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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 몬스터 패닉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5. 9. 21:21

     미스트바일이 번영할 수 있었던 이유인 거대한 지하 던전.
     던전이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걸로 알 수 있듯, 그곳에는 이형(異形)의 존재가 나타난다. 그것은 ‘몬스터’라고 불리는 생물이다.
     던전에는 다양한 몬스터가 존재하며 강력한 불꽃을 내뱉는 드래곤, 뼈로 된 병사, 돌로 만들어진 골렘 등 위험도는 제각각이지만 한 마리라도 마을에 나타나면 혼란을 야기할 존재들뿐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그런 던전이 마을 중앙에 있는 미스트바일이 번영했는가.
     이유는 간단하다. 몬스터들은 던전에서 나온 순간 재가 되어 사라져버리기 때문이다.
     원인은 불명이다. 미스트바일 외의 다른 곳의 던전에서도 이 현상은 일어나, 던전에서 한 발자국이라도 나온 몬스터는 순식간에 재가 되어버린다. 이 현상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연구자들은 매일 토론을 한다고 하며, 이곳 미스트바일에서도 성대하게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하아”

     ——하고, 기분전환을 위해 쓸데없는 생각을 하는 동안에 목적지에 도착하고 말았다. 니나는 우울한 기분을 떨쳐내기 위해 목적지에서 기다리고 있는 소녀에게 달려간다.

     “아, 안녕하세요. 선배♡ 시간에 딱 맞춰서 오셨네요”

     태양이 떠오르기 시작한 시간. 니나는 그날도 이른 아침에 밖에 나와 약속장소인 던전 앞에 오게 되었다.
     원래라면 한 발자국이라도 밖에 나가고 싶지 않았지만, 전날 술집에서의 일이 있은 후, 헤어질 때 ‘내일도 만나자’는 명령—— 부탁을 받아 밖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번엔 무슨 짓을 당하게 될까……’

     침울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는 니나에게는 패기가 느껴지지 않았다.
     던전이라는 위험한 장소에 가는데도 불구하고 지금부터 자신이 심한 꼴을 당하게 될 거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목욕탕에서, 길거리에서, 술집에서, 이런저런 곳에서 치욕을 받아온 니나는 희망을 가지고 ‘던전인데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할 수는 없었다.

     “그럼, 바로 가볼까요! 선배와의 던전 탐색은 오랜만이네요!”
     “……응”

     ‘이런 상황만 아니라면, 솔직하게 기뻐했겠지만……’

     마음속으로 푸념을 늘어놓으며 기분이 좋아 보이는 필름의 뒤를 쫒았다.



     던전의 입구는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한적했다.
     넓은 입구이기 때문에 점심때에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들어갈 수 없다, 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지만, 그래도 평소에는 떠들썩한 이곳이 조용하다는 것은 니나에게는 드문 광경이었다.
     그곳을 지나 더욱 안으로 들어가자 이번에는 좁은 동굴의 입구 같은 곳이 몇 개인가 늘어서있는 광장 같은 곳이 나왔다.
     저 작은 입구야말로 미스트바일이 자랑하는 거대 던전의 입구다.
     동굴 하나하나가 각각 다른 던전을 형성하고 있으며, 입구와는 다르게 거대한 미궁이 펼쳐져 있다. 얼마나 넓은지조차 완벽하게 파악되지 않았으며, 아무리 실력 좋은 모험가라도 최하층까지 도달한 사람은 없다.

     “선배는 어느 쪽이 좋아요?”

     필름의 질문에 니나는 생각에 빠진다.
     솔직히 어느 던전이나 안까지 들어가지 않는 한은 큰 차이가 없어서 어디로 들어가든 상관없다는 것이 본심이지만, 고민을 하고 만다.

     “아”

     그러다 떠오른 생각에, 조건반사적으로 입이 움직인다.

     “저 왼쪽 끝의 던전은 좀…… 싫은데”
     “그쪽이 좋은 게 아니라…… 싫다고요? 왜요?”
     “그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바라보는 필름을 보며 입을 굳게 닫는다.

     ‘이 개 목걸이를 손에 넣은 곳이니까……라고 말하면, 좋다고 들어갈 것 같아……’

     “……역시 어디든 상관없어. 필름이 골라줘”
     “뭐, 네. 알겠어요. ……그럼, 이쪽으로!”

     필름이 가리킨 곳은 니나가 싫어했던 곳의 반대쪽이었다.
     싫다고 한 곳을 고를 줄 알았던 니나는 약간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정말로 그쪽이야?”

