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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4. 지옥 같은 접객 · 중편 4/4
    소설/예속의 개 목걸이 2020. 6. 15. 22:31

     ‘그 부탁’을 받은 후로, 니나는 무의식적으로 참고 있었을 것이다. 그것이 지금 이 순간. 방심을 하는 바람에 흘러넘치고 말았다. 최악의 타이밍, 최악의 상황이었다.

     “아, 아, 아…… 아아.”

     정신을 차리자 모처럼 주운 에이프런은 자신의 오줌으로 노랗게 물들어 있었다. 충격으로 땅을 짚는 바람에 적셔버리고 만 것이겠지.
     절정의 여운으로 점멸하는 시야 속에서 그걸 눈치챈 니나의 표정에 깊은 절망이 새겨진다. 이제 이걸 입고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하다. 니나는 속옷 한 장으로 저 중앙대로를 지나가야만 하는 것이다.

     “아……”

     뒤를 돌아보자 두 개의 시선이 니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스와 리네아다. 두 사람은 유쾌하다는 듯한 미소를 띠우고, 니나의 비참한 모습을 마음속으로부터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보고 있었다.

     ‘보고 있었구나…… 전부……’

     어느 정도나 되는 추태를 보였을지,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다. 방금까지의 니나의 모습은 두 사람에게는 아주 유쾌한 볼거리였겠지. 밖에 데리고 나온 것까지는 두 사람이 만든 흐름이지만, 에이프런이 풀리고, 가슴을 노출시키고, 게다가 오줌을 지리기까지 한 것은 틀림없이 니나의 행동에 의한 것이다.

     “…………가야 해.”

     부끄럽다는 감정을 억누르고, 골목에서 멍하니 있으면 위험하다는 머릿속의 냉정한 판단을 따라 무거운 발걸음으로 두 사람이 있는 중앙대로로 돌아간다. 두 사람이 골목 입구까지 이동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들킬 리스크도 적었다.

     “왜 그래? 갑자기 골목에 들어가다니. 게다가…… 에이프런까지 벗었잖아.”

     무스는 다가온 니나에게 힐쭉힐쭉 웃으며 노출된 상반신, 특히 손으로 감추고 있는 가슴 쪽을 찬찬히 뜯어봤다.

     “벗은 게 아니라, 벗겨진 거……예요.”
     “벗겨진 거라고? 헤~, 그래. ……그러면 부끄럽게 손으로 감추고 있지 말고 손에 들고 있는 에이프런을 입으면 되잖아.”
     “그……건.”

     말을 잇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는 니나. 무스는 일부러 생각하는 척을 하고는, 이제야 발견했다는 듯이 에이프런을 가리키며 “와아!” 라고 소리 지른다.

     “어쩌다 에이프런이 이렇게 젖은 거야? 물웅덩이에라도 빠졌어?”
     “……아니, 에요……”
     “어라, 아니야? ……그러면 니나. 왜 이렇게 흠뻑 젖은 건지…… 말해 줄 수 있지?”
     “읏.”

     ‘이 사람 일부러……!’

     너무나도 짓궂은 질문에 니나는 주먹을 꽉 쥔다.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견딜 수 없는 수치심이 드는 일을, 무스는 니나의 입으로 말하게 할 생각인 것이다.

     “마, 말 못해요…… 그런 일……”
     “우후후, 저도 신경 쓰이네요. 니나 양♡”

     입을 다물어버리는 니나. 하지만 두 사람을 지켜보던 리네아가 끼어들어 왔다.

     “리, 리네아 씨!?”
     “니나 양, 알려 주세요. 안 그러면 저, 신경 쓰여서 돌아갈 수가 없어요♡”
     “무슨——”

     리네아의 말에 표정이 굳는다. 리네아는 니나가 질문에 대답할 때까지 이 꼴로 계속 밖에 두겠다고 협박하고 있는 것이다.
     도망칠 길이 막혀가는 감각에 머릿속이 빙글빙글 돈다. 굳어버린 니나에게 무스가 다시 질문한다.

     “뭘 한 건지 알려줘♡”

     더 이상 대항할 수단은 없다. 주먹을 쥐고, 이를 악물고, 수치심에 어깨를 떨며, 니나는 천천히 얼굴을 들고 입을 열었다.

