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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 메이드의 일 · 상편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5. 19. 16:43

     그 후에도 미라르마와 방에 있던 메이드들에게 도움을 받아 개 목걸이를 풀 방법이나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고민해 봤지만 결국 좋은 방법은 떠오르지 않고 시간만이 지나갔다.
     하지만 니나의 마음은 요 며칠간보다 훨씬 맑은 기분이었다.
     왜냐하면 오랜만에 제대로 된 대화를 했기 때문이다.
     가장 사이가 좋았던 친구, 언니 같은 사람, 귀여운 후배…… 친했던 그녀들이 최근 이상해지고 말아 오늘처럼 안심하고 누군가와 ‘제대로 된 대화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니나의 마음은 안식을 되찾고 있었다.

     정신이 들고 1시간정도 지났지만 미라르마나 주위의 메이드들에게 이상한 점은 보이지 않았고 잠들어 있던 시간을 포함하면 7시간이나 지났기 때문에 더 이상 개 목걸이에 불안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근본적인 해결은 되지 않았지만 개 목걸이의 힘이 저주라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쨌든 지금까지 험한 꼴을 당해 왔으면서도 개 목걸이에 대해 아무런 정보도 얻지 못했으니까.

     그리고 또 한 가지 커다란 일이 있었다.
     개 목걸이가 풀릴 때까지 미라르마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된 것이다.
     이 제안은 미라르마가 해왔고 니나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미라르마와 메이드들의 끈질긴 설득에 넘어가고 말았다.
     딱히 이 집이 싫어서 거절했던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리네아나 필름이 알고 있으며 언제 리아스가 돌아올지도 모르는 숙소에 돌아가는 것보다도 훨씬 낫다.
     거절을 한 이유는 그저 이 집의 사람들에게 더 이상 폐를 끼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이유의 대상인 그녀들이 열심히 권유해 온다면 니나의 의지가 꺾이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이런저런 일을 얘기한 후.
     니나는 미라르마에게 식당으로 안내받아 저녁을 얻어먹게 됐는데——

     “마, 맛있어——!”

     나온 요리를 한 입 먹은 순간, 니나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고 만다.

     “후후, 입에 맞아서 다행이야. ……자, 사양 말고 먹어”

     미라르마는 철판 위에 놓인 두꺼운 고기를 나이프로 썰어 니나에게 건네주며 “자, 아~앙”
     그 행위에 약간의 부끄러움은 있었지만 식욕을 자극하는 향기의 유혹에는 견디지 못하고 미라르마의 말에 따라 “아~”하고 입을 연다.

     “~~!”

     그리고 한 입 씹은 순간, 감칠맛이 가득한 육즙이 입안에 퍼져 니나의 볼을 따뜻하게 풀어주었다.
     평소에 먹던 싼 건육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진짜 고기’에 마치 몸이 흥분한 것처럼 뜨거워진다.
     그것을 경계로 스위치가 켜진 것인지 눈앞에 미라르마가 있다는 것도 잊고 요리를 먹는 것에 열중한다.
     평소에는 소식을 하는 니나지만 오늘은 던전에도 갔었으며 그 후에 정신을 잃고 있었던 것도 있어 텅 빈 배에 끝도 없이 음식이 들어간다.

     “후우……”

     그리고 수십 분 후. 차려진 요리를 다 먹고 컵에 담긴 차가운 물을 다 마신 니나는 짧은 숨을 내쉰다.



     “하아…… 맛있었다”
     “후후, 보는 것만으로도 배가 부를 듯한 모습이었어”
     “후에?”

     목소리가 들린 곳에 눈을 돌리자 먼저 식사를 끝마친 미라르마가 양손으로 턱을 괴고는 방긋방긋 웃으며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제서야 미라르마가 앞에 있었다는 것을 떠올린 니나는 놀라며 볼을 붉힌다.

