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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3. 오랜만의 휴식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5. 17. 22:45

     모든 것을 얘기한 니나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러니까 저한테 다가오지 않는 게 좋아요. 도와주신 것은 정말로 감사합니다만, 이 이상은……”

     저에게 신경 쓰지 않으시는 게 좋아요. 라고 말하려고 했지만 미라르마가 갑자기 손을 잡아와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자, 잠깐만요!”

     주변을 이상하게 만드는 힘의 발동 타이밍도 모르는 상황에서 손을 잡는 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행동이다.
     니나는 서둘러 손을 떨쳐내려고 하지만 잡은 손의 힘이 생각보다도 강해 간단하게 떨쳐낼 수 없었다.

     “놔, 놔 주세요! 안 그러면, 미라 씨까지 이상하게……!”
     “저기, 니나 양. 하나만 알려 줄래?”

     이상할 정도로 침착한 미라르마의 목소리가 니나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마을에 너를 도와줄 만한 사람은 있어?”

     니나는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거렸지만 미라르마의 눈이 너무나도 진지해 보였다.
     솔직히 이런 질문에 대답을 하는 시간조차 커다란 리스크였지만 이 상태로는 제대로 대답을 하지 않으면 놓아주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 질문에 대답한다.

     “어, 없어요. 방금 말했던 것처럼 근처에 있는 것만으로도 이상해져 버리거든요. 도와주려고 했던 친구도 개 목걸이 때문에 이상해졌어요”

     니나의 말을 들은 미라르마의 얼굴이 순간 어두워졌지만 금방 떨쳐내고는 놀라운 제안을 해왔다.

     “……그 말을 들으니 더욱 내버려둘 수는 없겠는 걸. 따로 도움을 받을 곳이 없다면 내가 도와준다는 건 어때”
     “네!?”

     니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제, 제 얘기 제대로 들으신 거 맞아요!? 제 근처에 있으면 어떤 사람이든 휘말리게 된다고요!?”
     “제대로 들었어. 하지만 아마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
     “아, 아마라니, 무슨 근거로——!”
     “근거는 이거. 내가 몸에 달고 있는 액세서리야”

     그렇게 말하며 미라르마는 자신의 손목을 내민다.
     내밀어진 손목을 보자 그곳에는 커다란 빨간색 보석이 중앙에 박힌 팔찌가 있었다. 아름다운 디자인으로 색깔도 미라르마에게 잘 어울려 분명 비쌀 거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뿐이었다.
     그것이 ‘근거’라고 말해도 니나는 납득할 수가 없었다.

     “이것도 매직 아이템이거든. 세세한 효과가 이것저것 있는데 대충 말하자면 ‘액막이’ 효과야”
     “……액막이?”
     “그래. 예를 들면 병에 잘 걸리지 않게 된다던가, 불행한 일이 잘 일어나지 않게 된다던가, 저주에 잘 걸리지 않는다던가 말이야. 그런 기분이 든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그런 효과가 있는 매직 아이템이니까 신용해도 괜찮아”
     “그런, 가요. ……그, 그렇지만 이곳에는 메이드 씨들도 계신데”
     “그것도 문제없어. 너 잠시 일로 와볼래?”

     미라르마에게 불린 푸른 눈동자의 메이드 씨가 다가온다.

     “부르셨나요?”
     “안제, 너에게 지급했던 목걸이 잘 가지고 있어?”
     “네. 물론 지니고 있습니다만”
     “그래, 다행이야. 잠깐 보여줄래? 아, 풀지는 말고”
     “네, 알겠습니다”

     푸른 눈동자의 메이드—— 안제는 물음표를 띄우며 목 쪽에 손을 넣어 옷 속에서 목걸이를 꺼낸다.

     “그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약하지만 이 팔찌와 비슷한 아이템이야. 전원에게 부적 대신 지니게 하고 있지”
     “저, 전원이라니…… 메이드 전원이요!?”
     “그래. 그러니까 메이드들의 걱정을 할 필요는 없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미라르마에게 니나는 입을 뻐끔거린다.

     ‘메이드 씨 전원에게 그런 아이템을 줬다니, 얼마나 돈이 많은 거야!?’

