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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 은신처 · 하편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5. 14. 18:05

     “아~아, 바닥에 이렇게 큰 물웅덩이를 만드시다니. 후후, 얼마나 흥분하셨던 거예요?”
     “알고 있어…… 알고 있으니까…… 그 이상 말하지 말아 줘”

     말의 나이프가 정신을 난도질해서 나약한 말을 토해내는 니나.
     그런 니나와는 대조적으로 필름은 평소와 다름없는 태도로 어깨를 으쓱이고는 주머니에서 무언가를 꺼내었다.

     “선배는 가지고 계신 게 없으니까 제가 닦을 걸 빌려드릴게요. 그러니까 ‘이걸로 깨끗하게 닦아주세요’”

     두 장의 천을 건네받은 니나는 이를 악문다.

     ‘얼마나 나를 괴롭힐 생각이야……’

     수치심과 분노가 뒤섞여 머리에서 분출될 것만 같다.
     억지로 하게 된 자위의 뒷정리를, 시킨 사람의 앞에서 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비참한 일도 잘 없을 것이다.
     라고는 해도 여기서 자신이 자위한 흔적을 남기고 돌아가는 것도 싫다며 자신을 납득시키고는 건네받은 천에 눈길을 준다.

     “이, 이거!?”

     건네받은 천의 정체에 니나는 경악한다.

     “죄송해요 선배. 지금 가지고 있는 천은 그것뿐이거든요…… 뭐, 자신의 몸에서 나온 것을 닦는 거니까 상관없죠?”

     건네받은 천—— 그것은 전날 필름에게 빼앗긴 니나의 속옷이었다.
     양쪽 다 빨지 않은 것인지 바닥에 흩뿌려진 애액에 지지 않을 정도의 농후한 암컷의 향기가 풍겨 나와 전날의 행위가 얼마나 격렬했는지를 전해주었다.

     “우우…… 우으으으으으, 우으으으……”

     울음을 참는 듯한 신음을 내며 어떻게든 거부하려고 하지만 부탁을 받은 니나의 몸은 니나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애액으로 젖은 바닥에 속옷을 떨어뜨린다.

     “흑…… 훌쩍. 너무해, 이런 거”

     결국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흩뿌려진 애액을 정중히 닦아낸다.
     말라있던 속옷이 바닥에 흩뿌려진 자신의 애액으로 추잡하게 젖어가는 꼴을 보며 니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렇게 몇 분 후, 바닥을 깨끗하게 닦은 속옷은 건네받았을 때와 비교해서 명백하게 무거워져 있었다.

     “제대로 전부 닦으셨어요?”
     “……응. 그러니까, 옷을, 줘”

     물방울이 떨어지는 속옷에서 눈을 돌리며 필름에게 애원한다.

     “괜찮지만요, 그 전에♡ ‘지금 들고 있는 속옷을 입어주세요’”
     “……어, 뭐?, 자, 장난 해!?”

     엄청난 부탁에 니나가 화를 낸다.

     “이야~, 죄송해요 선배. 옷은 가지고 왔는데요 속옷은 그것밖에 가지고 오지 않았거든요……”
     “그, 그럼 안 입어도 되니까!”
     “아뇨아뇨, 저는 선배를 치녀로 만들고 싶지 않거든요♡ 속옷은 제대로 입어주세요♡”
     “싫어! 싫어!!! 이런 속옷을 입고 싶지는 않아!! 싫어어어엇!!”

     비통한 외침은 당연하게도 무시당했다. 찰박, 하고 애액으로 젖은 속옷의 불쾌한 감각이 가슴과 엉덩이에 느껴졌다.

     “잘하셨어요~ 우와, 젖어서 몸에 달라붙으니까 선배의 유두가 섰다는 게 다 보이네요♡”
     “제발, 이제 그만……”

     가슴을 감싸는 질척한 감촉에 말문이 막힌다.
     그리고 맡기 싫어도 풍겨오는 농후한 암컷의 냄새에 엄청난 혐오감이 끓어오른다.

     “우우……”

     또옥. 또옥.
     속옷에서 떨어지는 애액이 깨끗하게 닦은 바닥에 새로운 물웅덩이를 만들어갔다.

     “참. 옷을 드려야 했죠”

     필름은 그렇게 말하고는 가방에서 한 장의 천을 꺼낸다.

     “자, 이걸 받으세요♡”
     “……이게, 옷이라고?”

