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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3. 끌려가서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5. 31. 17:52

     그대로 근처의 빈방에 연행당한 두 사람은 난잡하게 침대위에 눕혀졌다.
     로프 때문에 몸을 움직일 수 없는 미라르마는 당연하지만, 니나도 이곳에 끌려올 때 ‘허가를 받을 때까지 움직이면 안 된다’는 부탁을 받았기 때문에 에이프런 한 장이라는 꼴을 가리지도 못하고 한심하게 드러낸다는 치욕을 받고 있었다.
     방금까지는 지리고 말았다는 더 큰 충격에 가려져 있었지만, 알몸을 보이는 것도 당연히 부끄러워서, 냉정해짐에 따라 강해진 수치심에 볼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이런 곳에 끌고 와서…… 무슨 짓을 할 셈이야?”

     하지만 그런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미라르마는 강경한 태도를 무너뜨리지 않았다. 오히려 덤벼들 기세로 메이드들을 노려봐서, 니나가 더 조마조마했다.

     “후후, 사실은 수다를 좀 떨까 했습니다만…… 그럴 상황은 아닌 것 같네요”
     “당연하지! 바보 같은 짓은 관두고, 지금 당장 우리를 풀어 줘!! 이런 일을 해 봤자 금방 다른 메이드들이——”
     “다른 메이드? 다른 메이드요…… 후후”

     안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뭐가 이상해!”
     “아뇨,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래요, 다른 메이드들에게 들켜서 혼나기는 싫으니까…… 빨리 주인님에게 ‘벌’을 줘야겠네요♡”
     “……큭! 아까부터 말하는 벌이라는 게 무슨…… 꺄아!?”
     “미라 씨!?”

     말을 하는 도중에 비명을 지르는 미라르마. 니나가 황급히 미라르마 쪽을 쳐다보자,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무슨 짓을!? 놔줘! 만지지 마!”

     침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메이드들이 미라르마의 몸—— 가슴이나 하복부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미라르마도 동요했는지,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무슨 짓을 하는 거예요!? 어째서 제가 아니라 미라 씨를……!”
     “어째서냐니…… 후후, 니나 양은 이상한 질문을 하는군요. 아까 전에도 말하지 않았습니까, ‘벌’을 주겠다고”
     “버, 벌이라니…… 미라 씨는 아무 상관도 없잖아요!”

     소리를 지르는 니나에게 안제는 “아뇨아뇨”라며 고개를 흔든다.

     “주인님께서는 조금 전에 저희들의 일을 방해하시지 않았습니까. 진지하게 일하고 있던 저희들을 억지로 붙잡은 데다, 니나 양을 데려가려고까지…… 아무리 주인님이라고 해도 나쁜 일을 하면 벌을 받으셔야 하니까요♡”
     “그, 그건 저를 도와주려고 했을 뿐이고……!”
     “후후, 니나 양도 니나 양이에요. 아직 일이 남아있는데 도망치려고 하다니…… 그에 대한 벌은 받으셔야 해요♡”
     “우, 우으으…… 너무해요……”

     무슨 말을 하더라도 폭론으로 받아치는 안제에게 대답이 궁해졌지만, 메이드들에게 반항조차 못하고 당하고 있는 미라르마를 보고, 없는 기력을 긁어모아 어떻게든 말을 한다.

     “부, 부탁드려요!! 미라 씨만은 놓아주세요……!! 저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으니까…… 미라 씨만은 제발……!!”

     니나의 필사적인 말에, 안제는 순간 놀란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 표정은 금방 짓궂은 미소로 변했다.

     “……어쩔 수 없네요. 니나 양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주인님은 용서해 드리겠습니다”
     “정말요!?”

     니나의 표정이 밝아진다.

     “예, 주인님께서 이후 니나 양과 관련된 모든 일을 못 본 척해주신다면 말이지만요♡”
     “그, 그 정도라면——!”
     “못 본 척할 리가 없잖아!?”

     제안을 받아들이고 끄덕이려던 니나였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나온 부정의 말에 방해되고 만다.

     “니, 니나 양도 바보 같은 말 하지 마! 나 혼자 도망치다니……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렇게 말하는 미라르마지만, 말과는 다르게 그 태도에 아까까지의 기세는 없고, 목소리도 떨리며,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다.

     ‘어째서…… 미라 씨 그렇게 떨고 있으면서,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데……!’

     공포로 몸을 떨고 있는 미라르마를 보고, 니나는 입술을 깨문다. 실제로 위해를 가해지면 공포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런 경험 자체가 처음이라면 더욱 그럴 테고, 지금 당장 도망친다고 하더라도 니나는 절대로 책망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라르마의 눈동자에는 절대로 굽히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런 미라르마에게, 안제는 일부러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어머, 왜요? 다른 사람도 아닌 니나 양 자신이 그러겠다고 말씀하시는데, 여기선 그 호의를 받아들이는 쪽이 좋지 않으신가요?”
     “내가 나가고 나면 당신들은 니나 양에게 더 심한 짓을 할 생각이잖아! 그걸 알고 있으면서 도망치다니, 그럴 수 없어!!”

     절대로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는 미라르마에게, 안제는 “그러신가요”라며 즐겁게 웃는다.

     “주인님께서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죄송합니다. 니나 양. 그렇게 됐으니까, 방금 제안은 없었던 걸로♡”
     “그, 그럴 수가……”
     “후후, 정말로 죄송해요♡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어때요? 두 사람 동시에 벌을 받는 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니나와 미라르마에게, 안제가 미소 짓는다.

     “후후, 그렇게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간단한 일이에요”

     검지를 빙글빙글 돌리며 방긋방긋 웃는 얼굴로 안제는 ‘부탁’을 입에 담았다.

     “첫 번째 ‘부탁’이에요. ‘주인님을 한 번 가게 해 주세요♡’”
     “뭐…… 뭐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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