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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3. 치욕적인 촬영회 · 상편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5. 4. 19:44

     필름이 데려온 곳은 던전 근처의 유명한 술집이었다. 외식하자고 한다면 당연히 여기, 라고 할 정도로 니나에게는 익숙한 곳으로 몇 번인가 리아스나 필름과 함께 온 적이 있다.
     니나의 머릿속에 ‘혹시 정말로 마시고 싶을 뿐이었나?’라는 안일한 생각이 스치지만, 바로 생각을 바꿨다.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해…… 리아스 때도 결국 야한 일을 당했으니까……’

     목욕탕에서의 일을 떠올리고는 얼굴을 붉히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도 전부…… 알고 있었으면서도 얘기를 질질 끈 내 탓이야……’

     시간이 지날수록 가슴속의 죄악감이 점점 커다래진다.
     리아스나 시스터 때와는 달리 길게 대화를 이어가면 위험하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 끌어들이고 말았다는 미안함이다.
     애초에 억지로 대화를 끊어버리면 됐는데 이야기를 질질 끌고는, 마지막에 말을 거는 필름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만 것은, 틀림없이 니나의 나약함 때문이다.
     오랜만에 만난, 이상해지지 않은 친구와의 대화로 조금이라도 일상을 느끼고 싶었던 마음이 니나의 판단을 둔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니나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사람이 적네요. 기다리지 않아도 될 것 같으니까 바로 들어가죠”

     필름은 고민하는 니나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가게 안에 들어갔다.



     “어서 오세요~. 두 분이신가요?”
     “네~에. 아, 비어있는 룸은 있나요? 가능하면 룸이 좋은데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으~음, 네. 비어있는 룸이 있네요. 안내해드릴까요?”
     “부탁드려요~”

     점원과의 대화를 빠르게 끝내고 룸으로 안내받던 중에 니나가 입을 열었다.

     “저기, 왜 룸이야?”
     “구후후, 그런 건 금방 알 수 있을 거예요 선배♡”

     농담을 하듯이 필름은 말했지만, 필름의 눈동자는 틀림없이 가학적인 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처음부터 믿지 않았지만 그래도 몇 퍼센트인가는 남아있던, 마시러 왔을 뿐이라는 희망이 완전히 사라져 니나는 더욱 우울한 기분으로 점원의 뒤를 쫒았다.
     가게 안을 30초정도 걸어서 목적지인 룸에 도착했다. 안내해준 점원과 함께 방 안에 들어간다.
     방은 나무로 된 문으로 닫혀있어서 밖에서는 안을 확인할 수 없는 구조였다. 원래는 모르는 사람들과 밥을 먹는 것을 싫어하는 사람들도 걱정 없이 올 수 있도록 설치된 방이었겠지만, 지금의 니나에게는 다른 목적을 가지고 있는 듯이 보였다.

     “주문이 정해지시면 이 벨을 눌러서 불러주세요”
     “아, 이미 정해둔 게 있는데 지금 주문해도 되나요?”
     “네. 주문받겠습니다”

     니나는 필름이 메뉴표를 열고 점원에게 주문을 하는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지금부터 당할 일을 상상해서 풀죽어있다——는 것은 아니고, 평소대로였다.
     이런 가게에 필름이나 리아스와 왔을 때 니나는 항상 주문을 다른 사람에게 맡긴다.
     점원과 얘기하는 것이 서툴러서 그런 것은 아니고, 단순히 니나가 술집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이어서 그렇다.

     ‘이런 일상적인 행동에는 개 목걸이의 영향이 나오거나 하진 않는 것 같아…… 역시 이상해지는 건 야한 일을 할 때뿐인가?’

     생각을 하는 사이에 주문이 끝났는지 점원이 “그럼 실례하겠습니다”라며 방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 안에 긴장감이 맴돈다.
     라고는 해도 표정이 딱딱한 것은 니나뿐으로, 필름은 평소처럼 보였다.
     수 초간의 침묵이 방을 지배한 후, 필름이 입을 열었다.

     “둘이서 여기에 온 건 오랜만이죠? 왜, 평소에는 리아스 선배도 함께 오잖아요”
     “……그럴지도 모르겠네. 아마, 반년만인가?”

     필름은 니나의 말에 “그 정도인가요?”라는 대답을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니나 옆에 앉는다.

