의자에 앉아있는 검은 개가 신기한 걸 보듯이 니나의 알몸을 빤히 관찰하고 있었다.

     “아, 안 돼……”

     별다른 감정은 없을 것이다.
     그냥 주위를 둘러보다 창문에 이상한 사람이 보여서 “얘 뭐하는 거람?”이라며 보고 있을 뿐일 터다.
     하지만 ‘보고 있다’는 것을 한 번 의식하고 나자 아무래도 자꾸 의식해 버리고 만다.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니라 개라고 해도 니나가 ‘보이고 있다’는 것에는 틀림없는 것이다.
     어느샌가 니나의 고동은 경종을 치는 것처럼 두근거리며 몸은 열을 내기 시작했다.

     ‘어째서…… 어째서……. 사람에게 보여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니나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지만, 흥분을 제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동요를 감추지 못하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나, 흥분, 하고 있는 거야? 알몸으로 창문을 닦는 걸, 개, 개한테 보여져서……?’

     “아냐……”

     자신을 타이르듯이 입에서 소리를 내어 부정한다. 하지만 심장의 고동은 여전히 두근두근 울리며 자신의 몸이 흥분하고 있다는 것을 주장하고 있었다.

     ‘아냐…… 아니야…… 이런 거, 조금만 냉정해지면 금방 괜찮아질 거야……’

     일단 마음을 진정시키기 위해 마르기 시작한 걸레를 들고 창문에서 떨어진다. 양동이에 걸레를 담그고 깊게 심호흡한다.

     “스읍, 하아……”

     흥분하고 있는 마음을 억지로 가라앉힌다.
     ——하지만 그런 여유를 줄 정도로 안제는 무르지 않았다.

     “일일이 걸레를 적시러 움직이는 것도 귀찮죠?”
     “힉”

     등 뒤에서 안제가 말을 걸어와 니나는 공포로 어깨를 움츠린다.

     “무, 무슨 소리세요…… 따, 딱히 저는, 지금 그대로라도 상관없어요”

     무의식적으로 안제에게서 뒷걸음질을 치며 쭈뼛쭈뼛 말한다.

     “후후, 하지만 효율이 떨어지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좋은 방법을 가르쳐 드릴게요♡”

     안제는 니나에게 다가가며 상냥하게 미소 짓는다.

     “지, 지금 그대로여도 괜찮다고 했잖아요…… 괜찮다니까요!!”
     “뭐어뭐어, 그렇게 말씀하지 마시고 시험 삼아 해 보세요…… 에잇♡”
     “무, 무슨…… 히야아앗!?”

     전날의 욕실에서처럼 하얀색의 점성을 가진 액체를 니나의 가슴에 바르는 안제.
     손이 닿은 순간 몸을 뺐지만, 가슴에는 그 수수께끼의 액체가 그대로 붙은 채였다.

     ‘뭐야 이거……!? 서, 설마…… 이상한 약 같은 건 아니겠지!?’

     안 좋은 상상이 뇌리를 스쳐서 니나는 안색을 파랗게 만들고 소리 지른다.

     “뭔가요! 이건!!”
     “후후, 그렇게 경계하지 마세요. 딱히 이상한 건 아니에요. 평범한 청소용 비누를 발랐을 뿐이랍니다♡ 피부에도 나쁘지 않고요”
     “처, 청소용 비누……? 어, 어째서 그런 걸……”

     성욕이 새어 나오는 표정을 한 안제가 혼란해하는 니나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한다.

     “모르시겠어요? 그러면 알려 드릴게요♡”
     “어…… 어!? 자, 잠깐…… 히야우앗!?”

     그대로 몸을 창문 앞으로 밀어 억지로 창문에 몸을 붙인다. 비누가 발라진 가슴이 창문에 문질러져 니나는 약간이지만 쾌감을 느끼고 말아 작게 신음을 내고 만다.

     “안 돼요……!!! 무, 무슨 짓을 하시는 거예요, 갑자기!!”

     갑작스러운 안제의 행동에 소리를 지르지만, 그 당사자는 자기는 나쁘지 않다는 얼굴로 엄청난 말을 입에 담았다.

     “후후…… 이렇게 몸으로 청소를 하면 걸레를 적실 필요도 없잖아요♡”
     “뭐…… 뭐라고요!?”

     너무나도 의미 불명한 말에 니나의 목소리가 거칠어진다.

     “가, 가슴으로 청소를 하라는 소리세요!?”
     “네. 그치만 그러는 편이 효율이 좋잖아요♡”
     “그, 그럴 리가 없잖아요!!! 좀 더 냉정하게——!”
     “아이참, 그렇게 불만만…… 니나 양은 지금, 손님이 아니라 ‘메이드’니까 선배의 말에는 따라주셔야죠”
     “그런, 그런 건, 횡포예요……”

     울 것 같은 목소리로 필사적으로 대답하는 니나에게 안제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창문 밖을 가리켰다.

     “저기에 이 저택의 현관을 청소하는 메이드가 보여요?”
     “……보여요. 그런데, 그, 그게 어때서요”

     안제의 말, 동작, 그 모든 것에 겁내면서 니나는 움찔거리며 대답한다.

     “만약 제 지시에 따르지 않는다면 저 메이드와 담당 장소를 바꿀 거예요. 물론 그 모습 그대로♡”
     “너, 너무해요……”

     그 제안에 니나의 얼굴이 절망에 물든다. 알몸으로 밖에서 일을 하면 어떻게 될지는 안 봐도 뻔하다.