     매직 아이템이라고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전부 비싸다. 아무리 허접한 능력이라고 해도 그것이 매직 아이템이라면 같은 효과를 가진 소모품보다도 몇 배나 비싸게 팔린다.
     액막이라는 강력한 힘을 가진 매직 아이템은 당연히 상당히 비쌌을 것이다.
     그것을 자신만이 아니라 메이드 전원에게 사 준다는 것은 부자도 보통 부자가 아니라는 증거다.
     엄청난 충격에 말을 잃은 니나지만 미라르마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게다가 네가 이곳에 오고 이미 6시간은 지났어. 지금까지 이렇게 긴 시간동안 함께 있어서 이상해지지 않은 사람은 있었어?”
     “여, 여섯 시간이요!?”

     니나는 서둘러 일어나 창문에 이동해 커튼을 열고 밖을 본다.

     “……진짜다”

     던전에서 나왔을 때는 파랬던 하늘이 지금은 완전히 오렌지색으로 물들어 있다.

     “어때? 이래도 아직 내가 도와주는 건 안 돼?”
     “우……”

     창문 밖을 멍하니 바라보는 니나에게 미라르마의 입꼬리가 올라간다.
     “이제 불만 없지?”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이다.
     니나는 생각에 잠긴다.

     ‘호, 혹시 정말로 괜찮은…… 건가?’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에 니나는 “아냐……”라며 고개를 젓는다.

     ‘지금까지 괜찮았다고 해서 절대로 안전하다는 건 아니야…… 개 목걸이는 내가 깨어 있을 때만 효과가 있는 걸지도 모르고’

     아직 안전하다고 방심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이성’이 판단한다.
     하지만 니나는 생각해 버리고 만다. 혹시 괜찮다면, 이라고.
     무른 생각이다. 그런 것은 니나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그 유혹에서 벗어나기가 힘들었다.
     연이은 행위로 피로해진 몸과 마음에 그녀들의 상냥함은 너무나도 따뜻했기 때문이다.
     믿고 싶다는 니나의 마음도 섞여 니나의 마음속에 ‘혹시 괜찮은 거 아냐?’라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

     “알겠, 습니다”

     결국 니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만다.
     니나의 대답에 기쁜 듯이 미소 짓는 미라르마였지만 니나의 “하, 하지만!”이라는 말에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부탁이 있어요! 혹시 이 개 목걸이에서 이상을 감지한다면—— 예를 들어 연기가 나온다던가, 빛이 난다던가 하면 망설이지 말고 거리를 둬 주세요”

     개 목걸이가 어떤 원리로 대상을 미치게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저 두 개만은 명확하게 두 사람의 친구를 미치게 만들었다.
     설령 저주에 내성이 있는 매직 아이템이 있다고 해도 피할 수 있는 리스크는 피해야 한다.

     “알겠어. 약속할게. 메이드들에게도 전해 줘”

     알겠습니다. 라며 안제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니나는 다시 침대에 앉는다.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몸을 위해서 라는 의미도 있지만 어느 쪽이냐면 정신적으로 맥이 풀렸기 때문이라는 의미가 컸다.
     나도 옆에 앉아도 될까? 라는 미라르마에게 “물론이죠”라고 대답하자 그녀도 부드러운 침대에 앉고는 입을 연다.

     “그래…… 그 개 목걸이 말인데. 계속 그대로 둘 건, 물론 아니지?”
     “네. 그건 물론이죠. 가능하면 지금 당장 풀고 싶지만……”

     일단 말을 끊고 개 목걸이에 손을 대고 그대로 개 목걸이를 찢어보려고 하지만 당연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런 느낌으로 풀릴 생각을 안 해요”

     니나가 손을 때자 미라르마는 개 목걸이를 빤히 쳐다본다.

     “보기엔 가죽 같은데 꿈쩍도 안 하네. 가위라던가, 날붙이는 물론 시험해 봤겠지?”
     “네…… 그것도 결과는 같았어요”

     흠, 이라며 미라르마가 무언가를 생각하며 턱을 괸다.

     “그렇다면 해주(解呪) 같은 건 어때? 그런 효과라면 저주의 아이템일이도 모르잖아?”

     미라르마의 말에 니나는 고개를 젓는다.

     “아뇨. 그건 관두는 게 좋아요”
     “어머, 왜?”
     “저도 해주는 시험해 봤어요. 리네아 씨라고 하는 교회의 시스터에게 부탁을 했었는데요……”
     “……아직 개 목걸이를 차고 있다는 건 실패했다는 거구나”
     “네……. 실패했을 뿐만 아니라 개 목걸이에 힘 때문에 시스터도 이상해져서…… 그, 야, 야한 일을, 당해서”

     점점 빨개지는 니나를 보고 미라르마는 서둘러 “미, 미안해!”라며 니나의 말을 막았다.