     무언가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닌지 불안해져 물어보자, 필름은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아, 아뇨, 어디든 상관없다고 하셔서 적당히 고른 건데요. 아, 혹시 가고 싶은 곳이 생겼다든가?”
     “아니……, 나도 딱히 없으니까 필름이 정한 곳으로 가자”
     “그래요?”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채로 “그럼, 갈까요”라며 앞장선다.

     ‘역시 야한 일을 하지 않을 때는 평소대로네. ……이 개 목걸이는 그런 쪽의 감성만을 이상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는 걸로 파악하면 되려나’

     가볍게 개 목걸이의 효과에 대해 생각하며 앞을 걷는 필름의 뒤를 쫒는다.
     지금은 아무런 단서가 없는 상태지만, 빨리 이 개 목걸이를 풀어 치욕에 물든 생활에서 빠져나가고 이상해진 그녀들을 제정신으로 돌려놓아야 한다.



     조용한 던전에서 나란히 걷고 있는 두 사람.
     점심때에는 어딘가에서 발생한 전투에 의해 소란스러운 던전이지만 역시 이런 시간에는 입구와 마찬가지로 조용했다.
     조용한 던전이 평소보다도 신경을 날카롭게 만들어, 아직 얕은 층이지만 몸에 적당한 긴장감을 가져다주었다.

     ‘아침에 던전은 꽤 좋을지도 모르겠는 걸’

     “엿차”

     필름의 목소리에 투명감있는 노란색의 물체가 몽글몽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발을 세운다.

     ‘……슬라임이네’

     슬라임은 이 던전에서 가장 약한 몬스터다.
     저 액체 같은 부정형(不定形)의 몸에는 대부분의 물리공격이 통하지 않지만, 마법에는 약해서 아무리 약한 마법이라도 맞기만 한다면 쓰러뜨릴 수 있는 몬스터다.
     다리도 느리고, 기어다니는 것처럼 움직이기 때문에 던전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무시당하는 일이 많다.
     일단은 접촉한 물건의 마력을 약간씩 흡수하는 효과도 지니고 있지만 느린 속도의 슬라임에게는 그런 효과가 있다고 해도 발휘할 기회가 거의 없어서 최약의 몬스터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무시하고 지나가자’

     던전에 익숙한 니나는 방해조차 되지 않는 최약의 몬스터를 무시하고 지나가자는 판단을 한다.
     슬라임의 옆을 적당히 빠져나가려고 한—— 그 순간.

     “어디가세요? ‘멈춰주세요’”
     “어?”

     슬라임의 바로 옆을 지나가려는 그 순간 부탁에 의해 몸이 멈춘다.
     니나는 옆에서 움직이는 슬라임을 확인하며 곤란하다는 듯이 입을 연다.

     “……필름, 슬라임을 상대하는 건 시간이 아까우니까 무시하고 안쪽에 들어가지 않을래?”
     “아하하, 무슨 말을 하시는 거예요? 오늘 던전에 온 목적은 이 녀석인데요♡”
     “……슬라임이, 목적?”

     필름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해,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지금 상태의 선배와 안쪽에 들어가면 선배가 상처를 입을지도 모르잖아요. 선배도 언제 부탁이 날아올지 모르는 상태로 강한 몬스터와 싸우고 싶지는 않죠?”
     “……뭐, 뭐어. 그건 그렇지……만, 히윽”

     어느샌가 니나의 발밑에 노란색의 슬라임이 달라붙어 신발을 타고 발목까지 올라와 있었다.
     그 뭐라고 할 수 없는 감촉에 닭살이 돋으며 목소리가 떨린다.

     ‘뭐야 이거…… 왠지 소름이…… 기분 나빠’

     “와, 벌써? 아직 얘기하는 도중이었는데, 슬라임이 의외로 빠르네요”

     조금씩 기어올라오는 슬라임에게 불쾌감을 느끼며, 떨쳐내려고 해도 ‘멈춰라’는 부탁의 영향으로 손가락조차 움직이지 못하는 니나.

     “이 녀석이 의외로 빠른 건 사이즈 때문일까요? 봐요, 평소에 보던 녀석들보다 작아 보이지 않아요?”
     “그, 그런 건 아무래도 좋으니까 빨리 부탁을……”

     말하는 도중에 쉬이익하는 불온한 소리가 니나의 귀에 들어왔다.
     무슨 소리인지 주위를 둘러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금방 깨닫고 슬라임이 휘감겨있는 다리를 확인한다.
     그곳에는—— 최악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었다.

