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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2. 모르는 천장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5. 17. 01:22

     “응, 으……”

     흐릿한 시야와 멍한 머리.
     눈에 들어온 것은 모르는 천장이었다. 니나가 묵고 있는 숙소에는 절대로 놓지 않을 샹들리에가 은은한 빛을 내뿜고 있다.

     ‘여기, 어디지?’

     몸을 뉘고 있는 침대가 너무나도 기분 좋아서 몸을 움직이기가 귀찮아 목만을 움직여 주위를 확인한다.

     ‘우와…… 뭐야 여긴……’

     엄청난 속도로 눈이 떠졌다.
     요전에 봤던 리네아의 방은 센스가 좋은 멋진 방이라는 느낌이었다면 이 방은 뭐랄까, 차원이 다르다.
     놓여있는 일상품은 어느 것에도 훌륭한 장식이 달려 있어서 흘깃 본 것만으로도 엄청난 돈을 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방의 면적도 니나가 살고 있는 방 두 개분은 있어 보였다.

     “……엄청나네”

     그런 솔직한 감상 외에는 떠오르지 않는다.

     “다행이야. 눈을 뜨셨군요”
     “어?”

     등 뒤에서 갑작스레 들려오는 말.
     서둘러 뒤돌아 목소리의 주인을 보고 니나는 “와”라며 작게 소리를 내었다.
     그곳에 있던 사람은 해님 같은 포근한 분위기를 가진 절세의 미녀였다.
     푸른 눈동자에 허리까지 기른 금빛 머리카락과 수려한 용모, 보는 사람을 매료시키는 발군의 스타일이 그녀의 매력을 끌어올려주고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니나의 눈길을 끈 것은——

     ‘메, 메이드 씨다……’

     검은색과 하얀색의 예쁜 에이프런에 프릴이 달린 카추샤.
     여성이 입고 있는 메이드 복이라고 하는 복장에 다른 무엇보다도 니나의 시선이 끌렸다.
     메이드라고 하는 존재 자체는 거리에서도 몇 번인가 본 적이 있지만 이렇게 실제로 일하고 있는 모습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금방 주인님을 불러오겠으니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아, 네”

     아직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과 ‘메이드’라는 존재에 놀라 어벙한 대답을 하자 푸른 눈동자의 메이드는 살짝 미소 짓고는 아름답게 허리를 숙이고 방을 나갔다.
     그 아름다운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다 정신을 차리고는 머리를 좌우로 흔든다.
     지금은 방이나 메이드에 넋을 잃고 있을 때가 아니라 자신이 처한 상황을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다.
     니나는 아직 멍한 머리를 깨우기 위해 다시 한 번 머리를 흔든 후 의식을 잃기 전의 기억을 떠올려 본다.

     ‘으음…… 분명 필름이랑 던전에 간 다음, 혼자서 귀가하는 도중에 몸이 마비돼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바람에……’

     ——그래 그 후에 쓰러지고 만 니나를 빨간 머리카락의 여성이 도와주었다.
     그리고 마차에 탈 때 말했던 “우리 집에 데려간다”는 말이 사실이라면 이곳은 그 빨간 머리카락의 여성의 집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

     하지만 무언가 중요한 것을 잊고 있는 듯한 위화감이 니나의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것은 의식을 잃기 직전 아주 강하게 생각했던 것이었을 텐데 떠올릴 수가 없다.

     ‘……뭐, 그건 일단 잊자’

     생각해 봐도 모르는 일보다는 보이는 범위에서 상황을 이해하는 것이 좋겠지, 라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문 너머에서 복수의 발소리가 다가왔다.

     “괜찮아 보여서 다행이야”

     문이 열리고 조금 전의 메이드와 두 사람을 더 데리고 빨간 머리카락의 여성이 들어온다.
     처음에 봤던 메이드처럼 새로운 메이드들도 모두 예쁜 용모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들을 거느리고 있는 빨간 머리카락의 여성도 메이드에 지지 않을 정도의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니나보다도 머리 한 개분은 확실하게 더 커 보이는 키에 긴 다리. 어깨까지 기른 빨간 머리카락은 마치 진홍색의 비단을 보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완벽한 용모에 조금 긴장했지만 다음에 눈에 들어온 가슴은 친근감을 느끼게 해주는 크기라 실례라고 생각하면서도 안심이 되었다.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니나는 빨간 머리카락의 여성이 자신에게 다가오기 전에 머리를 숙이고 감사의 말을 전한다.
     건네줄 만한 사례품을 가지고 있지 않은 니나에게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감사의 말은 누군지도 모르는 자신을 구해준 상대에 대한 최대한의 감사였다.
     앉은 채로는 실례라고 생각해서 침대에서 일어나려고 했지만 빨간 머리카락의 여성이 그것을 저지했다.