     건네받은 ‘옷’이라는 것을 보고 니나의 죽은 눈이 더욱 어두워진다.
     그것은 옷이라는 훌륭한 것이 아니라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넝마 조각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배스 타월 정도의 크기는 있어 보여서 몸을 감싸는 데에는 쓸 수 있겠지만, 그것도 어떻게든 이라는 느낌이다.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지……’

     이미 무슨 말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넝마 조각을 몸에 두른다. 길이도 아슬아슬한데다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있는 그것은 정말로 ‘없는 것보다는 낫다’의 극한을 추구하는 듯한 느낌이다.
     잘 봐줘야 슬럼가의 빈민. 평범한 사람이 본다면 노예라고 생각할 정도의 차림새다. 노예의 소지를 금지하는 미스트바일에서 이런 모습을 하고 있는 사람을 보게 된다면 틀림없이 호기심의 시선이 여기저기에서 날아올 것이다.

     ‘으으, 벌써 젖었어’

     게다가 흠뻑 젖은 속옷이 얇은 천을 간단하게 적셔서 넝마 조각의 위로도 속옷의 형태가 확실하게 보였다.
     가슴은 어쨌든 간에 하반신은 얼핏 보면 오줌을 싼 것처럼 보일 것이다.
     부끄러움에 젖은 부분을 감추는 니나를 보고 필름이 입을 연다.

     “괜찮을 걸요. 아까와는 다르게 지금의 선배를 보고 변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 없을 테니까”

     ——뭐, 주목은 받겠지만요. 라고 사족을 붙이며 필름은 깔깔 웃는다.

     “아, 그래도 거기가 젖어있는 건 좀 위험할지도 모르겠네요♡ 봐요, 여기라던가”
     “안 돼, 만지지 마!”
     “우와, 진짜로 흠뻑 젖어있네요. 살짝 찔러본 정도로 이렇게 흘러나오다니……”
     “그렇게, 누르지 말아줘…… 부탁이야”

     뻗어온 손이 넝마 조각 위로 속옷을 꾸욱 누른다.
     그 행동은 안 그래도 젖어있는 넝마 조각에 더욱 수분을 흡수 시켜 속옷의 형태를 더 확실하게 알 수 있도록 변색시켰다.
     이것에는 니나도 참지 못하고 원한이 담긴 눈으로 필름을 쳐다본다.

     “장난 좀 쳤을 뿐이잖아요, 그렇게 화내지 마세요. ……그보다 실제로 오줌을 싸셨으니까 제가 틀린 말을 한 것도 아니고요”
     “누, 누구 때문에 그렇게 된 건데……!”
     “아하하, 그러니까 그렇게 화내지 말아달라고 했잖아요”

     니나의 화를 웃으며 흘려보내고 필름은 은신처의 문을 열고 돌아본다.

     “그럼, 제가 하고 싶은 일은 끝났으니까 슬슬 돌아가죠”
     “기, 기다려 아직 내 얘기는——”
     “아직 대화를 이어가고 싶으신가요? 저는 상관없는데요. 다른 사람이 들어왔을 때 바닥의 얼룩을 뭐라고 설명하실 거죠?”
     “……그건”

     반론의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실제로 필름이 말하는 게 맞기 때문이다.
     감정적이 되어 불만을 내뱉는 것은 이 장소에서 가장 의미가 없는 행동이다. 지금은 조금이라도 빨리 이 장소를 뒤로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행동이라는 것을 니나 자신도 잘 알고 있다.

     “……알겠어”

     자신을 억누르고 짜내듯이 말을 내뱉는다.

     ‘애초에 내가 개 목걸이를 찬 게 나쁜 거야…… 필름은 하나도 나쁘지 않아, 나쁘지 않아!!’

     자기 자신을 타이르며 필름에 대한 화를 억지로 삭인다.
     그렇게 어떻게든 마음을 가라앉히고 방을 나오려고 하는 니나에게 “아아, 그렇지”라며 필름은 입을 연다.

     “선배, 다음에는 슬라임에게 잡히지 않도록 조심해주세요♡”
     “읏……! 그, 그런 건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어!!”

     또다시 “네가 할 말은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고 거칠게 대답하고 먼저 나간 필름의 뒤를 쫒아갔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에 슬라임과 마주칠 때마다 니나는 “히익”이라며 한심한 비명을 지르고 말아 모험가로서 치명적인 트라우마를 짊어지게 되었다고 절망하는 처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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