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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 목욕탕에서 · 상편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4. 25. 21:03

     “~~~♪”
     “…………”

     콧노래를 부르며, 신나는 발걸음인 리아스와는 대조적으로, 니나의 발걸음은 무겁다.
     어제와 오늘의 경험에서, 목적지에서 자신이 무슨 일을 당하게 될지, 싫어도 상상이 가버리는 것이다.

     “도착했어”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고, 리아스가 가리키는 방향을 본다.
     그곳에는 야간 조명에 비춰진 건물이 있었고, 「미스트바일 중앙 목욕탕」이라고 쓰인 간판이 걸려 있었다.
     미스트바일 중앙 목욕탕—— 던전 옆에 설치된, 거대한 면적과 다양한 목욕탕을 구비한 인기 있는 입욕 시설이다.
     대량의 물을 매직 아이템으로 관리하고 있으며, 24시간 닫는 일 없이 여러 효능의 목욕탕을 제공하고 있다.
     저녁, 던전에서 귀환한 모험가나 노동자들에 의해 떠들썩해진 모습을 니나도 자주 보았다.
     지금은 시간이 시간이니만큼 떠들썩하지는 않지만, 이런 시간임에도 띄엄띄엄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왜 그런 곳에 서있어? 빨리 가자”
     “윽, 아, 알겠어”

     멍하니 건물을 올려다보고 있던 니나는, 갑작스레 손을 붙잡혀 얼굴을 붉힌다.
     척척 나아가는 리아스에게 이끌려, 니나는 목욕탕으로 들어갔다.



     간단한 접수를 끝내고, 접수처를 지나 어느 정도 걷자, 상점이나 탈의실 등, 여러 시설이 늘어선 커다란 방에 도착했다.
     니나와 리아스는 망설이지 않고 탈의실 쪽으로 걷다가, 대량의 옷걸이가 걸려있는 곳에서 멈춘다.

     “자, 빨리 고르고 목욕탕에 들어가자”
     “……응”

     리아스의 말에, 순순히 끄덕인다.
     고른다, 라는 건 수영복을 말하는 것이다. 숙소의 샤워실이라면 몰라도, 이런 공공장소에서 알몸으로 들어가면, 바로 변태 취급을 받게 될 것이다.
     니나도 리아스도, 평소에는 숙소에서 목욕을 끝마치기 때문에, 수영복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그런 사람들을 위해, 이 목욕탕에는 수영복을 빌려주는 서비스가 있다.
     추가 비용이 들지만, 가끔씩만 오는 손님—— 니나나 리아스 같은 사람들에게는 굉장히 고마운 서비스다.
     이 마을에서 가장 커다란 목욕탕이어서 그런 건지, 수영복의 종류도 많아서, 비키니에 파레오, 원피스 등, 뭐든지 갖추고 있다. 그래서 수영장에 가는 감각으로 이 목욕탕을 찾는 사람들도 꽤 많다.

     “그럼, 나는 먼저 수영복을 고르러 갈게”
     “어!? 아, 응. 알겠어”

     순순히 수영복을 고르러 간 리아스에게, 니나는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번에는 어떤 부끄러운 부탁을 받게 될지 각오까지 했었던 몸으로서는 맥이 빠지는 기분이었다.

     ‘혹시, 평범하게 온천에 들어가고 싶었을 뿐이었나……?’

     조금 억지스런 생각이라는 것은 스스로도 알고 있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납득한다. 실제로 교회에서 귀가하며 더러워진 몸을, 씻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처럼 커다란 목욕탕에 왔는데, 어두운 기분으로 들어갈 필요도 없겠지.
     즐거워하며 수영복을 고르고 있는 리아스를 흘깃 보며, 니나도 자신의 수영복을 고르기 시작했다.

     ‘……뭐, 고를 것도 없이 생각해둔 게 있지만’

     비키니, 파레오 등, 여러 가지 있는 수영복 코너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간다. 주위에서 컬러풀한 수영복들이 사라지고, 수수한 색의 수영복들이 늘어간다. 그 코너의 한구석에 걸려있는 수영복을 적당히 손에 들었다. 검은색의 원피스 타입의 수영복이었다.

     ‘가끔은 다른 수영복을 입어도 되겠지만…… 역시 부끄러우니까’

     몇 번인가 이 시설을 이용한 적 있는 니나지만, 수영복은 매번 검은색의 원피스 타입의 수영복을 빌리고 있었다.
     그 디자인이 니나의 취미, 라는 것도 물론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그다지 피부를 보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어머, 니나 쨩. 벌써 골랐어? 빠르네”
     “……응. 리아스도 빠르네. 평소에는 더 고민했으면서”

     수영복을 손에 들고 탈의실로 들어가는 도중에, 리아스와 조우했다.
     리아스의 손에는 화려한 빨간색 수영복과, 등에 가려 보이지 않지만, 검은 수영복이 들려있었다.
     두 벌의 수영복을 가지고 있는 것에 위화감을 느꼈지만, 비교해보고 고르려는 걸까? 하고 적당히 넘어간다.

