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KB부 - E03「마왕님이라고 하는 사람」
    소설(백합 아님)/KB부 2019. 3. 26. 15:47

     평소의 던전. 평소의 최하층.

    "......응아?"
     모닥불 근처의 침낭속에서 자고있던 카인은, 문득, 눈이 뜨였다.
     문질문질, 하고, 눈을 비빈다.
     모닥불의 열이, 조금 약해져 있었다. 그래서 눈이 뜨인걸지도 모른다. 약간 춥기도 하고.
     쌓아둔 장작을, 하나 둘, 세개까지 더한 후――. 부젓가락 겸, 요리용 젓가락 겸, 쇠꼬챙이를 써서―― 타다 남은 새빨간 숯의 위치를 바꾼다. 아래쪽에 공기가 들어가도록 길을 만들어주자, 아주 잘 탄다.
     한 사람, 일어나 있는 사람이 있었다. 마왕님이다. 책을 손에 들고, 페이지를 열고 있다. 그런 그녀는, 책을 닫고, 눈을 가늘게 뜨고, 카인을 바라보았다.
    "아아. 미안해. 불이 약해져 있다는걸 눈치채지 못했어"
    "아뇨 괜찮아요"
    "아니 정말. 불침번을 하고 있었는데 미안해. 혹시 변명을 들어준다면, 종족 특성으로 인프라 비전이라고 하는게 있어서. 어둠속에서도 평범하게 보이거든"
    "헤-, 편리하네요-"
     마왕님의 종족은 '마족'이다. 그 중에서도 '밤마족'이라고 하는 종족이라는 것 같지만, 모험가도 아니고, 학자도 아닌 카인은, 그렇게 자세하진 않다.
    "사실은 그렇지도 않아. 어두워도 보여버리고 마니까, 불이 약해져 있어도 눈치채지 못하거나 하니까"
    "앗. 그렇구나-"
    "그리고 또 하나 자백하자면, 읽고 있던 이 책이, 정말로, 흥미 깊어서 말야. 무심코 열중하고 말았어"
     마왕님은 마족 중에서도, 별난 사람(마족)이라고 한다.
     책을 좋아한다. 그리고 싸움을 싫어한다.
     마왕을 토벌하기 위해 마왕성에 쳐들어간 용사―― 리더와, 차분히 이야기했더니, 서로가, 지금까지 얼마나 '맛없는 밥'을 먹어왔다는 걸로, 의기투합했다는 것 같다. 그리고 마왕을 그만두고, 뛰쳐나와버린 것이다.
     완전히 눈이 뜨였기 때문에, 카인은, 커피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마왕님들이 먹을 것과 마실 것의 준비는, 전부 카인의 일이었다.
     요리사라고 해도, 평범한 초보이지만. 뭐라해도, 리더와 마왕님과 어새신 씨는, 정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궤멸적인 솜씨여서――.
    "커피. 드세요"
    "응. 고마워"
    "그 책. 재밌나요?"
    "잘 물어봐 줬어"
     그렇게 물어보자, 마왕님은, 닫아두었던 책을 꺼내었다.
     어디에 넣어두었냐고 한다면, 공간의 구멍. 마왕님의 마법으로 '아공간 서고'라고 하는 것 같다. 마왕님은 그곳에 대량의 책을 넣어두고 있다. 공간에 열린 구멍을, 한 번 본적이 있지만, 무한이 이어지는 책장이, 살짝 보였다.
    "이건 아주 옛날의 마왕의 자서전이야. 인간 여성을 사랑한, 그 심정이 쓰여있는 거야. 굉장히. 흥미 깊어"
    "헤-"
     카인은 맞장구를 쳤다.
     어쩐지......, 평범? 러브 로맨스? 옛날의 마왕이라고 하는게 굉장한 걸지도 모르지만. 마왕님이 저렇게 흥분할 정도의 것이라고는, 조금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 이지적이고 어른스런 누나의 '평범'과 '흥분 상태'에는, 사소한 차이밖에 없지만――. 카인에게는, 최근, 조금이지만 구별이 가기 시작했다.
    "마족에게는 '사랑'이라고 하는 감정이 없어. 고작해야 '원한다' 그리고 원하는 건 뺏는다. 힘으로 결착을 짓는 것이 마족에게 있어서는 '올바르다'고 하는 것이니까. 그런데도 이 옛날의 마왕은――, 그 인간 여성을 원하는 기분을 참고, 일부러, 그녀를 놓아주는 거야. 그녀와 헤어지고 마계에 돌아가는 거야. 이게 흥미깊지 않고서야, 뭐라고 하는 걸까"
    "어째서 헤어져버린 건가요?"
    '어째서라고 생각해? 자식까지 얻은 두사람이, 어째서, 헤어졌는가? 힌트 없이 알 수 있으려나?"
     몇 개인가 떠오른 대답 중에서, 가장 로맨틱한 대답을, 카인은 말하기로 했다.
    "부인과 아이가, 소중했기 때문――일까요"
    "정답이야! 어째서 안거니? 어째서 이려나? 어째서 이려나?"
    "뭐어. 그냥"
    "음...... 그건 분명, 네가 '인간'이기 때문이겠지. 역시 인간은 흥미 깊어. 정말로 굉장하네. 너는"
     그런걸 말해져 버려서, 부끄러워 지고 만다.
     마왕님처럼 굉장한 사람에게, 굉장해, 같은걸 말해져 버렸어......
     카인은 커피의 다음 잔을 끓이기 시작했다.
     마왕님의 컵이 빌 때 까지는 다 끓여질 것이다.


    댓글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