     “죄, 죄송해요! 맛있어서 그만 먹는 것에 열중하고 말았어요……!”
     “사과할 필요 없어. 그렇게 행복하게 먹어주면 만들어 준 아이도 좋아할 테니까”

     미라르마는 니나의 손을 잡으며 상냥한 미소를 짓는다.

     “오늘부터는 같은 집에서 사는 사이니까 너무 긴장하지 말고 편히 있어. 그러는 편이 나도, 니나 양도 즐거울 거야”
     “……네. 감사합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도와주는 미라르마에게 니나는 감사를 전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다.

     ‘어째서 나 같은 거에게 이렇게 까지 해주는 걸까’

     너무나도 축복받은 상황에 그런 의문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딱히 뒤가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도 않고 설령 뒤가 있다고 해도 미라르마에 대한 감사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지만 신경이 쓰이고 만다.
     자신의 머리로 생각을 해봐도 대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포기하고 질문을 한다.

     “……어째서 처음 보는 저에게 이렇게까지 해주시는 건가요?”

     미라르마는 니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눈을 휘둥그렇게 만들고는 금방 풀린 표정으로 입을 연다.

     “……정말로 대단한 이유는 아니야. 그저 눈앞에 곤란해 하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에게 무언가를 해 줄 수 있다면 협력해 줘야겠다고 생각했을 뿐이거든. ……아아, 그래도 이유를 붙인다면……”

     미라르마는 거기서 말을 끊고는 입술에 손가락을 대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짓는다.

     “네가 너무나도 귀여우니까 그만 친절하게 대해주고 싶어지는 걸지도 모르겠네”
     “히헤!?”

     미라르마의 말에 니나는 이상한 소리를 내며 뺨을 살짝 상기시킨다.
     표정에서 농담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미라르마 같은 예쁜 여성에게 ‘귀엽다’는 말을 들으면 아무리 니나라도 부끄러워지고 만다.
     니나의 반응에 미라르마도 자신의 발언이 조금 부끄러워진 것인지 시선을 돌리고는 크흠, 하고 헛기침을 한다.
     그리고 노골적으로 화제를 바꾼다.

     “그, 그렇지 니나 양. 이제 잘 시간 이니까 먼저 목욕을 하는 건 어떠려나”
     “목욕이요?”
     “그래, 일단 이곳에 옮겨오고 난 후에 몸을 닦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렇, 네요. ……이런저런 일이 있었으니”

     머릿속에 슬라임의 용해음과 은신처에서의 일이 떠올라 순간 표정이 어두워졌지만 미라르마에게 그런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아 바로 밝은 표정으로 바꾼다.

     “그럼 호의에 기대서 들어가도록 할게요”
     “그래. 목욕탕에는 메이드가 안내해 줄 테니까 그녀를 따가라면 될 거야”

     미라르마의 말에 안제가 머리를 숙이고 이어서 뒤에 서있던 두 사람의 메이드도 머리를 숙인다.
     덧붙여서 두 사람의 용모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한 쪽은 비칠 것 같은 푸른 머리카락에 씩씩한 분위기의 미인. 다른 한 쪽은 긴 보랏빛 머리카락을 트윈테일로 묶은 동안의 미소녀로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고 있었다.
     안제도 포함해 전원이 개성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스타일—— 이랄까 가슴만은 서로 비슷한 것만은 납득을 할 수 없었다.

     ‘……저렇게 큰데 조금은 나한테 나눠주지 않으려나’

     머리를 스치는 쓸데없는 생각에 니나는 자신에게 쓴웃음을 짓는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마음에 여유를 되찾았다고 해도 될지도 모른다.

     “니나 님 이쪽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미라르마에게 머리를 숙이고 안내에 따라 방을 나선다.

     ‘안내에 3명이나 있을 필요는 없지 싶은데…… 이런 게 부자의 사고방식인가’

     손님에게 몇 명 이상의 메이드를 붙이지 않으면 실례가 된다. 는 암묵적인 룰이라도 있는 걸까 같은 아무래도 상관없는 생각을 하며 주위를 둘러본다.