     “뭐야…… 이거…… 어째서, 타이츠가 녹고 있어……?”

     상처를 입지 않도록 입고 있었던 검고 두꺼운 타이츠가 지금은 슬라임에 휘감겨서 이상한 소리를 내며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이거, 의외로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혼란해하는 니나는 옆에 두고 필름이 즐겁다는 듯이 입꼬리를 올린다.

     “어떤 모험가든 슬라임은 무시하든가 흥미본의로 찔러보는 정도니까요. ……하지만, 한 가지 무서~운 능력을 가지고 있거든요♡”
     “……슬라임의, 능력?”

     ‘마력을 흡수하는 것…… 말고도 있는 거야?’

     “마력을 가지고 있는 것 외에는 녹여버리는 능력이에요♡”
     “녹, 여?”

     식은땀이 흐른다.

     “즉, 저희들의 몸이나 매직 아이템 외에는 닿은 물건을 녹여버리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거죠. ……그렇게 강한 능력은 아니라서 오래 닿아있는 게 아니라면 발동하지 않지만요”
     “정말이야? 그, 그러면……!?”

     슬라임이 허벅지를 기어다니는 감각에 피가 빠져나가는 것을 느낀다.
     눈치채버리고 만다.
     이 슬라임이 자신이 몸을 기어다니며 자신이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어떻게 되는지를.

     “피, 필름——!”
     “아, 말하는 걸 잊었는데, 절대로 도와주지 않을 거예요♡ 자신의 옷이 조금씩 녹아가는 걸 느긋이 감상해주세요♡”
     “너무해!”

     절망으로 파래진 니나의 허벅지를 슬라임이 천천히 기어올라간다.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타이츠를 녹이며 허벅지 위의 반바지에 다가오고 있다.

     “싫어, 안 돼, 거긴 정말로 안 돼!! 기다——”

     쉬이익, 하고 입고 있던 반바지가 녹아가는 소리가 통로에 울려 퍼진다.
     녹아가는 속도는 점점 빨라져, 어느새 피부가 비쳐 보이기 시작했다.

     “자~아, 보지가 보이기 시작하네요~♡”
     “아, 안 돼……”

     결국 속옷까지 완전히 녹아 슬라임 너머로 니나의 음부가 노출된다.
     지키는 것이 없어진 보지 위를 슬라임이 기어올라간다. 녹인다는 능력 탓인지, 찌릿한 감각이 음부에 전해져 니나는 이상한 기분이 되는 것을 필사적으로 억눌렀다. 

     “응, 후우, 후우…… 으읏, 필름! 부탁이야, 세워줘!”
     “세워달라니, 딱히 제가 슬라임을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그, 그러면 빨리 부탁을 해제해줘!! 이대로라면, 전부 보여질거야!!”

     슬라임 한 마리에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하고 능욕 당한다. 그럭저럭 경험을 쌓은 모험가인 니나에게 있어서는 버티기 힘든 굴욕이었다.

     ‘게다가…… 어쩐지 다리도, 허리도 찌릿거려……’

     슬라임은 이미 배로 이동했는데도 이상한 감각만이 하반신 전체에 남아있었다.
     마치 마비로 몸이 움직이지 않는 듯한——

     “으, 후아……”

     갑자기 뱃속에서 흘러넘치는 감각에 전신이 떨리며 찌릿한 개방감과 함께 신음이 나오고 만다.

     “뭐야, 이거? 몸이, 말을, 안 드…… 으, 후아, 뭐야……”

     뭔가가 온다는 것을 이해했을 때에는 이미 늦고 말았다.

     “후아…… 어, ……어?”

     노란 액체가 다리를 타고 미궁의 바닥에 흘러내렸다.
     그 색은 슬라임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비릿한 냄새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 나, 어째, 서”

     자신의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이해하지 못하고 니나는 멍하니 흘러내리는 액체를 바라본다. 그것은 기세 좋게 뿜어져 나오는 것이 아니라 흘러나오는 것처럼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다.

     “와, 슬라임한테는 이뇨 효과도 있었나요? ……아니, 아니지. 이건 어느 쪽이냐면……. 후후, 뭐 됐어요”
     “니나 선배의 귀중한 방뇨 신, 감사합니다♡”

     찰칵.

     입을 벌리고 멍한 표정으로 서있는 니나였지만 그 셔터음에 정신을 차린 건지 몇 번인가 눈을 깜빡인 후, 전원이 켜진 것처럼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였다.

     “히……이, 아, 안돼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엣!?”

     미궁 안에서 나온 비명이 일대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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