     “……오.”
     “오?”
     “……오줌을, 지리고……, 말았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하고는 다시 고개를 숙인다. 얼굴은커녕 머리부터 발끝까지 뜨거워지는 감각이 니나를 덮쳤다.
     원하는 대로 움직일까보냐며 반항하고, 진동에 의한 쾌락에 버티고, 절정만은 하지 않겠다며 이를 악물고 버티던 니나. 그랬는데 오줌을 지리고 마는 바람에, 부탁의 효과로 간단하게 절정에 달하는 모습을 보이고 만 니나의 수치심은 다 헤아릴 수가 없었다.

     “아하하하하하하, 그 나이가 돼서 오줌을 지렸다고? 그래그래, 그랬구나…… 후후.”

     바보 취급하는 듯한 웃음소리에 니나의 얼굴이 더욱 새빨갛게 물들었다. 그것이 자신을 더 부끄럽게 만들기 위한 비웃음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수치심이라는 감정은 그저 커질 뿐이었다.

     “……제대로 이야기 했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빨리 가게로……!”
     “응응, 부끄러웠을 텐데도 얘기해 줘서 고마워♡ 시스터도 이걸로 기분 좋게 돌아갈 수 있겠네.”
     “예. 저였다면 너무 부끄러워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했을 만한 일을 제대로 말해 줘서 고마워요♡”

     마음속에 꽂히는 리네아의 말에 또다시 눈물이 흘러나왔지만, 이번에야말로 끝났다고 생각한 니나는 한숨을 내쉰다. 존엄은 잃었지만, 길고 긴 수치심의 지옥에서 드디어 해방되는 것이다.
     “그럼, 오늘은 이만.” 이라며 돌아가는 리네아의 등을 바라보던 니나였지만——

     “무슨, 어, 자, 잠깐……!”

     무스가 가슴을 감추고 있던 니나의 양손을 잡고는 억지로 들어올렸다. 그리고는 좌우로 흔들면서 손을 흔들게 만든다. 딱히 부탁을 당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떨쳐내는 것은 가능했지만, 힘이 빠져버린 몸으로는 떨쳐낼 수가 없었다.

     “싫어…… 싫어엇! 놔 줘, 놔 주세요……!”

     구속을 떨쳐내기 위해 몸을 비튼다. 그 때마다 작은 가슴이 흔들려서 쓸데없이 선정적으로 비춰졌다.

     “안 돼~, 안 놓아 줘.”
     “왜, 왜요! 이러면…… 보여지고 말아……!”
     “보여지면, 보여주면 되잖아. 이대로 시스터가 안 보일 때까지 손을 흔들고 있어.”
     “그, 그런 일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요!!”

     소리치는 니나. 무스는 미소를 지으며 귓속말을 했다.

     “이건 부탁은 아니지만…… 혹시 지키지 못하면, 남은 시간은 그 모습 그대로 접객시킬 거야♡”
     “너무해요——!!”

     그 말을 남기고는 약간 앞에서 멈춰있는 리네아에게 걸어간다.
     골목 입구에 혼자 남겨진 니나는 변명할 수 없는 변태 그 자체였다. 그런 협박을 당하면 아무리 부끄러워도 손을 내릴 수 없다. 그저 비참하게 가슴과 젖은 속옷을 노출시킨 채로 손을 흔드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니나의 머릿속은 거듭되는 수치심 때문에 한계를 맞이하고 있었다.

     ‘아무도보지마아무도보지마아무도보지마아무도보지마아무도보지마아무도보지마아무도보지마……!!! 제발……!’

     이미 냉정함과는 한참을 떨어진 니나의 머리는 주위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그저 좌우를 두리번거리며 수치심과 쾌락에 몸을 떤다.

     “무스 씨, 감사했습니다. 오늘은 즐거웠어요♡”
     “그래 나도. ……괜찮으면 다음에 또 같이 놀자.”
     “좋네요. ‘다음엔 제 날’에♡”

     바로 근처에서 벌어지는 최악의 대화. 다음 지옥의 가능성. 하지만 지금의 니나는 다른 사람의 대화에 귀를 기울일 여유는 없어서—— 그 사실을 모르는 채로 리네아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비참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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