     탈의실에 도착하자, 리아스가 “그럼, 나는 먼저 갈아입을 테니까, 훔쳐보면 안 돼♡”라는 말을 하며 문을 닫아버렸다.
     방은 많으니까 따로따로 갈아입으면 될 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말을 해봤자 기분을 상하게 할 뿐이기에 그 자리에서 기다렸다.
     1분 정도 기다리자 문이 열리고, 화려한 빨간색의 수영복을 몸에 걸친 리아스가 나왔다.

     “짜~안♡ 어때? 어울려?”
     “……어, 어울려”

     무의식적으로 가슴에 끌려간 시선 때문에, 대답이 늦어졌다.
     빨간 천에 감싸인 두 개의 언덕은, 걸을 때마다 흔들흔들 흔들려서, 그때마다 니나의 이성을 앗아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그래? 기뻐♡”
     “읏……”

     니나의 시선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가슴을 강조하는 포즈를 취하는 리아스. 그 모습에 여러모로 견디지 못하게 되어, 시선을 돌렸다.
     그 반응을 보고 만족한 건지 리아스는 “그래그래”라며 스스로 화제를 돌리고는, 얘기하기 시작했다.

     “니나 쨩에게 어울릴만한 수영복을 발견했거든. 한 번 입어봐 줄래?”
     “어…… 그래도, 이미 정했는데……”

     조금 전에 고른 수영복을 보여주자, 리아스는 “에이~”라며 눈썹을 찌푸렸다.

     “그런 수수한 것보다, 내가 고른 수영복 쪽이 절대로 어울릴 거야. 봐봐, 어때 이거♡”

     그렇게 말하며, 등 뒤에 숨기고 있던 검은색의 수영복을 니나에게 보여준다.

     “……윽!? 뭐, 뭐야 그게!? 그, 그런 거 입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보여준 수영복의 디자인을 보고,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리아스가 가져온 수영복은 천의 면적이 너무나도 작은, 거의 끈밖에 없는 검은색의 마이크로 비키니였다.
     이런 수영복을 빌려준다는 것에도 놀랐지만, 그걸 가져온 리아스도 리아스다.
     “이런 거 절대로 못 입어!”라며 내밀어진 수영복을 돌려주자, 리아스의 표정이 요염하게 바뀐다.

     “그래? 그럼……”

     귓가에 다가와, “‘알몸으로 들어가’라는 부탁 쪽이 좋아?”라는 말을 꺼내는 리아스.

     “그런……”
     “자, 어느 쪽이 더 좋은지, 스스로 골라봐”

     그 짓궂은 질문에, 조금 전의 시스터가 떠올라, 몸을 떤다. 니나에게는 하나의 선택지밖에 남겨져있지 않았다.
     수치심과 절망감에 휩싸이며 입을 연다.

     “……그 수영복을 입고 싶어”
     “그래, 좋아. 절대로 어울릴거야♡”

     자신이 고른 수영복을 원래 있던 장소에 돌려놓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탈의실에 돌아가, 울먹이는 눈으로 리아스가 고른 수영복을 입는다. 그리고 눈앞의 거울로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자, 그 너무한 모습에 저도 모르게 말이 나왔다.

     “……이런 거, 수영복이 아니야”

     너무나도 작은 비키니는, 니나의 점잖은 가슴에조차 헐렁하며, 하반신에 이르러서는 엉덩이가 거의 다 보이며, 앞부분은 중요한 부분만을 가린, 수영복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도 모독적인 모습이었다.

     “다 입었어?”
     “……응”
     “그래♡ 그럼, 열게”

     이쪽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주저 없이 문이 열려, 니나는 고개를 숙였다.
     리아스는 니나의 수영복 차림을 위에서 아래까지 찬찬히 뜯어보고,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엄청나게 어울려♡”라며 기뻐했다.

     “……이런 거, 나한테 안 어울려! 게다가, 여기저기, 다 보이잖아……!”
     “확실히 조~금 노출도가 높을지도 모르지만, 괜찮아♡ 딱 맞으니까”
     “전혀, 조금이 아니야!”

     사소한 일로도 보여질 것 같은 가슴과 고간을 손으로 감추며, 리아스를 노려본다.
     리아스는 그것을 무시하고, 니나의 손을 억지로 잡았다.

     “잠깐!!!”
     “후후, 수영복 차림으로 이런 곳에 있으면 감기에 걸릴 거야. 자, 빨리 목욕탕으로 들어가자”
     “싫어, 시…… 잡아끌지 마!”

     즐거워하는 리아스의 손에 이끌려, 니나는 강제적으로 목욕탕에 끌려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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