     ‘그건 그렇고, 역시 굉장하네……’

     방의 넓이와 가구에서 예상은 했지만 미라르마의 집—— 아니, 저택이라고 하는 편이 맞겠지——은 엄청나게 커서 현란이라는 말이 딱 맞을 정도의 훌륭한 건물이다.
     그것은 복도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라 반짝반짝한 대리석 바닥에 진홍색의 카펫이 깔려있는 광경은 마치 그림을 보는 것 같았다.

     ‘여기저기에 장식되어 있는 항아리나 그림도 엄청 비싸 보이고…… 깔려있는 카펫도 고급품이겠지 아마……’

     식당에 갈 때에도 생각했던 것이지만 이런 저택을 지닌 미라르마가 도대체 뭘 하는 인물일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저택에 살고 있으니 상상을 초월하는 부자인 것만은 확실하지만 어떤 직업인지를 상상하는 것은 어려워서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답이 나오질 않았다.

     ‘이 마을에서 부자라고 한다면 엄청난 매직 아이템을 손에 넣어서 일확천금의 꿈을 이룬 모험가가 떠오르지만…… 미라 씨는 그런 건 아닌 것 같아. 저 흘러넘치는 오라나 기품은 돈을 가진다고 해서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숨기고 있는 게 아니라면 나중에 물어볼까. 라는 생각을 하며 앞을 걷는 메이드들의 뒤를 쫒는다.

     “이쪽입니다”

     그렇게 1분정도 걷자 목욕탕에 도착했다.
     안에 들어가자 개인이 가졌다기에는 너무나도 넓은 탈의실이 펼쳐져 있었다. 옷장은 대충 봐도 30명 정도는 쓸 수 있을 것 같았고 머리를 말리는 매직 아이템도 10개는 설치되어 있었다.
     과연 이렇게나 필요하긴 할까? 라는 의문이 떠오를 레벨이다.

     “바로 들어가실 건가요?”
     “아, 네. 미라 씨가 기다리고 계실 테니 바로 들어가려고요”
     “알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는 메이드들은 자연스럽게 니나의 곁에 다가와——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니나의 옷에 손을 뻗었다.

     “……어, 뭐, 어!? 뭐, 뭐하시는 거예요!?”

     허둥대며 손을 뿌리치자 메이드들은 왜 그러냐는 표정으로 니나를 쳐다보았다.

     “왜 그러시죠? 아아, 화장실이라면 이쪽에——”
     “아,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저기, 왜 제 옷을 벗기려고!?”

     허둥대는 니나에게 메이드들은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듯한 모르겠다는 표정이 니나를 더욱 혼란시켰다.

     “왜냐고 하셔도…… 주인님께서 그렇게 지시하셨기 때문에……”
     “미, 미라 씨가 그런 말씀을 하셨던가요!?”

     적어도 니나의 기억에는 그런 말은 하지 않았었다.
     아니면 니나가 모르는 신호 같은 게 대화에 끼어있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때의 대화를 떠올리고 있자 메이드 대표로 안제가 입을 연다.

     “예. 주인님께서 니나 님을 돌봐주라고……”
     “돌봐주라니, 어, 어어어……”

     ‘그 말이 그런 의미…… 아니 3명이나 보낸 건 그래서였어!?’

     “왜 그러시죠? 호, 혹시 저희가, 니나 님에게 실례를……?”
     “아, 아뇨 그런 게 아닌……데요”

     불안해하며 이쪽의 상태를 살피는 메이드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고민한다.
     니나의 옷을 벗기려고 한 그녀들의 행동에 나쁜 뜻은 없었을 것이다. 그저 미라르마에게 지시받은 대로 일을 수행하려고 한 결과일 뿐이다.
     하지만 악의가 없기 때문에 거꾸로 거절하기가 어렵다.

     “저기……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만, 목욕은 혼자서 해도 될까요?”
     “혼자서 인가요? 저희들은 문제없습니다만…… 니나 님께서 혹시 사양하시는 거라면——”
     “아, 아뇨! 사양 같은 게 아니에요 정말로! 그냥 오늘은 혼자서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라!”

