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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치욕의 귀갓길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4. 24. 16:08

     “흑, 싫어요! 부탁이에요, 옷을 돌려주세요! 시스터!, 기다려요, 제발요, 싫어어어엇!!!”

     무정하게도 문은 닫히고, 건너편에서 문이 잠기는 소리가 들려온다. 포기하지 못하고 문을 두드려보지만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아, 니나의 마음은 절망으로 가득 찼다.
     멍하니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자, 달빛에 비춰지는 알몸이 확실하게 눈에 들어왔다.

     “이런 꼴로 숙소까지……”

     하지만, 부탁의 힘은 절대적이다. 니나가 아무리 부탁에 저항해봤자, 개 목걸이는 저항을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알몸으로 돌아가라’라고 부탁받은 순간 끝. 도중에 옷을 입수하는 것조차 불가능하다.
     아무리 싫어도, 각오를 다져야만 한다.
     울고 싶어지는 마음을 어떻게든 억누르고, 생각한다.

     ‘여기에서 숙소까지 안전하게 돌아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전이의 주문을 사용해 숙소 앞까지 이동하는 것은 어떨까 했지만, 생각만으로 끝냈다. 지금 숙소 앞에 사람이 없을 거라는 보증도 없고, 게다가 그 마법은 세세한 조정이 불가능하다.
     숙소 앞에 이동하려고 했더니 숙소 안에 이동한다던가, 반대로 조금 떨어진 광장에 이동하게 된 적도 있다.
     전자라면 아직 어떻게든 될지도 모르지만, 지금 모습으로 후자를 뽑게 된다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뒷골목을 통해서 다니면, 어떻게든……’

     뒷골목이란, 중앙의 길과 거의 인접한 위치에 있는, 꽤나 긴 길이다. 그 이름과는 다르게, 공장이나 연구소가 늘어서있는, 공업지대 같은 곳이다.
     중앙의 길과 다르게 가게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들에 의해 떠들썩한 낮과는 달리, 밤에는 굉장히 조용하다.
     주먹을 꽉 쥔다. 다행이 시각은 심야. 이 시간대라면 사람과 마주칠 확률은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다.
     보이고 싶지 않은 부분을 양손으로 감춘 후, 각오를 다지고 교회를 뒤로했다.

     “하앗, 하아…… 하아”

     달리고 있는 것도 아닌데, 자연스레 호흡이 거칠어진다. 소리에 민감해져, 단순한 바람 소리에도 심장이 쿵쾅쿵쾅 아플 정도로 고동친다. 몇 번씩이고 주위를 둘러보며, 신중하게 걸음을 옮긴다.
     교회에서 나오고 이미 10분이 지났다. 니나는 누구와도 마주치는 일 없이, 착실하게 숙소에 다가가고 있었다.
     인기척이 적은 길을 선택했기 때문에 평소보다는 시간이 걸리고 있지만, 그래도 누군가와 마주칠 리스크를 업는 것보다는 훨씬 현명한 선택이었을 것이다.

     ‘여기에서 숙소까지는…… 앞으로 10분 정도인가’

     자신의 위치를 머릿속 지도와 비교하며 계산한다.
     길을 틀리는 실수를 하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숙소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어라?’

     하지만, 예민해진 오감이 다음 골목에서 무언가 소리가 나는 것을 포착했다. 골목 끝으로 이동해, 살짝 머리를 내밀고 상태를 본다.

     ‘……술집!? 어째서’

     시야 끝에서 불빛을 보고, 모퉁이에 몸을 숨긴다.
     골목 너머에 보인, 소리의 발신원은 본 적 없는 술집의 간판이었다.
     아마도 최근에 개점한 가게인 듯, 주위와 잘 섞이지 못한 깔끔한 외관이 붕 떠 보였다. 잠깐 본 바로는 그렇게 커다란 가게는 아니고, 만원이라도 15명 정도가 한계인 작은 가게였다.
     하지만, 지금의 니나에게는 그것이 말도 안 되게 커다란 벽으로 보였다.

     ‘저, 저곳을 지나가야만 하는 거야……?’

     멀리 떨어진 이곳까지 들리는 소란함에, 니나의 몸이 공포로 움츠러들었다.
     차라리 다시 돌아가는 것도 생각해 봤지만, 바로 그 생각을 철회했다. 이 길 외에는 큰길과 상점가 둘 뿐이다. 아무리 심야라고해도, 이곳보다 떠들썩할 것은 뻔하다.
     게다가, 밖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발견당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지금부터 되돌아가 다른 길을 찾는 것은 시간 낭비일 뿐이다.
     앞을 바라보고, 몇 번인가 심호흡을 되풀이한다.

     “괜찮아…… 괜찮아…… 아무도 보지 못할 거야…… 보지 못할 거야……!”

     기도하듯이 중얼거린 후, 모퉁이에서 몸을 내밀고 전속력으로 달렸다.

