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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6. 데이트 · 상편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4. 27. 15:37

     개 목걸이를 차고 1주일. 의외로, 니나는 평온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 이유로서는, 같은 방을 쓰는 리아스가 바빴다, 라는 것이 크다.
     아무래도 집에 일이 있는 듯, 지금은 고향에 돌아가 있는 것이다. 개 목걸이를 차지만 않았다면 쓸쓸하다고 느꼈겠지만, 솔직히 지금의 니나에게는 고마운 이야기였다.

     “…………”

     느릿한 동작으로 몸을 일으킨다.
     니나는 이 1주일, 방에서 나가는 일 없이 생활하고 있었다.
     사실은 컬렉터에 가서 개 목걸이의 해제방법을 묻고 싶었지만, 개 목걸이가 만나본 적도 없는 타인에게 쓰여진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니나의 마음이 움츠러들어 그럴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만은 방에서 나가야만 하는 사정이 있었다.

     “우으……”

     목적지—— 교회를 떠올리고, 우울한 기분이 된다. 사실은 밖에조차 나가고 싶지 않지만, “다음 주에는 아침에 저를 만나러 와주세요”라는 시스터의 부탁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부탁의 힘은 절대적이다.
     옷을 갈아입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숙소를 나왔다. 오랜만의 맛보는 밖의 공기는, 방 안의 것보다 조금 더 맑은 느낌이 들었다.

     “……좋아”

     자신의 볼을 살짝 때리고, 없는 각오를 긁어모은다.
     지금부터 향할 곳은, 상냥한 시스터가 있는 곳이 아니라, 니나를 괴롭히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 시스터가 있는 곳이니까.



     교회에 도착한 후, 심호흡을 하며 문고리를 잡았다.
     심야였던 저번 주와 달리, 지금 시간에는 노크는 필요 없다. 무거운 소리를 내며 문이 열린다.
     그러자 안에서, 키가 큰 갈색 머리칼을 가진 여성이 고개를 들었다.

     “어머, 니나 양 오랜만입니다. 오늘도 시스터ㆍ레이나를 만나러 오신 건가요?”
     “주교님…… 네, 예배를 드리러 온 게 아니라 죄송합니다”

     고개를 숙이자, 주교는 “그런 일은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된답니다”라며 명랑하게 미소지었다.
     주교 시즈. 이 교회의 책임자로, 시스터의 상관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길게 얘기한 적은 없지만, 시스터와 만나기 위해 자주 교회를 찾는 니나에게는, 익숙한 얼굴이었다.

     “당신이 찾아오면 시스터ㆍ레이나도 평소보다 즐거워 보여, 저도 기쁘니까요”
     “화, 황송합니다”

     말하며 고개를 숙이는 니나에게, 주교는 쓴웃음을 짓는다.
     그리고, 이대로는 니나가 계속 그대로 있을 거라 생각했는지, 화제를 바꾸려는 듯이 “그러고 보니”라며 손뼉을 친다.

     “혹시, 처음 아닌가요? 시스터ㆍ레이나의 휴일에 니나 양과 만나는 것은”

     니나는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든다.

     “어, 오늘 시스터는 휴일인가요?”
     “네…… 어머? 알고 계신 것 아니었나요? 저는 분명 그녀에게서 들었을 거라고만……”
     “저기, 그럼, 오늘은 이곳에 안 계신가요?”

     “아뇨, “교회에서 만나기로 한 사람이 있어서요, 오신다면 숙직실로 와 달라고 전해주세요”라고 했습니다만…… 그 말도 듣지 못하셨나요?”
     “네, 네. 아무 말도 듣지 못했습니다”

     주교는 수 초정도 생각하듯이 눈을 감은 후, “앗”하고 미안하다는 듯한 목소리로 말한다.

     “혹시, 이런 서프라이즈였던 걸지도 모르겠네요. 그렇다면 미안해요…… 모처럼의 서프라이즈를 제가 망쳐버린 걸지도……”

     아직 그렇다고 정해진 것도 아닌데, 교주가 고개를 숙인다.
     이번에는 니나가 쓴웃음을 지을 차례였다.

     “아, 아뇨. 신경 쓰지 마세요. 아마 제가 몰랐을 뿐일 테고…… 서프라이즈였다고 해도, 제가 모르는 척하면 될 뿐이니까요”
     “그런가요……? 저기, 정말 미안해요. 이 이상 대화하고 있으면 쓸데없는 말을 하게 될 것 같으니, 이쯤에서 실례할게요. 오늘이 즐거운 날이 되기를 기원할게요”
     “네, 네. 감사합니다”

     방긋방긋 미소 짓는 주교에게 등을 돌리고, 들키지 않도록 한숨을 내쉰다.

     ‘오늘이 휴일이었다니…… 설마, 하루 종일 부끄러운 일을 시키려는 건가……’

     떨리는 어깨를 안고, 방을 나올 때처럼 각오를 다진 후, 니나는 숙직실로 향했다.



     “실례합니다”
     “어서 오세요,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노크하고 방 안에 들어가자, 익숙한 수도복이 아닌, 검은색과 하얀색이 섞인 블라우스에 롱스커트를 입은 시스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이 너무 낯설어, 저도 모르게 질문하고 말았다.

     “시스터, 그건 사복인가요?”
     “네, 그런데요…… 아아, 그러고 보니 니나 양에게 보여주는 건 처음일지도 모르겠군요”

     시스터는 앉아있던 침대에서 일어나, 니나의 눈앞에서 빙글하고 한 바퀴 돈다. 무릎 아래까지 내려오는 긴 스커트가, 바람을 타고 순간 떠 올랐다.

     “어때요? 어울려요?”
     “네…… 신선미가 있어,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말하며, 시스터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고 만다.
     어려보이는 얼굴과는 대조적인, 어른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이, 신기할 정도로 시스터의 미력을 끌어내고 있었다.
     시선이 너무 노골적이었는지, 시스터가 꼼질거리며 “저기…… 니나 양”이라며 말을 걸었다.

     “그렇게 빤히 바라보면, 부끄러워요”
     “어!? 아, 저기, 죄송해요!”

     얼굴을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숙였다.
     어쩐지 조금 전부터 사과만 하는 것 같아서 니나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니나는 한심한 자신이 견딜 수 없어져,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시스터는 오늘 휴일이시라고요?”
     “네…… 주교님에게 들으셨나요?”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자, 조금 전까지 평범하게 대화하고 있었던 시스터가, 신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 미소에, 전날에 봤던 짓궂은 미소가 섞여 있는 듯한 기분이 들어, 니나의 몸이 움츠러들었다.

     “우후후, 모처럼의 휴일인데, 이런 곳에서 시간을 보내는 건 아까우니, 빨리 가죠”
     “저기, 그러고 보니 듣지 못했는데…… 오늘은 왜 저를 부르신 거죠?”

     니나의 말에, 시스터는 이쪽을 돌아본다. 그리고 무심코 두근거리게 될 것 같은 요염한 표정을 지으며, 니나의 손을 잡았다.

     “데이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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