     필사적으로 설득을 하는 니나를 신기하게 보며 “……알겠습니다”라며 끄덕여 주었다.

     “……그럼 목욕탕까지는 함께하겠으니 적어도 옷을 벗으시는 수고만이라도——”
     “괘, 괜찮아요! 혼자서 벗을 수 있어요!”
     “그렇지만——”
     “어, 어쨌든! 목욕은 혼자 할 수 있으니까요.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말을 하려는 메이드들을 반쯤 밀어내는 형태로 내보내고 문을 닫고는 커다란 한숨을 내뱉는다.

     ‘사고방식이 너무 달라…… 부자들은 다들 이런 생활을 보내고 있는 거야……?’

     자신에게는 무리라는 생각을 하며 옷장 앞으로 이동한다.
     조금 전의 일에는 약간 당황하고 말았지만 미라르마와 자신의 목욕을 도와주기 위해 와준 그녀들을 기다리게 하고 싶지는 않다. 빨리 끝마치자고 생각하며 옷을 벗으려고 했지만——

     “……어라?”

     허리에 달린 끈에 걸려 제대로 벗을 수가 없었다. 온갖 고생을 하며 끈을 풀고 다시 벗으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어디에 걸렸는지도 모르겠는 곳이 걸려 허리 근처에서 멈추고 만다.

     ‘……뭐야 이거. 어떻게 벗는 거지?’

     니나가 평소에 입는 옷과는 구조가 너무나도 달라 벗는 것만으로도 힘에 부친다. 어떤 끈이 어디를 묶고 있는 건지 전혀 모르겠는 것이다.
     그냥 봤을 때에는 원피스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까지 복잡한 구조였을 줄은 몰랐다.

     “니나 님. 그곳을 당겨도 의미가 없습니다”
     “——어!?”

     몇 분인가 고생하고 있자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돌아보자 그곳에는 방금 내보냈던 메이드들이 서 있었다.

     ‘왜, 왜 들어온 거야!?’

     “이런 옷은 익숙하지 않으면 벗기 힘들죠? 사양하지 마시고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어? 어? 어!? 자, 잠, 잠시만요!! 정말로 기다려주세요!!”

     니나는 동요했다.
     어째서 방금 내보냈던 그녀들이 아무 말도 없이 평범하게 안에 들어와 있는 것인가.
     아무리 니나가 부자들의 감각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혼자서 들어가겠다고 한 손님의 탈의실에 들어와 억지로 옷을 벗기려고 하는 것은 명백하게 이상하다.

     ‘어…… 억지로? 이상? ……설마!?’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다가오는 메이드들의 얼굴을 본다. 그리고 그녀들의 눈동자를 바라본 니나는 “아아……”라며 절망의 탄식을 내뱉었다.

     “메이드 씨들마저, 이상하게……”

     개 목걸이의 힘을 얕보고 있었다. ‘저주를 내쫒는’ 매직 아이템으로도 이 개 목걸이의 힘은 막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효과를 받게 된 인원도 그렇다.
     지금까지 한 사람씩에게만 힘을 발동하던 개 목걸이가 그건 변덕이었다는 듯이 3명에게 힘을 발동시켰다.

     “아우”

     메이드 한 사람이 니나의 양손을 구속한다.
     떨쳐내려고 해도 아직 저릿함이 남아있는 몸으로는 제대로 된 저항을 하지 못하고 도망치지 못하도록 남은 두 메이드가 주위를 감쌌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그 후로는 엄청난 스피드였다.
     힘도 들어가지 않고 마력도 완전히 고갈된 니나에게 저항할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고 순식간에 속옷 외의 옷을 전부 벗겨지고 말았다.
     부끄러워할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한 솜씨에 오히려 감탄이 나올 레벨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속옷차림을 드러내는 것이 부끄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옷을 벗기느라 구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메이드들에게서 빠져나온다.