     “아…… 알겠, 습니다. 할, 게요”
     “어머, 어느 쪽을요? 혹시 현관을 말씀하시는 거라면——”
     “창문이요! 창문을 닦는 쪽을 하게 해 주세요……”

     둘 다 전력으로 도망치고 싶어지는 최악의 선택지뿐이지만, 조금이라도 나은 쪽은 창문을 닦는 쪽이다. 적어도 다른 사람에게 발견될 가능성은 더 낮으니까.

     ‘이런 일…… 빨리 끝내버려야 해……!’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일단 창문 밖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사람이 있는지를 확인한 후 창문에 가슴을 가져다 댄다.

     “응……”

     창문의 차가운 감촉이 가슴에 전해져 온다.

     “아무도 보지 말아줘…… 아무도 보지 말아줘…… 아무도 보지 말아줘……”

     주문을 외우는 것처럼 중얼거리며 필사적으로 몸을 움직여서 창문에 가슴을 문지른다. 방향을 바꿀 때마다 빠득빠득 소리가 울렸다.

     “후후, 잘하시는데요♡”
     “아,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평범하게 지내는 사람들 근처에서 자신만이 이런 비참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마치 악몽을 꾸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응…… 후우, 읏, 싫어…… 아냐……”

     니나의 몸이 순간 굳는다. 몇 번이고 가슴을 문지른 영향으로 몸이 착각을 일으킨 건지 가슴 끝이 딱딱해진 것이다.

     “앙…… 하아, 하아, 어째서…… 하읏”

     딱딱해진 유두가 창문에 문질러져 작게 신음을 흘린다.
     몰캉몰캉 형태를 바꾸는 가슴과는 달리 딱딱해진 유두는 일일이 창문에 걸려서 보다 강한 쾌락을 니나에게 가져다주었다.

     “후후, 니나 양은 정말로 민감한 몸을 가지고 계시군요. 이런 걸로 유두를 세우신 건가요?”

     그렇게 말하고는 안제는 니나의 몸을 찬찬히 뜯어보며 놀리는 듯한 웃음을 흘린다.

     “그런 상태라면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것만으로도 가버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그럴 리가 없잖아요……!!”
     “후후, 정말인가요? 그치만 니나 양, ‘그런 걸로’ 느끼고 있잖아요?”

     그렇게 말하고는 창문 너머에 손가락질을 하는 안제. ——니나의 등에 오한이 달렸다.

     “아……”

     손가락 끝—— 건너편 저택의 2층을 본다. 그곳에는 한 사람의 메이드가 틀림없이 이쪽을 보며 멍하니 입을 열고 있었다.

     “안 돼…… 안 돼……”

     다리를 비틀거리며 창문에서 떨어진다.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그리고 비명을 질렀다.

     거품에 젖은 가슴을 감추며 니나는 최대한 빨리 건너편에 보이는 메이드에게서 숨으려고 하지만, 해프닝은 연속으로 일어났다.

     움직이다가 양동이에 발이 걸리는 바람에 양동이의 물이 바닥에 쏟아진데다 양동이가 쓰러진 방향에는 벗어둔 옷이 있어서 방금까지 입고 있던 원피스와 속옷이 걸레를 빨아 더러워진 물에 젖어버리고 만 것이다.
     한 번에 너무 많은 일이 일어나 정지해버린 니나를 보며 안제는 조금 전과 다르지 않은 말투로 웃는다.

     “어머어머, 결국 더럽혀 버리고 말았네요. 모처럼 알몸이 되면서 까지 더럽히지 않도록 힘냈는데…… 아까워라♡”
     “왜, 아…… 어, 째서”

     그 말에 고개를 숙인 니나의 표정이 더욱 깊은 절망에 빠진다. 알몸이 되면서까지 더럽히지 않으려고 노력한 옷이 자신의 부주의로 젖어버리고 만 것이다. 지금까지의 노력이 부정당한 기분이 들어 충격을 받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울려고 하는 니나와는 반대로 안제는 지금까지와 다름이 없었다. 주저앉아버린 니나의 옆을 지나 창문에 손가락을 얹고는 슥 문지른다.

     “……응, 꽤 깨끗해 졌네요. 이 정도라면 이제 창문은 안 닦아도 되겠어요♡”

     미소로 “수고하셨습니다”라며 말을 건네는 안제에게 분노를 담은 눈빛을 돌려주는 니나. 하지만 역시 안제에게 그런 시선은 통하지 않는 건지 평범하게 흘려 넘기고는 말을 이어간다.

     “아아, 그렇지. 그 옷은 이쪽에서 빨래를 할 테니까 가지고 갈게요”

     안제는 떨어져 있던 옷을 재빠르게 집고는 세탁물 바구니에 담는다. 그 움직임은 너무나도 숙련돼 있어서 멈출 새도 없이 모든 옷을 빼앗기고 만다.

     “자, 잠깐만요! 그럼 제 옷은요!? 이 후의 일은 어떻게 하라고요……!”
     “어머, 그렇네요. 아직 주인님의 방을 청소하는 일이 남아있었죠. 그러면……”

     안제는 세탁물 바구니에서 하얀 천을 꺼내어 니나에게 건네준다.

     “자요. 이것만 있으면 메이드 씨니까요”

     건네진 것은 앞만을 가려주는 허리에 두르는 에이프런 단 하나였다. 니나는 건네어진 그것을 꽉 쥐고는 안제에게 소리 지른다.

     “이, 이런 걸로는 다른 사람에게 보여—— 자, 잠깐만요!! 가지 마세요!!”
     “우후후, 땡땡이치지 말고 제대로 일 하셔야 돼요♡”

     안제는 불만을 말할 틈도 없이 방에서 나가버려, 남겨진 니나는 거의 전라나 다름없는 모습으로 아무도 없는 방 안에서 멍하니 문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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