     “왜, 왜 그래?”
     “모처럼 단 둘뿐이니까 좀 더 꽁냥댈까 해서요♡”

     그대로 몸을 딱 붙이고 어깨에 머리를 가져다댄다.
     무슨 일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저 붙어있을 뿐인 행동에 니나가 당황해서 머리를 밀어내려고 하자, 필름은 화가 났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이참. 모처럼 힐링 받고 있었는데 너무해요. ‘제가 하는 일에 저항하지 말아주세요’”
     “자, 잠깐……”

     갑자기 필름을 밀어내던 손에서 힘이 빠져 필름의 머리가 니나의 어깨에 기대왔다.
     당황해하는 니나를 신경 쓰지 않고 니나에게 딱 붙어 있는 필름이 입을 연다.

     “좋은 가게죠, 여기. 요리도 맛있고 룸도 있어서 식사도 편하게 가능하고요”
     “……응”

     ‘그냥 얘기하고 싶을 뿐이었나……? 이렇게 붙어오는 의미는 뭐야?’

     필름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해서 적당히 대답하며 머리를 굴린다.
     지금부터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어떻게 해야 그것을 피할 수 있을지. 상대는 부탁 하나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이 상황에서 뭘 해도 소용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생각을 멈추지는 않는다.

     “아, 하나 더 있어요, 좋은 점”
     “……뭐?”

     물어보자 필름이 힐쭉 웃었다.
     그 웃음에 안 좋은 느낌이 들어 니나는 거리를 두기 위해 일어나려고 했지만——

     “이런 일을 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점이요♡”
     “히얏”

     어깨에 둘러져있던 손이 옷 안으로 침입해서 작은 가슴을 속옷 위로 어루만진다.
     자극은 별것 아니었지만, 너무나도 갑작스러워서 소리를 내고 만다.

     “무슨 짓이야…… 아니, 잠깐, 거긴 안 돼!!”
     “우와, 선배, 너무 빠른데요. 왜 벌써 팬티가 젖어있어요?”
     “히야아아아앗!?”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스커트 안에 손을 넣고 속옷 너머로 음부를 만진다.
     거리를 두려고 해도 부탁의 영향으로 저항을 할 수 없어서 스커트라도 억누르며 필름을 노려본다.

     “왜 그래요. 그냥 스킨십일 뿐이잖아요”
     “스킨십이라니…… 가, 가슴이나 팬티를 만지는 건, 그런 레벨이!”

     그저 감촉을 확인하는 것처럼 겉만을 어루만진다.
     시간이 지나 괜찮아지기는 했지만, 리네아와의 행위의 여운이 남아있는 몸에는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자극이었다. 특히 민감한 유두나 음핵에 손이 닿을 때마다 쾌감에 몸을 움찔거렸다.
     오늘 만났을 때처럼 필름이 만족할 때까지 민감한 곳을 만지작거려서, 니나가 풀려났을 때에는 몸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숨도 거칠어져 있었다.

     “후우…… 좋았어요. 선배의 피부, 매끈하고 부드럽네요~ ……버릇이 들 것 같아요♡”
     “읏, 하아, 후우…… 후우, 후우”

     바로 필름에게서 거리를 두고, 거칠어진 호흡을 정돈한다.
     이 이상 당하면 이상해질 것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 정도로 끝나면 귀여운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변함없이 행위에 대한 부끄러움은 있지만, 이 정도라면 지금까지 당해온 일에 비해 별것 아니다. 자신의 감각이 마비되어 있다는 것은 이해하고 있지만 그래도 매번 무슨 일을 당할 때마다 우울해지는 것보다는 낫겠지.

     니나가 흐트러진 의복을 정돈하고 있자, 필름이 새로운 부탁을 해왔다.

     “‘가슴이 보이도록 스스로 옷을 벗어주세요♡’”
     “……어? 무슨……!!! 뭐!?”

     갑작스러운 부탁에 머리가 따라가지 못하는데도 몸이 멋대로 움직인다. 당연하다는 듯이 브래지어를 벗어서 바닥에 던지고, 두 개의 작은 언덕을 노출시킨다.

     “안 돼에에에에에엣!?”

     뒤늦게 쫒아온 니나의 정신이 수치심에 비명을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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