     “크흠…… 그렇다면 남은 건 컬렉터려나?”
     “그렇네요. 의지할만한 곳은 그쪽 정도예요”

     “그저……” 어두운 표정으로 말을 잇는다.

     “상담을 하러 가고는 싶지만 이 개 목걸이의 효과도 있어서 어떻게 할까 고민이 돼서요”

     그렇다. 그것이 니나가 안고 있는 큰 문제였다.
     개 목걸이가 무차별로 주변의 사람들을 이상하게 만드는 이상 가볍게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가 없는 것이다.
     설령 컬렉터과 접촉을 하더라도 그 상대가 미라르마처럼 저주에 대한 대책을 하지 않았다면 니나는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시한폭탄 앞에서 상담을 하는 꼴이 된다.
     그것은 니나에게도 상담을 해주는 상대에게도 리스크가 너무 크다.
     미라르마도 니나의 말에 그 리스크를 깨달은 건지 으~음이라며 고민을 한다.

     “나한테 연줄이 있었다면 소개해 줄 수 있었을 텐데 컬렉터에는 아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가요……”

     조금 기대했지만 역시 그렇게 잘 풀리지는 않았다.
     뭔가 좋은 생각이 없을까 고민을 하고 있자 종이 울리는 듯한 소리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
     들어본 적 없는 소리에 니나는 무슨 일인가 주위를 둘러봤지만 니나 외의 리액션을 취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머, 손님?”

     그 미라르마의 말에 니나는 방금 들린 소리가 초인종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런 시간에 별일이네. 분명 아무런 예정도 없었던 것 같은데……”
     “네. 저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만. ……어느 분이실까요?”

     초인종에 대해 안제와 미라르마가 얘기하고 있자 방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온다. 몇 초 후 문이 열리고 처음 보는 메이드가 고개를 내민다.

     “실례합니다 주인님. 무스님께서 전날 주문하셨던 다과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무스 씨가…… 오셨어? 이쪽에서 가지러 간다고 약속했던 것 같은데”
     “네. 그런데 “오늘은 가게를 일찍 닫게 되어서 이쪽에서 오게 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래. 귀찮게 해버리고 말았네. ……그럼 폐가 되지 않는다면 차를 내주렴. 내가 맞이할 수 없는 건 조금 미안하지만……”

     아무래도 지인이 찾아온 것 같다.
     자신 때문에 상대에게 폐를 끼치게 되는 것은 본의가 아니기에 서둘러 입을 연다.

     “저, 저기. 저는 신경 쓰지 마시고 만나러 가셔도……”
     “아뇨. 신경 쓸 거예요. 당신도 소중한 손님이니까. 도중에 내팽개치는 박정한 짓은 안 해”
     “으……”

     확실하게 말하는 미라르마에게 니나는 아무런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아무튼 이 저택의 주인은 미라르마인 것이다. 그 미라르마가 “그런 일은 하지 않는다”고 단언한다면 니나가 끈질기게 “그래도 가 주세요”라고 말하는 건 실례가 될 것이다.
     게다가 니나를 ‘손님’이라고 본다면 미라르마의 말에도 확실히 일리가 있다.

     ‘그래도 나는 손님이라기보다는 호의에 들러붙은 귀찮은 녀석이고……’

     그런 일을 생각하고 있자 미라르마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게다가 그 사람은 좀 거북해서”
     “네?”
     “아니. 아무것도 아냐”

     미라르마는 니나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조금 전에 들어온 메이드와 대화를 주고받는다. 그 내용은 요약하면 ‘상대에게 실례가 되지 않도록’이라는 당연한 얘기였다.
     그것도 금방 끝나 미라르마가 다시 니나에게 시선을 주자 메이드는 “실례했습니다”라며 머리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아 아뇨! 괜찮아요”

     상냥하게 미소 짓는 미라르마를 보고 니나의 딱딱했던 표정이 풀어진다.
     그 미소에는 니나에게 부담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과를 가지고 온 손님에게는 아직 미안함이 조금 남아있었지만 마음은 그 손님보다 자신을 우선해 줬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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