     “허억! 허억! 허억! 허억!”

     가슴도 고간도 일절 감추지 않아서, 한 걸음 나아갈 때마다 작은 가슴이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지금 사람이 지나간다면, 틀림없이 심야에 알몸으로 뒷골목을 달리는 변태가 있다는 소문이 퍼질 것이다. 혹시나 하면 노출광이 있다며 저 술집에서 웃음거리가 될지도 모른다.

     ‘그런 거, 절대로 싫어!!!’

     지면을 박차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렇게 진지하게 달리는 것은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이윽고 술집 앞을 지나친다. 다음 골목까지 앞으로 반절 남았다.

     “감사합니다~”
     “——————윽!?”

     등 뒤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 이어서 점원의 인사가 들려온다.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 어째서, 어째서 이런 타이밍에!?’

     무서워서 뒤돌아볼 수가 없다. 심장이 쿵쾅쿵쾅 울린다.
     오늘 밤은 달이 밝다. 어두운 길이라고해도, 이쪽을 본다면 금방 들켜버릴 것이다.

     ‘제발…… 이쪽을 보지 말아줘!’

     마음속으로부터 빈다. 뒤가 시끌벅적하다. 아무래도 단체 손님이었던 것 같다. 말소리가 들리는 거리인데도, 무슨 말을 하는지 판별이 되지 않는다.
     혹시 나를 손가락질하며 웃고 있는 거 아닐까?, 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공포를 부채질한다.

     “어!? 뭐야 저거!?”
     ‘윽!!!!!!’

     그 목소리만이 확실하게 니나의 귀에 들리는 것과 동시에, 간신히 도착한 모퉁이에 몸을 숨긴다.
     꽤 긴 거리를 전속력으로 질주했기 때문에 호흡이 흐트러지고, 옆구리가 아파온다. 하지만, 지금 니나에게 중요한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왜 그래, 아무것도 없는 곳에 손가락질하고”
     “지금, 지금!!! 저기에 알몸의 여자애가 지나갔어!! 모퉁이를 지나는 바람에 안 보이지만!!”
     “뭐어??”
     ‘보여졌어……!’

     뒷모습이라고는 해도, 다른 사람에게 알몸을 보여졌다는 수치심이 니나를 덮쳤지만, 아슬아슬하게 제정신을 차린다. 확인을 위해 여기까지 다가올 가능성도 있다. 빨리 이 장소에서 벗어나야 한다.

     ‘거짓말, 어째서!?’

     다리를 움직이려고 했지만,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전력 질주에 의한 체력고갈과 발견될지도 모른다는 공포의 영향인지 다리가 움츠러들어, 걷는 것조차 제대로 할 수 없었다.

     ‘움직여줘, 제발!’

     울 것 같은 눈으로 움직이지 않는 다리를 몇 번이고 두들기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부탁에 의해 강제당하고 있는 듯한 감각이, 조급함과 공포를 증폭시켰다.
     도망을 포기하고, 눈을 꽉 감는다. 하지만——.

     “……하아. 너 술기운에 야한 환각을 볼 정도로 굶주렸어?”
     “얘도 참, 최근에 사귀고 있던 파티 동료한테 차였다고 해서……”
     “그래서 오늘은 그렇게 마신거구나. 홧술이라 그거지?”
     “시끄러워~~!!! 그거랑 이건 관계없잖아!!! 진짜로 알몸으로 저 모퉁이를 향해 달렸는걸!!”
     “귀여운 척은…… 자, 됐으니까 빨리 돌아가자. 내일도 던전에 갈 거잖아?”
     “잠깐, 끌지 말라니까! 기다리라니까! 정말로 있었다고. 정말로!!”

     조금씩 목소리가 멀어져간다. 그에 비례해, 무릎의 떨림도 조금씩 진정되고, 멈춰 있던 호흡도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니나는 최대한 숨을 들이마신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 다행이야”

     그 자리에 주저앉게 될 것 같아서, 벽에 손을 집고 몸을 지탱했다.

     ‘그 주정뱅이 언니를 찬 사람에게 감사해야겠네……’

     얼굴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니나는 숙소로 향했다.



     그 후에는 별다른 일 없이, 어떻게든 숙소에 도착해 뒷문으로 슬금슬금 침입한다. 이런 시간에 일어나 있는 사람은 없는 듯, 빛이 새어나오는 방은 하나도 없었다.
     니나는 익숙한 통로를 경계는 풀지 않고 빠르게 지나, 자신의 방의 문을 연다.

     “허억, 허억, 허억!!!! 다행이야, 정말로 다행이야!”

     긴장이 계속되던 몸에서 힘이 빠져, 그 자리에 주저앉는다. 그리고 몇 번인가 심호흡을 한 후 마음을 진정시켰다.
     심장은 아직도 빠르게 고동치고 있었지만, 방에 무사히 돌아오게 되어 머리는 냉정함을 되찾았다.