     “아아, 신경 쓰지 말고 누워있어. 아직 피로가 남아 있지?”
     “……죄송합니다”

     아직 마비가 남아있는 건지 움직이는 것이 조금 힘들었지만 일어서는 것뿐이라면 가능할 정도로는 회복되었다.
     하지만 완전히 회복되었냐고 한다면 그렇지도 않기 때문에 솔직하게 말에 따른다.
     단 누워있는 채로는 미안하기 때문에 상반신을 일으킨다.

     “……그러고 보니 아직 이름을 물어보지 않았었네. 괜찮으면 알려줄래?”
     “아, 네. 저는 니나라고 합니다”
     “니나 양이구나. 알려줘서 고마워. 나는 미라르마라고 해. 잘 부탁해”
     “미라르마 씨.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도와주셔서 정말로 감사합니다”

     미라르마는 니나의 딱딱한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살짝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그렇게 딱딱할 필요 없어. 그리고 미라르마 씨가 아니라 ‘미라’라고 불러주면 고맙겠는데. 딱히 이름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길어서 부르기 힘들잖아?”
     “아, 네”

     4글자밖에 안 돼서 길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지만 니나는 끄덕였다. 본인이 그렇게 불러달라는데 거절할 이유도 없다.

     “알겠습니다…… 미라 씨”
     “응. 역시 그쪽이 좋네. 뭐하면 씨도 필요 없을 정도인걸”

     미라르마는 만족한 듯이 끄덕이고는 “그럼”이라며 말을 잇는다.

     “너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일단은 여기에 올 때까지의 경유를 얘기하는 쪽이 좋으려나?”
     “네. 괜찮으시면 제가 정신을 잃은 후…… 마차에 타고난 후의 일을 얘기해 주셨으면 하는데요”

     미라르마는 “알겠어”라고 끄덕인 후 헛기침을 한 번 한다.

     “……라고 해도 얘기할 만한 일은 없었지만. 마차에 타고 집까지 와서 침대에 눕혔을 뿐이니까”
     “……어”
     “어머, 무슨 문제라도 있니?”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라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보며 니나는 마음속으로 놀랐다.
     정신을 잃기 전과 다르게 몸을 어느 정도 움직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에 교회나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에 이곳에 온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렇게 강했던 마비가 괜찮아진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오르지만 그것도 미라르마의 말로 해소되었다.

     “아아, 그리고 침대에 눕힐 때에 우리 집에서 고용한 의사에게 봐달라고 했으니까 마비에 대한 가벼운 치료정도는 해뒀어”

     ‘우, 우리 집에서 고용한 의사……?’

     신경 쓰이는 단어는 있었지만 말허리를 끊게 되기 때문에 입을 닫은 채로 미라르마의 말을 듣는다.

     “그리고 네가 눈을 뜰 때까지 별다른 일은 없었는데…… 아”

     미라르마가 조금 미안하다는 듯이 말했다.

     “하나 너에게 사과해야만 할 일이 있어”
     “사, 사과요?”

     짐작 가는 일이 없어 니나의 눈이 휘둥그레진다.
     위험에서 구해준 데다 본 적도 없는 니나를 집에 데려와 마비의 치료까지 해준 은인에게 사과를 받을만한 일은 하나도 짐작이 가지 않았다.
     혼란해 하는 니나에게 미라르마가 입을 연다.

     “그, 옷에 대한 일인데……”
     “옷……?”
     “그래. 니나 양이 입고 있던 옷. 조금 더러워졌길래 옷을 갈아입히려고 벗기다가 찢어졌거든. 일단은 메이드에게 수선해달라고는 했지만 사과는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말을 듣고 처음으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고는 놀란다. 확실히 그 더러운 넝마 조각이 아니라 니나가 가진 어떤 옷보다도 비싸보이는 실크로 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소재도 그렇고 군데군데 자수된 꽃문양은 마치 그곳에 진짜로 꽃이 핀 것 같은 완성도라 저도 모르게 눈길을 빼앗긴다.
     몸 쪽에 의식을 돌리자 아무래도 속옷도 갈아입힌 건지 그 질척한 감각도 사라져 있었다.
     알몸을 보였다고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 옷을 입고 있는 것보다는 훨씬 나앗다.

     ‘이, 이 옷 얼마나 할까’

     조금 전의 “우리 집에서 고용한 의사”라는 발언과 함께 엄청난 흥미가 끓지만 대답을 들었을 때의 위축된 니나의 모습이 선명히 떠올라 자신을 위해 질문은 그만두었다.
     니나는 살짝 미소 짓고는 입을 열었다.

     “아, 아뇨. 다른 옷을 입혀주셔서 오히려 감사한걸요. ……그리고 그 옷은, 그냥 버리셔도 돼요”
     “……그래. 메이드에게 그렇게 전해 줄게”

     잠시의 침묵 후에 끄덕이는 미라르마를 보고 니나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옷을 갈아입혔다는 것은 아마도 니나의 옷이나 속옷이 어떤 상태인지를 파악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것을 알면서도 버려달라고 한 니나에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미라르마의 상냥함에 니나는 감사했다.