     “여, 여기까지면 충분해요!! 남은 건 스스로 할 수 있어요!”
     “아뇨. 저희들은 니나 님을 돌봐주라는 명령을 받았어요. 목욕도 저희들이 제대로 돌봐드리겠습니다”
     “게다가 니나 님은 지금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상태로 목욕을 하는 것은 힘들지 않겠습니까?”
     “히, 힘이 들어가지 않는 건 정말로 조금뿐이에요. 목욕 정도는 혼자서 할 수 있어요!”
     “무리하지 않으셔도 된답니다. 실제로 모험가이신 니나 님을 저희들이 억누르지 않았습니까”

     세 명에게서 뒷걸음질을 치며 점점 벽으로 몰린다.
     지금 니나의 상태로는 뿌리치지 못할 건 뻔하고 문도 반대쪽이다. 솔직히 도망은 무리다.
     소리를 질러 누군가를 부르는 것도 가능하지만 그때는 도와주러 온 메이드들이 개 목걸이의 영향을 받게 될 뿐이다.

     ‘어떻게든 혼자서 이 상황을 빠져나가 들키지 않도록 저택에서 나가야 해——!’

     메이드들이 지니고 있는 매직 아이템으로는 막지 못한다는 것을 안 이상 니나가 이 저택에 머무는 것은 위험하다. 이대로는 틀림없이 미라르마에게도 메이드들에게도 폐를 끼치게 된다.
     갑자기 사라지면 걱정할 테니 쪽지라도 남겨야 한다고는 생각하지만, 상황이 상황이니만큼 여유가 없다면 나중에 편지를 보낸다는 선택지도 머리 한구석에 남겨둬야만 할 것이다.

     ‘그치만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해야 빠져나갈 수 있지?’

     어떻게든 교섭으로 끝낼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니나의 머리를 스친다.
     리아스나 리네아, 필름과는 다르게 이번에 영향을 받은 것은 만난 지 얼마 안 된 사람들이다. 어쩌면 니나에 대한 집착이 약할지도 모른다.
     승률이 좋지 않은 도박이지만 생각을 하고 있을 시간은 없다.

     ‘안제 씨나 다른 메이드 씨들이 흔들릴만한 말은……’

     이 장소에서 가장 효과적인 말을 어떻게든 짜내려고 머리를 굴린다.

     “제, 제가 싫어하는데도 억지로 옷을 벗기면 나중에 미라 씨에게 보고할 거예요! 그, 그래도 되나요!”

     그렇게 나온 말은, 상사에게 일른다—— 보고한다고 하는 굉장히 한심한 말이었다.
     말을 한 니나도 부끄러워져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다.

     ‘최, 최악이야…… 생각한 끝에 나온 게 이거라니 게다가 미라 씨의 이름까지 이용…… 어라?’

     “……그렇네요. 확실히 주인님에게 들키면 조금 곤란하네요”
     “그, 그래, 그렇죠! 그러니까……”

     눈을 빛내는 니나를 보며 메이드들은 박정하게도 미소를 띄우며 대표로 안제가 입을 열었다.

     “뭐, 니나 님과 아가씨를 만나게 하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네……?”

     안제의 말에 니나는 멍하니 입을 연다.

     “예를 들어 목욕이 끝난 후 니나 님을 적당한 방에 감금시키고 아가씨에게는 니나 님은 상태가 나빠져 안정을 취하게 하기 위해 다른 방에 뉘었다고 말씀드리면 되지 않겠습니까?”
     “미, 미라 씨를 속이시겠다는 건가요?”
     “후후, 주인님께서 눈치채지 못하시면 무슨 문제가 있겠습니까?”
     “그럴 수가……”

     니나의 탄식을 신호로 멈춰있던 메이드들이 다시 움직이며 니나를 벽으로 몰아간다. 교섭에 실패하고 메이드들에게 둘러싸인 니나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쉽사리 붙잡히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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