     ‘……거짓말’

     그리고, 냉정함을 되찾은 니나는 자신에게 일어난 어느 이변을 깨닫는다.

     ‘그곳이…… 젖어있어……’

     누가 보고 있는 것도 아닌데, 니나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알몸으로 숙소까지 왔다는 부끄러움보다도, 자신이 알몸으로 거리를 걷는 것에 흥분했다는 부끄러움이 더 컸다.

     ‘아냐, 이건 시스터가 억지로 자위를 시켰을 때의 것이 남아있는 것뿐이야’

     그래야만 한다는 듯이 자신에게 말했다. 노출광이라는 꼬리표를 스스로 다는 것은 니나의 자존심이 용납하지 않았다.
     그러다 니나는 자신의 중대한 실수를 눈치 챈다.

     ‘맞아, 빠, 빨리 옷을 입어야 해……! 혹시라도, 이런 모습을 보여지면, 또’

     손가락으로 기절할 때까지 절정당한 것을 떠올렸다. 그때의 수치심과 쾌락이 뇌리를 스쳤지만, 그것을 떨치고, 서둘러 일어난다.

     “……뭐야, 무슨 소리지? ……어라, 니나 쨩, 안녀……”
     “윽!!!”

     리아스는 하품을 하며, 몸을 일으킨다. 몽롱한 눈으로 니나를 찾다가, 니나를 보고는 멈췄다.

     “……어라~♡ 왜 그런 곳에 알몸으로 있어?”
     “이건…… 그……”
     “게다가 몸에는 진흙투성이잖아. ……혹시 그 꼴로 밖에 나갔다 온 거야?”
     “…………우우”

     아무 말도 못하고 입을 다문다. 그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자신이 시스터에게 당한 일을 말하지 않으면 안 된다. 니나에게 있어서 그 일은 다른 사람에게 얘기하고 싶은 일이 아니었다.
     리아스는 대답하지 않을 것 같은 니나에게 “어쩔 수 없네”라며 입을 연다.

     “‘내가 일어날 때까지 뭐하고 있었어?’”

     부탁을 받은 순간, 니나의 입은 니나의 것이 아니게 된다.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저 부탁을 실행하기 위한 기관으로 바뀌어 버리는 것이다.
     알몸이 되어 그곳을 벌려 보여준 것, 다리를 핥으면서 자위를 한 것, 알몸으로 숙소까지 걷게 된 것, 그 모든 일은 상세하게 보고했다.

     “말해줘서 고마워♡ 그래, 시스터에게도 야한 일을 당한 거구나……”
     “……윽”
     “아이참~, 왜 입을 다물고 있는 거야? 혹시 걱정하고 있는 거야? 괜찮아, 나는 니나 쨩이 다리를 핥으며 흥분하는 변태라고 해서 질색하지는 않을 테니까♡”
     “아, 아냐! 나는 변태가 아니야!”
     “변태가 아니라고? 흐~응……”

     리아스는 니나의 곁까지 걸어왔다. 그리고는 몸을 숙이고, 손으로 가리고 있는 고간의 아래, 허벅지 근처를 손가락으로 매만졌다.
     뜨거워지기 시작했던 니나의 등에 쾌감이 달린다.

     “그럼, 이 끈적끈적한 건 뭐야♡”
     “윽!? 그건, 땀이야”
     “땀? 땀이란 말이지…… 할짝”
     “뭐하는 거야!?”
     “이상한 걸, 땀이란 게 이렇게 달던가?”

     마치 장난꾸러기 같은 표정을 짓는 리아스에게, 니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고 만다.
     그것이 뒤틀려진 감정이라는 것을 이해하고 있어도, 감정을 억누를 수가 없다.
     이를 꽉 물며, 볼을 빨갛게 물들이고 이상한 표정을 짓게 되는 것도 그 때문이다.

     “불쌍하니까 괴롭히는 건 이 정도에서 끝내줄게♡ 자, 빨리 옷 입어 나가야 되니까”

     말해져서, 허둥대며 가슴과 고간을 손으로 가린다. 여러 일이 있어 마비되고 말았지만, 친구에게 알몸을 보여지는 것은 충분히 부끄러운 일이라는 것을 떠올리고, 또다시 전신이 뜨거워지는 듯한 감각에 빠진다.

     “……나간다니, 어디에?”
     “니나 쨩, 알몸으로 밖을 산책하고 와서, 무릎이나 발이 진흙투성이잖아. 목욕탕에 가야지”
     “모, 목욕이라면 이 숙소에 있는 샤워기를 쓰면 되잖……”
     “안~돼♡ 가끔씩은 넓은 목욕탕에서 느긋이 있어야지. 이 근처의 온천으로 가자. 아마 밤에도 열려있었을 거야”

     웃고 있는 리아스의 눈은, 니나의 알몸을 요염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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