     ‘……?’

     그때 머릿속에 작은 위화감이 떠올랐다.
     미라르마가 오기 전에 느꼈던 무언가를 잊고 있는 듯한, 미묘하게 걸리는 듯한 감각.

     ‘뭘까 이건……. 떠오를 듯한 말 듯한……’

     너무나도 신경 쓰여 턱에 손을 대고 진심으로 생각해 봤지만 한 걸음만 더 라는 상태에서 나아가지 못한다.
     니나가 머리를 짜내며 생각하고 있자 미라르마가 “그러고 보니”라며 무언가를 떠올린 듯이 말한다.

     “하나 이상한 보고가 있었어요”
     “이상한 보고요?”

     니나는 또다시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여기서 떠올린다는 것은 틀림없이 자신과 관련된 일이겠지만 복장과 마비 외에 이상한 점이 있었던가?
     약간 생각을 해봤지만 그 외에 특별히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저기, 그 보고라는 건?”
     “그래, 지금도 차고 있는 그 개 목걸이 말인데……”
     “————”
     “메이드들이 어떻게 해도 풀리지를 않는다고. ……혹시 뭔가 특수한 매직 아이템 같은 거니?”

     미라르마가 말을 하며 개 목걸이에 손을 뻗는다.

     “마, 만지면 안 돼요!!!”

     만지기 직전에 니나는 소리를 지르며 손을 내쳤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절규했다.

     ‘몇 번이나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는 거야, 나는!?’

     말을 듣기 전까지 개 목걸이의 존재를 잊고 있었던 자신의 멍청함에 치가 떨린다. 그 결과 피해를 받는 것이 자신뿐이라면 어쨌든 자신을 구해준 은인을 휘말리게 할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믿을 수가 없어! 이렇게 중요한 일을 잊다…… 응?’

     아니, 애초에다. 어째서 니나는 이 개 목걸이에 대해 잊는다는 일이 가능한 걸까. 아무리 잠에 취해있었다고 해도 지금까지 이렇게 심한 일을 당하게 한 개 목걸이를 한순간이라도 잊는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설령 어떤 일이 있다고 한들 니나는 개 목걸이에 관한 일만은 절대로 잊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렇다면——

     ‘설마 이것도 개 목걸이의 힘인가?’

     머리를 스치는 생각에 니나의 등골이 얼어붙는다.
     혹시 개 목걸이가 니나의 인식까지 멋대로 바꿔버리는 힘을 가지고 있다면 최악이다.
     무의식적으로 개 목걸이의 힘을 흩뿌려대며 이상해진 사람들에게 능욕 당한다는 악순환의 완성이다.

     “저, 저기, 미안해. 멋대로 만지려고 해서…… 소, 소중한 물건이라거나 그런 거니?”

     소리를 지르고는 계속 입을 다물고 있는 니나에게 미라르마가 서둘러 사과한다.
     아무래도 개 목걸이에 손을 대지 못하게 하는 행동을 정반대로 해석한 것 같다. 그런 미라르마를 보고 니나도 정신을 차리고는 미안한 마음으로 가득 찼다.

     “아, 아뇨. 저기, 소리쳐서 죄송해요. 조금 사정이 있어서요……”
     “무리하지 않아도 돼. 내 생각이 짧았어”
     “아니요! 정말로 화나지 않았어요! 그저, 그…… 이 개 목걸이를 만지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서요”
     “……좋지 않은 일이라니 무슨 뜻이야?”
     “그건……”

     그 간단히 대답할 수 있을 질문에 니나는 입을 다물고 만다.
     왜냐.
     이유는 간단하다. 사실을 말하면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게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냐 안 돼. 응석부리면’

     본 적도 없는 자신을 집에 들여준 데다 일어날 때까지 몸을 돌봐준 그녀들의 순수한 걱정과 따뜻한 말이 마음에 스며든다.
     ‘그렇기 때문에’ 니나는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된다. 몸은 여전히 제 상태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친절하게 대해준 그녀들을 휘말리게 하는 것만은 절대로 용서받지 못하는 일이다.

     ‘모든 일이 끝나면 감사를 전하러 오자’

     모든 것을 밝힐 각오를 하고 주먹을 쥔다.
     설명을 하는 동안 개 목걸이의 힘이 발동할 리스크를 생각하면 지금당장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현명한 일이겠지만 미라르마나 메이드들의 상태를 보면 제대로 설명을 하지 않으면 도망친 니나를 쫒아올 것만 같다. 그렇다면 사전에 제대로 설명을 하고 위험성을 이해시키는 것이 좋다.

     “……저기, 개 목걸이에 관한 건데요”

     니나의 진지한 모습을 보고 두 사람은 조용히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그것에 감사하며 니나는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이야기한다. 개 목걸이의 능력에 관한 것, 벗기려고 해도 벗기지 못했다는 것, 그리고 주변의 인간들을 휘말리게 한다는 것, 그것들을 가능한 알기 쉽고 간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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